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Fed)의 기준금리 인하로 신흥국을 포함한 다른 국가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운용에 숨통이 트였다. 경기 부진 우려에도 통화 약세 위험 때문에 섣불리 결정을 내리지 못하던 국가들까지 도미노 금리 인하 행렬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1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금리 인하 대열에 합류한 미국이 신흥국의 통화정책 전환에 길을 터줬다고 진단했다. Fed의 이날 빅컷(기준금리 0.5%포인트 인하)을 계기로 인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에서도 금리 인하 물결이 일 것이란 관측이다.

그간 신흥국은 미국보다 먼저 금리를 내리면 자국 통화가 약세를 띨 것을 우려해 금리 인하에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자국 통화 가치가 떨어지면 수입품 가격이 올라 새로운 인플레이션 압력이 발생한다. 영국과 캐나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 등 주요 선진국이 올 들어 줄줄이 금리 인하를 단행했지만 신흥국은 관망하던 이유다.

이날 Fed의 빅컷 직전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은 3년 반 만에 기준금리를 연 6%로 0.25%포인트 인하했다. JP모간은 인도 중앙은행이 다음달 금리 인하를 결정하고, 태국 중앙은행 역시 연말 이전에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자국 통화를 미국 달러화에 연동하는 고정환율제를 채택한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바레인 중앙은행은 이날 일제히 금리를 내렸다. 금융 정책을 미국에 연동한 홍콩도 이날 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한 연 5.25%로 결정했다. 서방 국가 중 가장 먼저 금리를 내린 스위스는 오는 26일 추가 인하할 것으로 전망된다.

WSJ는 “아시아 지역은 다른 지역보다 인플레이션 상승률이 가파르지 않은 데다 중앙은행의 긴축 강도가 상대적으로 약했다”며 “Fed의 금리 인하로 통화 가치 하락 위험이 줄어들어 적극적으로 금리 인하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은정/한경제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