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어제 ‘채상병 특검법’ ‘김건희 여사 특검법’ ‘지역화폐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일방 처리했다. 국민의힘은 여야 합의 없는 안건 상정과 표결 강행에 반발해 본회의에 불참했다. 야당이 추석 연휴가 끝나자마자 정쟁 입법에 나서면서 ‘입법 독주→대통령 거부권 행사→국회 재의결’의 소모전이 무한 반복되고 있다.

야당은 이 법안들을 ‘진정한 민생’이라고 주장하지만 설득력이 없다. 채상병 특검법만 하더라도 대통령 거부권이 이미 두 차례 행사됐고, 법안 발의로는 이번이 네 번째다. 이 정도면 3권 분립을 존중해 접는 게 상식이다. 오히려 특검 범위는 더 넓어졌고 독소 조항은 여전하다. ‘제3자 특검 추천’부터 ‘눈 가리고 아웅’이다. 대법원장이 특검 후보 4명을 추천하면 야당이 2명으로 추리고, 대통령이 이 중 1명을 임명토록 했다. 그것도 모자라 대법원장 추천 후보들이 부적절하다고 판단되면 야당이 제한 없이 비토권을 행사할 수 있다. 대법원장을 ‘핫바지’ 삼아 야당 입맛대로 특검을 임명토록 하겠다는 것이다. 오만한 발상이다. ‘뜬소문’ 수준의 내용까지 담은 ‘김건희 여사 특검법’의 특검 추천 권한도 여당을 배제하고 민주당 등 야당만 가지도록 해 중립성을 허물었다. 특검을 ‘야당 놀이판’쯤으로 여긴다.

지역화폐법은 지방자치단체의 지역사랑상품권 발행에 대한 중앙정부의 재정 지원을 의무화했다. 전 국민 25만원 지원을 상설화하겠다는 것으로, ‘현금 살포 시즌 2’라고 할 만하다. 지역경제 활성화는 기대하기 어렵고 재정 부담 가중, 불법 현금화와 물가 상승 부채질 등 비효율만 남을 것이라는 분석이 진작부터 나왔지만, 역시 막무가내다. 민주당은 오는 26일 일명 ‘노란봉투법’과 방송 4법, 전 국민 25만~35만원 지원법 등 정략 법안도 추가 처리하겠다고 한다. 이 또한 거부권 유도전략이다. 여야 대표는 이달 초 전력망확충법, 방사성폐기물 특별법 등 이견이 크지 않은 민생법안부터 신속 처리하기로 했다. 그러나 추석 이후 야당의 행태를 보면 민생 협치는 안중에 없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