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권 시세가 지난달보다 28% 오른 인천 잭니클라우스GC코리아.  한경DB
회원권 시세가 지난달보다 28% 오른 인천 잭니클라우스GC코리아. 한경DB
코로나19 엔데믹으로 골프 시장 성장세가 주춤한 가운데 골프장 회원권 시장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19일 국내 최대 골프장 회원권 거래소인 에이스회원권에 따르면 9월 ‘에이스피(ACEPI·골프장 회원권 종합지수)’ 평균 지수는 1360포인트로 최근 3년 내 최고점을 기록했다. 지난해 1월 1202포인트를 기록한 후 1년8개월째 우상향 곡선을 그린 결과다. 고급 회원제 골프장 수요가 견고하다는 것이 확인되자 비회원제 골프장 상당수가 회원제 전환을 요구하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회원권 몸값 ‘역대 최고’

골프 인기 시들해졌다더니…"29억 회원권 팔렸다" 어디길래
골프 회원권 가격의 강한 상승세는 곳곳에서 확인된다. 인천 잭니클라우스GC는 최근 29억원에 회원권이 거래돼 지난달 대비 28% 올랐다. 경기 용인 화산CC 회원권은 최근 12억2000만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수도권 고급 회원제 골프장의 회원권 수요가 탄탄하게 받쳐준 결과다. 지난해 국내 골프장 내장객 수가 4772만여 명으로 전년 대비 5.7% 감소하며 성장통이 감지되는 전체 시장과는 다른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회원권 시세 상승의 가장 큰 요인으로 회원권의 절대적 수가 줄어든 점을 꼽는다. 에이스회원권에 따르면 2012년 기준 21만2566개이던 국내 골프장 정회원 및 주중회원권은 현재 약 16만5800여 개로 10여년간 22%가량 줄어든 것으로 추정된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상당수 회원제 골프장이 수익성 제고를 위해 대중제 골프장으로 전환한 결과다. 지난해 신규 회원권 분양과 매매로 거래된 건수는 1만824건에 그쳤다. 이현균 에이스회원권 본부장은 “회원권 수 자체가 줄어든 데다 기존 회원권 보유자들이 매각을 자제하면서 정통회원제 골프장 회원권의 희소가치가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골퍼들의 선호도가 양극화하는 것 역시 주목할 흐름이다. 높은 비용을 내고 관리가 잘되고 접근성이 좋은 골프장을 가거나 저렴한 가격의 합리적인 골프장을 찾는 두 가지 양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골프업계 관계자는 “골프장 내장객이 줄었다고 하지만 수도권 골프장은 휴일 주요 시간대 부킹 경쟁이 여전히 치열하다”며 “고급 골프장을 안정적으로 예약할 수 있고 투자자산으로서 가치도 있는 회원권의 몸값이 올라가는 이유”라고 분석했다.

○“회원제 전환 허가해 달라”

‘고급 대중제’를 표방하던 비회원제 골프장을 중심으로 대중제 골프장을 회원제로 전환해 회원권 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골프장경영협회와 비회원제 골프장 7곳은 올초 문화체육관광부에 대중제(대중형+비회원제) 골프장을 회원제로 전환할 수 없도록 한 체육시설법 시행령을 수정해 달라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전국 60여 개 골프장 사업자도 비회원제에서 회원제 전환을 제한하는 규정을 삭제해 달라는 의견서를 냈다.

현행 체육시설법은 회원제 골프장이 대중제로 전환하는 것은 허락하지만, 대중제 골프장의 회원제 전환은 금지하고 있다. 회원제 골프장이 대다수이던 1997년, 대중제 골프장을 늘리기 위해 나온 규제다.

회원제 전환 금지 규제가 뒤늦게 도마에 오른 것은 고급 대중제를 앞세운 비회원제 골프장이 존립 위기를 맞으면서다. 지난해 1월 체육시설법 시행령 개정에 따라 대중제 골프장은 기존의 세금 감면 혜택을 받는 대신 정부의 그린피 규제를 받는 ‘대중형’, 그린피를 자유롭게 책정할 수 있지만 종합부동산세(1~3%)와 개별소비세 등을 내야 하는 ‘비회원제’로 나뉘었다. 경남 남해 사우스케이프오너스클럽, 강원 원주 성문안, 강원 홍천 카스카디아GC 등이 비회원제를 택했다.

하지만 경기 악화에 종부세 등 세금 부담이 더해지자 비회원제 골프장 사이에서는 “프리미엄 서비스를 유지할 수 있도록 회원제 골프장 전환의 길을 터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강원도의 한 비회원제 골프장 관계자는 “비회원제는 이미 회원제와 비슷한 세금을 내고 있다”며 “고급 회원제 골프장 수요를 충족하고 고급·중급·보급형 골프장의 다양성을 유지하기 위해 회원제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수영/서재원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