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Fed)이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하했다. ‘물가와의 전쟁’을 위해 2022년 3월 금리 인상에 나선 지 30개월 만에 정책 방향을 전환한 것이다. 금리 인하폭도 시장에서 예상한 0.25%포인트를 뛰어넘었다.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도 열어놨다. 한때 9%대에 달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달 2.5%까지 떨어진 반면 올 상반기 3%대였던 실업률이 최근 4%대로 높아지면서 Fed가 미국 경제의 당면 과제를 경기 방어로 본 것이다.

유럽 영국 스위스 캐나다 등에 이어 미국까지 금리 인하 대열에 합류하면서 다음달 11일 통화정책회의를 여는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압박도 커졌다. 한은은 1년7개월째 금리를 동결하고 있지만 경제만 보면 금리 인하 여건이 무르익고 있다. 우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달 2.0%를 기록하며 41개월 만에 한은 물가 목표치 안으로 들어왔다. 반면 경기는 부진하다. 수출은 비교적 선방하고 있지만 고금리로 내수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0개월 연속 내수 부진을 경고하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지난 7월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차선 바꿀 준비를 하는 상황”이라고 말해 금리 인하는 시간문제가 됐다.

문제는 집값과 가계대출이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집값 불안이 이어지는 가운데 지난달 가계대출은 9조8000억원이나 증가했다. 3년1개월 만의 최대폭 증가였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한은이 섣불리 금리를 내릴 수 없다. 그렇다고 마냥 금리 인하를 늦추면 경제에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 고금리 여파로 가계 소비 여력 감소, 자영업 폐업 증가, 고용 감소 등 부작용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한은이 진작에 금리를 인하해야 했다’며 실기론을 제기하고 있다. 대통령실도 지난달 한은의 금리 동결 결정에 “아쉽다”는 반응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누가 누구를 탓할 상황이 아니다. 정부와 한은 모두 집값을 자극하지 않으면서 내수 경기를 살려야 하는 공통의 숙제를 떠안고 있다. 미국의 금리 인하로 정부와 한은의 정책 능력이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