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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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세 살이요.”

경제학자 유리 그니지는 어린 아들과 놀러 간 디즈니월드 매표소에서 이렇게 말했다. ‘3세 미만은 무료, 3세 이상은 117달러’라는 푯말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두 달 전 세 번째 생일을 보낸 ‘거의 세 살’ 아들 론이 잠시 후 항의했다. “아빠, 헷갈려요. 거짓말은 나쁜 사람만 한다면서요? 그런데 방금 아빠가 거짓말을 했잖아요!”

이런 ‘엇갈린 신호’는 어디서든 찾을 수 있다. 말로는 ‘기술이 중요하다’면서 정작 엔지니어를 우대하지 않는 기업, 창의적인 인재를 육성해야 한다면서 학생을 수능 같은 표준화된 시험에 목 매개 하는 교육 제도 등이 그런 예다. 미국 UC샌디에이고 교수인 그니지가 쓴 <인센티브 이코노미>는 어떻게 하면 엇갈린 신호를 피하고, 의도한 목표와 일치하는 인센티브를 설계할 수 있는지 설명한다.

인센티브의 중요성은 다들 안다. 이를 제대로 설계하는 것은 쉽지 않다. 1999년 코카콜라 최고경영자(CEO)였던 더글러스 아이베스터는 자판기에 온도 감지 장치를 달자고 했다. 날이 더우면 코카콜라 가격을 높여 팔자고 했다. 소비자가 큰 반발을 일으켰고 없던 일이 됐다.

헌혈을 늘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돈을 주는 것은 좋은 방안이 아니다. 사회를 위해 기여했다는 뿌듯함을 느끼던 사람이, 돈을 위해 피를 팔았다는 마음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헌혈하는 사람을 보는 주변의 시선 역시 나쁘게 변할 수 있다. 실제로 미국에선 돈을 주기도 했는데, 돈이 필요한 마약 중독자들이 헌혈을 많이 했다. 혈액의 질이 낮고, 혈액이 B형 간염에 걸려 있을 위험이 컸다.
쪽박을 차고 싶으면 인센티브를 이렇게 줘라 [서평]
질이 아닌 양에만 초점을 맞춰 성과를 측정하는 것도 흔히 벌어지는 잘못된 인센티브의 예다. 콜센터에서 ‘통화 수’를 측정 기준으로 삼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고객에게 예의를 차리거나 인내심을 발휘하기보다 최대한 통화를 빨리 끝내려 할 것이다. 19세기 중국 고생물학자들은 발굴지에서 화석을 찾기 위해 지역 농부들을 모집하고, 발굴한 화석 수를 기준으로 보상했다. 그러자 농부들은 온전한 화석도 여러 조각으로 부숴 제출했다.

미국 은행인 웰스파고는 1997년 CEO였던 리처드 코바세비치 때부터 고객당 평균 은행 상품을 8개 보유하게 하자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할당량을 초과한 직원에겐 임금 인상과 승진으로 보상했다. 직원들은 속임수를 쓰기 시작했다. 2009~2016년 미국 전역의 웰스파고 직원 수천 명은 고객에게 알리지 않고 고객 이름으로 신용카드를 발급하고, 계좌를 열고, 보험 상품에 가입했다. 가짜 계좌 수는 350만개에 달했고, 직원 5300명이 해고됐다. 웰스파고의 명성도 땅에 떨어졌다.

도요타의 하이브리드 자동차 프리우스는 인센티브를 잘 활용한 사례다. 지금은 연비가 뛰어나 하이브리드를 찾는 사람이 많지만,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성능이 떨어졌다. 그때 토요타는 프리우스 2세대를 만들며 완전히 새로운 디자인으로, 누구나 이 차가 하이브리드라는 것을 알게 했다. ‘진심으로 환경을 생각하는 사람이 타는 차’라는 신호를 보냈고 판매가 늘기 시작했다. 테슬라도 비슷한데, 초창기 부자들 사이에서 ‘환경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타는 차’로 자리 잡으면서 기반을 닦을 수 있었다.

사람들은 자선단체에 기부금을 내는 것을 주저한다. 어려운 사람을 돕기 싫어서가 아니다. 돈이 단체의 간접비로 허투루 쓰이진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물론 자선단체도 훌륭한 인재를 끌어들이기 위해, 성과를 내기 위해 무조건 간접비를 아끼기만 해선 안 되지만 기부자의 마음은 또 그렇지가 않다. 이럴 때 간접비는 거액 기부자의 기부금으로 충당하고, 소액 기부금은 100% 어려운 이들을 돕는 데 쓰이는 구조를 짜면 우려를 완화할 수 있을 거라고 저자는 권한다.

기업을 경영하거나 정책을 고안하는 사람들 말고도 누구든 읽으면 좋은 책이다. 운동이나 공부 등을 미루지 않고 하는 법, 금연에 성공하는 법 등 개인들이 활용할 만한 내용도 담았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