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현지시간) 텍사스주 휴스턴 항만에 컨테이너들이 쌓여있다.(사진=AFP연합뉴스)
19일(현지시간) 텍사스주 휴스턴 항만에 컨테이너들이 쌓여있다.(사진=AFP연합뉴스)
미국 양대 항만 노조로 꼽히는 국제항만노동자협회(ILA)가 해운사의 항만 자동화에 반발하며 다음 달 파업을 예고한 가운데 미국 동부의 항만 관리 회사들은 공급망 혼란에 대비하고 있다. 1977년 이후 50여 년만의 대규모 파업이 현실화하면 수십억달러 규모의 무역이 차질을 빚을 수 있어서다.

19일(현지시간) 미국 경제매체 CNBC에 따르면 미국 뉴욕-뉴저지 항만공사는 최근 ILA의 전면 파업에 대한 대비책 마련에 나섰다. 개별 해운사들은 컨테이너가 항만에 적체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작업량을 줄이는가 하면, 일부 운송 회사들은 미국 서해안으로 운송 경로를 변경하기도 했다. 베스 루니 뉴욕-뉴저지 항만공사 사장은 “많은 해운사가 미국 중서부에서 동해안으로 오는 수출 화물을 제한하는 조치를 발표했다”며 “항구와 멀리 떨어진 내륙에서 오는 화물일수록 더 빨리 제한 조치가 적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서부 로스앤젤레스 항만의 경우 지난달에 역사상 가장 많은 물동량을 처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입량은 전년 동기 대비 40.4% 급증했고 수출량도 12% 늘었다. 미국이 동아시아로부터 수입한 화물 중 미국 동부 항구를 거치는 비중은 지난해 4분기 34.4%에서 지난 2분기 32.6%로 감소했지만, 같은 기간 서해안 항구 비중은 57.7%에서 60%로 늘었다.

텍사스주 휴스턴 항구는 항구 운영 시간을 연장하고 주말에도 항구를 개방하는 등의 계획을 마련했다. 조지아 항만청은 고객들에게 파업 이전에 물량을 배송받도록 권장했다. 선박 대신에 항공 운송을 검토하는 회사들도 있다고 CNBC는 전했다.

ILA는 미 동부 일대 항만 근로자 8만5000명이 가입한 단체다. 이 단체가 작업을 중단하면 미국 동부 및 걸프 연안의 36개 항구가 다음 달 1일부터 폐쇄될 수 있다. 이 항구들은 미국 전체 수입량의 절반가량을 처리하고 있어 공급 대란 우려가 고조된 상태다. ILA는 최근 만장일치로 파업 권한을 승인했고, 고용주 단체인 미국해운연합(USMX)은 노조가 이미 파업을 결정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CNBC는 보도했다.

해운업계에서는 ILA가 하루만 파업하더라도 그 영향이 해소되기까지는 닷새가 걸릴 것으로 추산했다. 다음 달 초에 파업이 일주일 지속되면 배송은 11월 중순까지 미뤄질 수 있고, 파업이 2주간 계속되면 배송은 내년 1월까지 지연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비영리 연구개발 단체 마이터의 분석에 따르면 뉴욕-뉴저지 항만에서 한 달간 파업이 발생할 경우 하루에 최대 6억4100만달러의 손실이 발생할 전망이다.

짐 만치니 CH로빈슨 북미 운송 부사장은 “유럽, 아시아 등에서 출발해 미국으로 들어오는 자동차 관련 화물의 절반 이상은 동해안 항구에 의존하고 있다”며 “이번 파업은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 오세아니아, 라틴아메리카, 아시아의 공급망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경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