사진=XINHU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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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바논에서 이스라엘과 교전 중인 무장정파 헤즈볼라 대원들의 무선호출기가 폭발하는 사고가 이틀 연속 발생하면서 전면전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유엔안전보장이사회는 아랍 국가들의 요청에 따라 오는 20일 호출기 폭발에 대한 긴급회의를 열 예정이다.

18일(현지시간) 레바논 보건부에 따르면 레바논 동부 베카밸리와 베이루트 외곽 다히예 등지에서 헤즈볼라가 사용하는 무선호출기(워키토키)가 연쇄 폭발해 최소 20명이 숨지고 450명이 다쳤다. 전날 비슷한 사고로 숨진 헤즈볼라 대원의 장례식 행사에서도 무전기가 터졌다. 전날에는 레바논 전역과 시리아 일부 지역에서 일명 '삐삐'에 해당하는 무선호출기가 동시다발적으로 폭발해 12명이 사망하고 3000여명이 다친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포스트 등은 미국 및 레바논 안보 소식통을 인용해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를 이번 폭발 사건의 배후로 지목했다. 무전호출기 제작 및 유통과정에서 5000여개의 무선호출기 배터리 옆에 소량의 폭발물과 원격 기폭장치를 심었다는 분석이다. 헤즈볼라는 지난 2월부터 휴대전화 도·감청을 염려해 무선호출기를 도입하기 시작했으나 이스라엘 정보당국은 이를 역이용한 것으로 보인다.

레바논 통신부는 18일에 폭발한 무선통신기 중 일부가 일본 업체 ICOM의 'IC-V82'제품이라고 발표했다. ICOM은 해당 제품이 2014년 단종 이후 출하가 없었다며 사건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17일 폭발한 무선통신기에는 대만 업체 골드아폴로의 스티커가 붙어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골드아폴로 측은 해당 제품은 헝가리 업체인 BAC가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은 공식적인 입장은 표명하지 않았으나 사실상 작전을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18일 이스라엘 북부에 있는 라맛 다비드 공군기지를 방문해 공군 장병들에게 이스라엘 방위군(IDF), 정보 기관인 신베트, 모사드 등이 "탁월한 성과"를 냈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9월 의장국인 슬로베니아 주유엔 대표부는 무전호출기 폭발 사건과 관련해 유엔 안보리가 오는 20일 긴급회의를 열기로 했다고 18일 밝혔다. 이번 회의는 아랍국가를 대표하는 안보리 회원국 알제리의 요청으로 소집됐다. 폴커 튀르크 유엔인권최고대표는 성명을 통해 "이번 폭발 사건은 충격적이며 민간인과 무장단체 대원을 구분하지 않고 다수의 사람을 공격한 것으로 국제인권법과 국제인도법을 어긴 행위"라며 철저하고 독립적인 진상조사를 촉구했다.

김세민 기자 unija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