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일 오전 인천 서구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 현장에서 경찰과 소방 등 관계자들이 합동 감식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지난달 2일 오전 인천 서구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 현장에서 경찰과 소방 등 관계자들이 합동 감식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지난달 1일 발생한 인천 지하 주차장 전기차 화재가 차량 하부 리튬이온 배터리팩에서 시작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감정 결과가 나왔다.

20일 경찰에 따르면 인천경찰청 과학수사대는 전날 국과수로부터 "차량 하부 배터리 팩에서 불이 시작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정밀 감정 결과를 전달받았다.

국과수는 "차량 밑면의 외부 충격으로 배터리팩 내부의 셀이 손상되며 '절연 파괴'(절연체가 특성을 잃는 현상)로 이어져 발화했을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다만 "배터리관리장치(BMS)는 화재 당시 저장 회로가 견딜 수 없는 심한 연소로 파손이 심해 데이터 추출이 불가하다"고 했다.

해당 전기차에 장착돼 있던 BMS의 녹는점은 약 170도인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국과수의 감정 결과를 토대로 해당 전기차 화재 원인에 대한 수사를 지속할 방침이다.

앞서 지난달 1일 오전 인천 서구 청라국제도시 청라동의 한 아파트 단지 내 지하 1층 주차장 일반차량 주차구역에 세워져 있던 벤츠 전기차(EQE350)에서 불이 났다. 이번 화재로 주민 등 23명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차량 87대가 불에 타고 783대가 그을렸다.

경찰은 처음 불이 난 벤츠 전기차를 대상으로 모두 3차례에 걸쳐 합동 감식을 했고 배터리팩 등을 확보해 국과수에 정말 감정을 의뢰했다. 경찰은 벤츠 전기차가 지난 7월 29일 오후 7시 16분께 주차됐다가 59시간가량 후에 불이 난 점을 고려해 차주를 상대로 주차 전 행적을 조사할 방침이다. 관계자는 "일단 국과수 감정 결과를 토대로 마지막 주차 시점 이전에 외부 충격으로 의심할 만한 상황이 있는지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경찰은 전기차에서 불이 난 직후 스프링클러가 정상 작동되지 않아 피해가 확산했다고 보고 소방안전관리 실태에 관한 사안도 수사하고 있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