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재 셰프/사진=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byun84@hankyung.com
안성재 셰프/사진=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byun84@hankyung.com
냉혹한 요리 계급 전쟁이 화제를 모으면서 이들을 심사하는 심사위원들도 주목받고 있다. 특히 따뜻한 감성과 냉정한 평가로 모두를 납득 시킨 국내 유일 미쉐린 3스타 안 셰프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는 반응이다.

지난 17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흑백요리사:요리 계급 전쟁'(이하 '흑백요리사')는 요리 사업가 백종원 더본 코리아 대표의 신규 예능으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 난 후 가장 주목받는 인물은 안 셰프였다.

안 셰프는 세계의 미식 정보를 제공하는 미쉐린 가이드 서울 최신판(2024)에서 가장 높은 3스타를 받은 레스토랑 '모수 서울'을 이끌었다. 앞서 가온과 라연도 3스타를 받았지만, 작년 라연이 2스타로 내려가고 가온이 폐업하면서 모수의 안 셰프는 국내 유일 3스타 셰프가 됐다.

그동안 많은 요리 예능을 통해 적지 않은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와 영향력을 얻은 스타 셰프들이 탄생했지만, 안 셰프는 방송 활동을 거의 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안 셰프가 '흑백요리사'가 출연한 건 한국의 미식 문화를 글로벌 플랫폼을 통해 널리 알리고 싶은 마음이었다.

안 셰프는 앞서 진행된 제작발표회에서 "매일 레스토랑에 가서 요리하고, 도마 위에 서는데 심사위원이라는 제안받았을 때 제가 할 수 있을지, 도움이 될 수 있을지 고민이 컸다"며 "제작진과 넷플릭스 관계자들과 대화할 때 저의 고민의 공감을 해주시고, 한국의 미식 문화 발전에 기여할 수 있으리란 확신이 생겨 함께하게 됐다"고 참여 이유를 밝혔다.

안 셰프에 대해 제작진은 "프로그램의 '끝'"이라고 의미를 설명했다. 연출자인 김학민 PD는 "이 프로그램의 시작점이 백종원 선생님이라면 안 셰프님은 종결점"이라며 "어렵게 프로그램 출연 결정을 해주셨는데, 이걸로 '우린 끝났다' 싶었고, 두 사람을 모시고 나니 심사위원의 빈자리가 보이지 않았다"면서 두 사람의 심사위원 구성을 설명했다.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 안성재 셰프/사진=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byun84@hankyung.com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 안성재 셰프/사진=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byun84@hankyung.com
안 셰프는 경연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후 일관성 있고 냉정하며 흔들리지 않는 자신만의 요리 철학으로 노련한 사업가이자 오랜 기간 방송에서 활동한 백 대표에게 밀리지 않는 존재감을 발휘했다. 유명 셰프들 사이에서도 "혀에 뭐가 있냐"는 반응이 나올 정도로 예민한 미각과 "의미 없는 꽃장식을 싫어한다"는 요리 철학, 여기에 '급식 대가'가 정성껏 차린 급식메뉴에 감동하면서도 "어릴 적 추억 때문에 합격으로 판정하고 싶은 건지 '보류'하겠다"는 따뜻함과 신중함을 겸비한 모습에서 찬사가 이어졌다.

이와 함께 안 셰프의 이력까지 주목받고 있다. 안 셰프는 13세에 미국으로 이민을 갔고, 자동차 정비사가 되려다 "취업 100% 보장"이라는 홍보물을 접하고 요리사의 길을 걷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2015년 '모수 샌프란시스코'를 오픈해 8개월 만에 미쉐린 가이드 1스타를 받았고, 2017년 CJ제일제당의 투자를 받아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모수 서울을 열었다.

하지만 올 초 투자 기간이 끝나면서 문을 닫았고, 현재는 이태원으로 자리를 옮겨 오픈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모수의 재오픈을 기다린다"는 제작발표회 진행자 박경림의 말에, 안 셰프는 "인테리어 작업이 쉽지 않다"면서 구체적인 오픈 시점에 대한 언급에 조심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런 안 셰프에 대해 백 대표는 "안 셰프가 온순하게 생긴 것 같지만 킥복싱을 하는 사람"이라며 "특히 음식에 있어선 양보도 안 하고, 고집이 엄청나다"고 평가했다.

이에 안 셰프는 "카메라가 꺼지면 (백 대표가) '젊은 사람이 융통성이 없다'고 하시긴 했다"고 폭로하면서 "다른 길을 걸어왔고, 다르기 때문에 이 프로그램에 임한 거라 어찌 됐든 저희는 가장 맛있는 것을 찾았다. 20분이 걸리든, 1시간이 걸리든 최대한 옳은 결정을 내리기 위해 노력했고, 그게 참가자들에게 예의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했다"고 프로그램 참석 의의를 전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