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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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앙은행(Fed)가 기준금리를 0.5%포인트 내리는 '빅컷'을 단행한 가운데, 이제 시장의 관심이 20일 일본은행(BOJ) 금융정책결정회의로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코스피 등 신흥국 시장에선 미 Fed의 '빅컷'보다 BOJ의 메시지에 따른 '엔 캐리 자금 흐름'(금리가 낮은 엔화로 자금을 빌려 고금리 국가의 자산에 투자)이 더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고 전망했다.

BOJ는 전날부터 이틀 일정으로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시작했다. BOJ는 회의 둘째날인 이날 정책금리 조정 여부를 발표한다. BOJ는 지난 3월 8년 만에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종료한 데 이어 지난 7월 금리인상을 단행한 바 있다.

지난 8월 초 전 세계적인 증시 대폭락의 원흉으로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지목된 만큼 이번 회의에선 BOJ가 현재 금리수준(0.25%)을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그동안 일본의 엔화 가치는 '아베노믹스'로 대표되는 완화적 통화정책에 따라 약세를 보여왔는데 금리인상으로 엔화 가치가 오르면서 엔캐리 자금 청산이 이뤄진 것이 증시를 뒤흔들었다는 분석이다.

엔화 가치가 오르면 더 이상 엔화를 저렴하게 빌릴 수 없기 때문에 엔 캐리 트레이드의 수익률이 하락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선 해외 자산을 처분하고 엔화를 갚는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움직임이 본격화됐다고 추정했다.

이번 회의에서 BOJ가 금리를 동결하더라도 중요한 건 회의 뒤 나오는 메시지다. BOJ가 연내 큰 폭의 금리인상 관련 신호를 줄 경우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수요를 부추겨 시장의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는 분석이다.

강효주 KB증권 연구원은 "일본 금리 인상의 근거가 임금 인상을 통한 경기 회복인데, 가계 수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세금과 고용 정책이 결정되지 않은 채 추가 금리 인상을 선제적으로 진행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한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일본은 10월 이후 기준금리 인상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니케이 퀵(QUICK)에서 통화정책 분석가 27명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 12명(44%)이 올해 12월, 11명(40%)이 내년 1월을 각각 기준금리 인상 시점으로 예상했다.

BOJ 우에다 가즈오 총재는 지난달 금리 인상을 계속하겠다고 시사했고, 다무라 나오키 심의위원은 2026년 기준 기준금리를 적어도 1%까지 올려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BOJ의 결정에 따라 변화될 미·일 금리 차의 축소 폭은 글로벌 자금 흐름의 엔화 선호 강도를 결정한다"며 "특히 신흥국 주식시장에 대한 영향력은 관심이 높았던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보다 BOJ가 더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