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영풍과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이 새 국면을 맞았습니다.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참전하면서인데요. 영풍과 손잡고 고려아연 지분 공개매수를 진행합니다.

이번 분쟁의 핵심 쟁점과 앞으로의 시나리오를 짚어보겠습니다.

<앵커>

산업부 고영욱 기자 나왔습니다. 고 기자. 한 지붕 두 가족이었던 영풍과 고려아연이 이제 진짜 갈라설 모양입니다.

영풍 측의 공개매수 계획은 어떻습니까.

<기자>

영풍이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와 함께 고려아연 지분 공개매수를 진행합니다.

주당 가격은 66만원입니다. 공개매수일 이전 3개월 평균종가의 27% 높은 가격입니다.

공개매수 수량은 최소 144만주에서 최대 300만주, 지분율로는 약 7%에서 14.6%입니다.

공개매수에 응모한 주식이 최소 수량에 못 미치면 없던 일이 되고요. 넘치면 안분 비례해 매수할 예정입니다

공개매수 기간은 지난 13일부터 다음달 4일까지입니다.

최종적으론 MBK가 고려아연 최대주주가 되는 그림입니다.

MBK가 영풍과 영풍 오너일가 지분 일부에 대한 콜옵션을 받아 영풍 측보다 고려아연 지분 1주를 더 갖게 됩니다.

<앵커>

영풍이 갖고 있던 고려아연 지분까지 MBK가 사들여 MBK가 최대주주가 되는군요.

그동안 영풍과 고려아연의 사이가 좋지 않았습니다만, 이렇게 완전히 남남이 되려는 이유가 뭔가요.

<기자>

사실 이번 공개매수가 예상 밖의 전개긴 합니다.

아시다시피 고려아연의 최대주주는 영풍입니다. 75년 전 영풍의 장씨 일가와 고려아연 최씨 일가의 동업으로 만들어진 그룹이고요. 3세 경영까지 이어져 왔습니다.

고려아연 입장에선 영풍으로부터 독립하고 싶어 했지만 영풍이 돈 잘버는 고려아연을 놓아주지 않았습니다.

영풍 측이 그동안 고려아연으로부터 배당금을 받는대로 고려아연 지분 사 모았던 것도 이런 이유에섭니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동업관계에 서서히 금이 가기 시작했죠. 고려아연 오너 3세인 최윤범 회장의 공격적인 경영스타일에 영풍 일가가 반감을 가져왔습니다.

급기야 올해 정기주주총회에서 배당금을 놓고 표 대결을 벌이더니 7월에는 고려아연이 강남 영풍 사옥에서 나와 종로에 새둥지를 틀기까지 했습니다.

장형진 영풍 고문이 이번 공개매수에 대해 입을 열었는데요.

장 고문은 “지난 75년 간 2세에까지 이어져온 두 가문 공동경영의 시대가 이제 여기서 마무리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3세에까지 지분이 잘게 쪼개지고 승계된 상태에서 그들이 공동경영한다는 것은 가능하지도, 적절하지도 않다”고 말했습니다.

<앵커>

MBK파트너스가 뛰어든 명분은 뭡니까.

<기자>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무리한 투자로 고려아연 재무건전성이 악화됐다. 부채비율이 높아졌는 설명이고요.

자신들이 경영권을 잡으면 고려아연의 본업인 비철금속제련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겁니다.

이와 관련해 오늘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는데요. 직접 들어 보시겠습니다.

[김광일/MBK파트너스 부회장: 불과 5년 만에 2조 5천억 현금을 쌓아두고 있던 튼튼한 회사가 5년 만에 차입금을 가지고 있는 회사가 됩니다. 그 돈이 어디에 갔는데 회사 영업이익률은 떨어지고...]

MBK측은 공개매수에 콜옵션까지 하면 3~4조원 정도로 필요할 것이라며 이 가운데 절반가량은(40~50%) 빌려서 조달한다는 계획입니다.

나중에 고려아연 지분을 팔고 떠나는 엑시트와 관련해선 아직 말 할 단계가 아니라고 덧붙였습니다.

<앵커>

고려아연 부채비율을 지적했는데 MBK 역시 돈을 빌려 경영권을 사들이는 군요.

고려아연 측 반응은 어떻습니까.

<기자>

고려아연은 영풍이 기업사냥꾼 MBK파트너스와 결탁해서 일방적으로 진행하는 공개매수라면서, 적대적 약탈적 M&A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사모펀드의 본질인 투자수익 극대화를 위해 주주이익에 반하는 경영을 할 것이란 설명이고요.

이차전지 소재나 자원순환 사업 등의 신사업도 제대로 추진되지 못해 주주가치가 훼손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고려아연 노조를 비롯해 공장이 있는 울산 지역사회도 우려하고 있습니다.

오너일가인 최윤범 회장 측은 대항 공개매수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대항 공개매수는 공개매수하는 주주 반대편에서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하고 주식을 매수하는 겁니다.

이걸 하려면 우선 동업관계(특별관계자)를 공식적으로 끝내야합니다.

자금조달도 관건입니다. 최 회장 일가 자금으로만 진행해야합니다. 영풍 측이 사들이려는 만큼 주식을 사려면 7천억 원에서 1조 원 정도 필요합니다.

<앵커>

시간이 많지 않은데 해야 할 일이 많군요. 앞으로 시나리오는 어떻게 됩니까.

<기자>

영풍이 공개매수에 성공하더라도 이사회 장악이 남아있습니다. 현재 고려아연 이사회는 최 회장 사람들로 구성돼 있습니다.

이사진을 교체하려면 주주총회를 소집해야합니다.

고려아연은 약 23%가 소액주주 지분이고요. 나머지는 장씨, 최씨 오너가 지분과 국민연금, 현대차, LG화학 등이 갖고 있는 지분입니다.

MBK와 영풍 측은 현대차와 LG화학 등이 갖고 있는 지분은 사업 파트너로서 갖고 있는 지분이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해석하면 이번 경영권 분쟁에서 빠지라는 거죠.

이렇게 되면 최씨 일가만의 지분으로 상대해야하는데 15%대에 불과합니다.

현대차 등이 백기사로 활약할지 여부와 국민연금이 어느 편을 들어줄지가 관건인데요.

이들을 설득하기 위한 여론전도 팽팽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MBK 측은 이번 공개매수를 추진하면서 최 회장에 대한 몇가지 의혹을 제기했는데 고려아연 측은 사실무근이라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습니다.

<앵커>

잘 들었습니다. 산업부 고영욱 기자였습니다.


고영욱기자 yyko@wowtv.co.kr
고려아연 새 국면...최소 1조원 자금 확보 ‘관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