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노동시장이 선진국과 비교해도 철밥통은 물론 고임금이라는 예상외의 평가가 나왔다. 한국산업인력공단과 KOTRA 등을 통해 2018~2023년 해외에 취업한 675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한 결과다. 해외 취업자들은 한국 대비 낮은 임금(14.7%)을 ‘불만족 1위’로 꼽았다. 두 번째 불만족 이유는 낮은 고용 안정성(11.4%)이었다.

한국 노동시장의 고임금·철밥통 구조를 감안해 국내 유턴을 단행한 해외 취업자도 46%에 달했다. 평균 29.9세 청년층인 복귀자들 역시 한국 대비 낮은 고용 안정성(13.9%)과 낮은 임금(13.0%)을 불만족 1·2위로 지목했다. 국내 노동시장으로 유턴한 10명 중 8명은 미국 일본 유럽 등 선진국 취업자다. 일본 취업자는 낮은 임금과 비싼 집세, 독일 취업자는 높은 세율 탓에 현지 생활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고 인터뷰에서 밝혔다. 미국·싱가포르 취업자 역시 높은 물가를 견디지 못해 유턴을 결행했다고 응답했다. 한국 노동시장의 비효율 구조가 임계점을 넘어서고 있다는 방증으로 볼 수 있다.

한국 노동시장의 고임금은 오래전부터 데이터로 확인된 바다. 최저임금은 아시아 최고를 찍었고, 대졸 초임은 우리보다 물가가 비싼 일본마저 앞선 지 한참 됐다. 2002년 일본의 절반 수준이던 근로자(10인 이상 사업장) 임금은 2022년 월 399만8000원으로 일본(379만1000원)을 웃돌았다. 대기업만 보면 한국 588만4000원, 일본 443만4000원으로 격차가 더 벌어진다.

노동개혁을 주요 국정과제로 제시한 윤석열 정부에서도 대기업·정규직 중심의 철밥통 구조는 요지부동이다. 거대 노조의 과잉보호 아래 정규직은 비정규직 임금의 1.9배를 받으며 사실상 정년을 보장받고 있다. 몇 달 전 주한미국상공회의소가 대통령실을 방문해 글로벌 기업 아태본부의 국내 유치 확대를 위한 최우선 과제로 노동시장 경직성 완화를 요청한 배경이다. 하지만 정부는 여전히 미온적이다.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은 시급 1만원을 넘어선 최저임금 급등의 부작용을 해소하는 첫 단계인 ‘차등 적용’조차 부정적이다. 청년들이 타국에서 몸으로 부딪치며 직접 겪은 경험까지 흘려듣고 말 텐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