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진짜 잘한다"…국민의힘 관계자 탄식한 까닭 [정치 인사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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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 야당에 휘둘려 힘 못 쓰는 당정
쳇바퀴 정국에 김건희·의료 공세 최고조
결국 지지율 동반 하락…이재명은 '쑥'
쳇바퀴 정국에 김건희·의료 공세 최고조
결국 지지율 동반 하락…이재명은 '쑥'
"민주당이 짠 프레임에 몇 년째 계속 휘둘리고 있어요. 하여튼 민주당 진짜 잘해요."
최근 서울 모처에서 만난 국민의힘 관계자가 꺼낸 말이다. 거대 야당에 휘둘리며 정국 주도권을 잡지 못하고 있는 여당의 현실에 대해 개탄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본궤도에 오른 22대 국회 첫 정기국회도 거대 야당의 법안 강행 처리에 이은 소수 여당의 표결 불참,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가 반복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19일 국회는 더불어민주당을 위시한 야당 단독으로 '김건희 여사·채상병 특검법', '지역화폐법'을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는 이번엔 하지 않고, 본회의 불참으로 대응했다. 본회의 연단에서 김건희 여사를 방어하기에는 부담감이 있었을 것이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결국 법안이 강행 처리되자 추경호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공개적으로 건의했다.
야당의 강행 처리로부터 대통령 거부권으로 이어지는 '쳇바퀴 정국'이 현실화한 것인데, 이는 정치적 득실로 따져봤을 때 민주당에 실보단 득이 클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여러 차례 거부권을 유도하면서 대통령이 입법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프레임을 부각하는 데 성공하지 않았느냐"고 했다. 전공의 이탈에 따른 의료 대란도 야당은 대정부 공격 수단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김민석 민주당 최고위원은 지난 18일 "추석 밥상 최대 화두는 의료대란과 분노였다"며 "국민의 분노가 임계점에 달해 심리적 정권교체가 시작된 초입 국면"이라고 했다. 이어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지난 19일 "(정부가) '정 안되면 의료민영화를 하면 된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연휴 기간 만난 주민들 사이에서 커졌다"고 거들었다.
이 와중에 정부·여당은 엇박자를 타면서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여·야·의·정 협의체'를 제안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연휴 기간 의료계와 접촉하는 등 진땀을 뺐지만, 대통령실은 같은 기간 우려했던 의료 대란이 일어나지 않았다는 점을 적극 홍보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지난 18일 "일부 우려처럼 우리 의료가 붕괴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면서 정부의 개혁 의사를 분명히 했다. 여당이 아무리 '유연한 입장'을 요구해도 정부의 태도는 '요지부동'이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야당이 김 여사를 정국의 핵으로 띄우고 있는 점도 정부·여당에 큰 부담이다. 다만 가장 큰 문제는 특검을 채운 사건들보다도, 특검을 반대하는 논리나 명분이 빈약하다는 데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여권 관계자는 "'특검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논리 말고는 김 여사 특검을 반대하거나 방어하기 쉽지 않다"며 "이번에 필리버스터를 하지 않은 것도 그런 이유에 따른 것 아니겠나"라고 분석했다. 속수무책 당하고 있는 작금의 정부·여당 상황은 지지율로 고스란히 나타났다. 한국갤럽(9월 10~12일, 유권자 1002명 대상,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 조사원 인터뷰,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 조사에 따르면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취임 후 최저치인 20%를 기록, 부정률은 70%로 취임 후 최고치를 찍었다. 덩달아 국민의힘 지지율도 28%로 정부 출범 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당정 지지율이 동반 추락하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 지지율은 소폭 상승한 33%였다.
반면 이재명 대표의 지지율은 오르며 한 대표를 따돌리는 데 성공하고 있다. 한국갤럽(9월 3~5일, 유권자 1001명 대상) 장래 대통령감 선호도 조사에서 이 대표는 26%, 한 대표는 14%로 집계됐다. 이 대표는 지난 7월 4주차 조사보다 4%포인트 올랐고, 한 대표는 5%포인트 내렸다. 두 사람의 선호도 차이가 두 자릿수까지 벌어진 것은 2023년 6월 첫째 주(5월 30일~6월 1일) 조사 이후 처음이다.
이제 정치권의 눈은 오는 24일로 예정된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도부의 만찬에 쏠리고 있다. 만찬에서는 지지율 동반 추락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는 의료 개혁 문제를 테이블 위에 올릴 예정이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제 더 이상 의원들이 눈치 보지 말고 소신 있게 당이나 정부에 해야 할 말을 해야 한다"고 했다. 한편, 기사에서 언급한 여론조사와 관련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최근 서울 모처에서 만난 국민의힘 관계자가 꺼낸 말이다. 거대 야당에 휘둘리며 정국 주도권을 잡지 못하고 있는 여당의 현실에 대해 개탄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본궤도에 오른 22대 국회 첫 정기국회도 거대 야당의 법안 강행 처리에 이은 소수 여당의 표결 불참,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가 반복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19일 국회는 더불어민주당을 위시한 야당 단독으로 '김건희 여사·채상병 특검법', '지역화폐법'을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는 이번엔 하지 않고, 본회의 불참으로 대응했다. 본회의 연단에서 김건희 여사를 방어하기에는 부담감이 있었을 것이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결국 법안이 강행 처리되자 추경호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공개적으로 건의했다.
야당의 강행 처리로부터 대통령 거부권으로 이어지는 '쳇바퀴 정국'이 현실화한 것인데, 이는 정치적 득실로 따져봤을 때 민주당에 실보단 득이 클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여러 차례 거부권을 유도하면서 대통령이 입법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프레임을 부각하는 데 성공하지 않았느냐"고 했다. 전공의 이탈에 따른 의료 대란도 야당은 대정부 공격 수단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김민석 민주당 최고위원은 지난 18일 "추석 밥상 최대 화두는 의료대란과 분노였다"며 "국민의 분노가 임계점에 달해 심리적 정권교체가 시작된 초입 국면"이라고 했다. 이어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지난 19일 "(정부가) '정 안되면 의료민영화를 하면 된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연휴 기간 만난 주민들 사이에서 커졌다"고 거들었다.
이 와중에 정부·여당은 엇박자를 타면서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여·야·의·정 협의체'를 제안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연휴 기간 의료계와 접촉하는 등 진땀을 뺐지만, 대통령실은 같은 기간 우려했던 의료 대란이 일어나지 않았다는 점을 적극 홍보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지난 18일 "일부 우려처럼 우리 의료가 붕괴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면서 정부의 개혁 의사를 분명히 했다. 여당이 아무리 '유연한 입장'을 요구해도 정부의 태도는 '요지부동'이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야당이 김 여사를 정국의 핵으로 띄우고 있는 점도 정부·여당에 큰 부담이다. 다만 가장 큰 문제는 특검을 채운 사건들보다도, 특검을 반대하는 논리나 명분이 빈약하다는 데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여권 관계자는 "'특검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논리 말고는 김 여사 특검을 반대하거나 방어하기 쉽지 않다"며 "이번에 필리버스터를 하지 않은 것도 그런 이유에 따른 것 아니겠나"라고 분석했다. 속수무책 당하고 있는 작금의 정부·여당 상황은 지지율로 고스란히 나타났다. 한국갤럽(9월 10~12일, 유권자 1002명 대상,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 조사원 인터뷰,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 조사에 따르면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취임 후 최저치인 20%를 기록, 부정률은 70%로 취임 후 최고치를 찍었다. 덩달아 국민의힘 지지율도 28%로 정부 출범 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당정 지지율이 동반 추락하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 지지율은 소폭 상승한 33%였다.
반면 이재명 대표의 지지율은 오르며 한 대표를 따돌리는 데 성공하고 있다. 한국갤럽(9월 3~5일, 유권자 1001명 대상) 장래 대통령감 선호도 조사에서 이 대표는 26%, 한 대표는 14%로 집계됐다. 이 대표는 지난 7월 4주차 조사보다 4%포인트 올랐고, 한 대표는 5%포인트 내렸다. 두 사람의 선호도 차이가 두 자릿수까지 벌어진 것은 2023년 6월 첫째 주(5월 30일~6월 1일) 조사 이후 처음이다.
이제 정치권의 눈은 오는 24일로 예정된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도부의 만찬에 쏠리고 있다. 만찬에서는 지지율 동반 추락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는 의료 개혁 문제를 테이블 위에 올릴 예정이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제 더 이상 의원들이 눈치 보지 말고 소신 있게 당이나 정부에 해야 할 말을 해야 한다"고 했다. 한편, 기사에서 언급한 여론조사와 관련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