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가운데)이 19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MBK파트너스 고려아연 공개매수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은 강성두 영풍 사장, 오른쪽은 이성훈 베이커매킨지코리아 변호사. 양진성 기자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가운데)이 19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MBK파트너스 고려아연 공개매수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은 강성두 영풍 사장, 오른쪽은 이성훈 베이커매킨지코리아 변호사. 양진성 기자
"2.2% 지분을 가진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스스로를 오너로 여기고, 결정한다는 건 맞지 않습니다."

이번 추석연휴 바로 전 금요일(지난 13일) 영풍과 손잡고 고려아연 경영권 확보에 나선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가 입을 열었다.

김광일 MBK 부회장 19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고려아연 공개매수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실패 가능성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라며 "고려아연 주가 추이를 지켜봐야 하지만 급등한 주가는 지속적으로 유지될 가능성이 낮기에 주주들이 공개매수 종료일(내달 4일)까지 응모 여부를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김광일 부회장은 '파기·위기·기회' 세 키워드로 공개매수를 추진한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김 부회장은 "MBK는 정부의 관리·감독을 받는 토종 사모펀드사"라며 "국가기간산업인 고려아연을 중국에 매각한다는 설은 절대 아니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날 기자간담회의 핵심 타깃은 최씨 일가 3세인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었다. 김 부회장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취임 이후 최대 주주인 영풍 측 동의 없이 제3자를 고려아연 주주로 들인 것은 75년간 이어온 장씨(영풍)와 최씨(고려아연) 집안의 공동 경영을 먼저 파기했다고 판단했다"며 "장형진 영풍 고문이 전문 경영인에게 고려아연 경영을 맡겨야겠다고 생각한 후 가문 간 싸움처럼 보이는 것을 막기 위해 MBK가 최대주주 지위로 들어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문제의 발단은 직계 포함 지분 2.2%에 불과한 최윤범 회장이 장씨와 최씨 일가의 공동경영정신을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최대주주인 영풍과 장씨 일가의 경영 참여를 봉쇄하면서 고려아연의 자금을 이용해 본인의 영향력을 확대하고자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강성두 영풍 사장도 "주요 주주는 주주로 남고, 경영은 전문경영인에 맡겨 소유와 경영을 분리해 새로운 세대를 열자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 MBK에 요청해 최대주주 지위로 들어오도록 하고, 그 자리에서 고려아연 경영을 전문경영인 중심으로 바꾸자고 하는 것이 배경"이라고 부연했다.
MBK파트너스 고려아연 공개매수 기자간담회 자료. MBK파트너스 제공
MBK파트너스 고려아연 공개매수 기자간담회 자료. MBK파트너스 제공
MBK와 영풍 측은 최윤범 회장이 취임한 이후 변화된 고려아연의 자료를 제시하면서 이러한 주장과 의혹을 제기했다. 2021년 대비 최윤범 회장이 취임한 2022년 고려아연 부채 규모는 135% 증가하며 1조원을 넘어섰고 지난해 9,260억원 대비 올해 상반기 부채 규모만도 52% 늘었다.

이어 악화한 고려아연 재무건전성으로 인해 고려아연의 순현금은 지속적으로 줄고 있고 올해 말에는 순부채 상황으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했다.
MBK파트너스 고려아연 공개매수 기자간담회 자료. MBK파트너스 제공
MBK파트너스 고려아연 공개매수 기자간담회 자료. MBK파트너스 제공
그동안 고려아연의 백기사로 여겨지던 현대차, 한화, LG화학에 대해 최씨 측의 우호지분이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김 부회장은 "이들 투자자는 의결권 공동 행사하기로 약정한 바가 없다"며 "공동 행사하려면 5% 주요 주주 보고서에 공시를 해야 했기에 곧 최윤범 회장의 우호지분이 아닌 고려아연 자체의 전략적 파트너"라고 말했다.

영풍은 창사 이래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고려아연 최대주주 자리를 내어주지 않은 점도 오늘 간담회에서 강조됐다. 2022년 이후 지분 격차는 장씨 일가(32.09%), 최씨 일가(15.34%)로 16.75%까지 줄었으나 다시 벌어졌다. 2024년 9월 기준 영풍 측 장씨 일가는 33.1%로 고려아연 최씨 일가 15.6%에 비해 2배 이상 고려아연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최대주주다.

다만 최씨 일가는 고려아연의 경영권과 우호지분을 포함해 지분율 33.2%를 확보해 왔다. 최창근 고려아연 명예회장 등 최씨 오너가 15.9%는 물론 LG화학, 현대차 등 17.3% 규모 우호지분을 통해서다.

기자간담회에 이뤄지고 있는 동시에 고려아연은 1차 반박문을 내며 즉각 대응했다. 고려아연 측은 "MBK와 영풍이 당사에 대한 회계장부 열람 및 등사 가처분을 신청하면서 제기한 악의적이고 사실관계에 부합하지 않는 허황된 의혹들과, 일방적 주장에 대해 명예훼손 등 강력한 법적 조치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영풍은 최 회장의 개인 비리 의혹을 들여다보며 법적 다툼을 예고한 바 있다. 영풍은 "최 회장은 고려아연 대표이사로 취임한 이래 영풍그룹 공동창업주의 동업 정신에 위배되는 행위를 하기 시작해, 상법 등 관계 법령을 위반하고 선관주의 의무를 위반해 고려아연 주주들의 이익을 해하는 행위를 해왔다고 의심된다"며 고려아연 회계장부 열람 및 등사 가처분 신청을 지난 13일 진행했다.

이날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도 MBK와 고려아연의 최대주주인 영풍의 공개매수를 저지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최 회장은 19일 계열사·협력사 임직원들에게 보내는 서한을 통해 "온 힘을 다해 MBK파트너스의 공개매수를 저지할 것"이라며 "이 싸움에서 반드시 이길 것"이라고 전했다.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와 국내 제련업체 영풍 로고. 각 사 제공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와 국내 제련업체 영풍 로고. 각 사 제공
강미선기자 msk524@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