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역대 최고' 고용지표 자화자찬하는 정부
“고용률과 경제활동참가율은 31개월 연속 역대 최고치입니다. 실업률은 8월 기준 역대 최저치입니다.”

지난 11일 통계청의 ‘8월 고용동향’ 통계가 공개된 직후 기획재정부가 내놓은 평가다. 통계청에 따르면 만 15세 이상 고용률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만 15~64세 고용률은 각각 63.2%와 69.8%로, 통계 작성 이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실업률은 1.9%로 역대 최저치였다. 기재부는 “고용지표가 양호한 모습을 지속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기재부 설명이 틀린 건 아니다. 특히 고용률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31개월 연속 최고치를 이어가고 있다. 매달 고용동향이 공개될 때마다 기재부는 ‘역대 최고’라는 수식어를 담은 자료를 내놓는다. 통상 고용률 등 고용지표는 경기 후행지표다. 이 때문에 대통령실과 기재부는 내수 부진에 따른 경기침체 우려에도 고용지표를 앞세워 경기 낙관론을 펼친다.

문제는 역대 최고라는 고용률을 대다수 국민이 체감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실제 경기와 일치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많다. 이유가 뭘까. 전문가들은 코로나19처럼 갑작스러운 경기 충격 요인이 없는 한 저출생·고령화 여파에 따라 고용률은 점차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 상대적으로 취업률이 낮은 청년층(15~29세)이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년 낮아질 뿐 아니라 60세 이상 일하는 고령층 인구가 지속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고용지표에 가려진 ‘착시효과’다. ‘쉬었음’ 인구가 대표적이다. 지난달 쉬었음 인구는 256만7000명으로 8월 기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20대 쉬었음 인구는 43만8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14% 증가했다. 말 그대로 일하지도 않고 구직 활동도 하지 않은 채 그냥 쉬는 쉬었음 인구는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된다. 실업률 통계에 잡히지 않는 ‘고용 착시현상’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통상 양질의 일자리로 분류되는 제조업 취업자가 전년 동월 대비 3만5000명 주는 등 두 달 연속 감소한 것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경제허리’로 불리는 40대 취업자가 26개월째 줄어든 것도 인구 감소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렵다.

기재부도 이런 현실을 모르는 건 아니다. 기재부 관계자는 “건설업·자영업 취업자 감소 및 청년층 등 고용 취약계층의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다”고 인정했다. 그렇다면 역대 최고라는 자화자찬식 수식어를 붙이기에 앞서 고용통계와 관련해 국민에게 진솔하게 설명해야 하지 않을까. 통계에 대한 자의적 해석이 가져온 폐해는 전 정부 때 이미 충분히 경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