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보다 편해요"…대치동 키즈들, 편의점으로 달려가는 이유 [대치동 이야기 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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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 대치동 사람들이 바라본 대치동
편의점 사장님 눈에 비친 '길밥' '혼밥'하는 아이들
편의점 사장님 눈에 비친 '길밥' '혼밥'하는 아이들
‘사교육 1번지’의 대명사가 된 대치동 일대가 일터인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이곳에서 대치동 학생들과 부모들의 일상을 면밀히 지켜봐 왔다.
대치동 사람이면서도 대치동 사람이 아닌, '대치동'을 어느 정도 객관화해서 바라볼 수 있는 사람이란 얘기다. 학원가 주변의 수많은 식당과 카페, 그리고 병원들에 근무하는 사람들이 그렇다.
이들은 대치동 엄마들이 단순히 ‘쥐 잡듯’ 아이의 교육에만 투자하는 건 아니라고 얘기한다. 이들이 바라본 대치동은 어떤 모습일까. '대치동 이야기' 시리즈는 이번주부터 대치동에서 일하는 다양한 직군의 사람들이 바라본 대치동 사람들 이야기를 연재한다.
대치동 사람이면서도 대치동 사람이 아닌, '대치동'을 어느 정도 객관화해서 바라볼 수 있는 사람이란 얘기다. 학원가 주변의 수많은 식당과 카페, 그리고 병원들에 근무하는 사람들이 그렇다.
이들은 대치동 엄마들이 단순히 ‘쥐 잡듯’ 아이의 교육에만 투자하는 건 아니라고 얘기한다. 이들이 바라본 대치동은 어떤 모습일까. '대치동 이야기' 시리즈는 이번주부터 대치동에서 일하는 다양한 직군의 사람들이 바라본 대치동 사람들 이야기를 연재한다.
"사장님, 저 추석에 용돈 많이 받았어요. "
"편의점에 제가 좋아하는 노래 틀어주세요!"
19일 오후 3시에 찾은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편의점. 대도초등학교 6학년 김모군과 박모양은 하교하자마자 이 편의점을 찾았다. 이들은 편의점 점주 A씨와 오래 안 사이인 듯 아이다운 응석을 부렸다. A씨는 아이들의 물음에 웃으며 답하거나 장난을 쳤다. 준비했던 초콜릿을 꺼내 나눠주기도 했다.
A씨는 2년 전 다니던 회사를 관두고 대치동에 편의점을 열었다. 이후 매일 오후 1시부터 자정까지 11시간을 대치동에서 보냈다. 2년은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A씨는 대치동 학원가에 스며들었다. A씨를 인터뷰하는 시간 동안 약 스무명의 학생이 오고갔는데, 그는 대부분의 학생들과 서로 안부를 묻고, 개인적인 대화를 나눴다.
그는 매일 대치동 아이들이 '길밥'(길에서 밥을 먹는 것)하는 것을 지켜본다. 학생들이 짜투리 시간을 이용해 제대로 된 끼니 대신 편의점에서 간편식을 먹는 것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날 찾은 대치동에서 들른 5개의 편의점에서는 모두 초등학생, 중학생이 섞여 끼니를 때우고 있었다.
A씨는 대치동 편의점은 아이들에게 끼니 해결의 공간 이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편의점을 대치동 아이들의 ‘유일한 놀이터’라고 규정했다. A씨는 “여기 아이들은 돈이 아니라 시간이 부족하다"며 "편의점에서 이들에게 친구를 만나 놀기도 하고, 혼자서 생각을 정리하기도 하는, 학교와 학원에서 하지 못했던 것을 하는 공간”이라고 말했다.
이날 편의점에 방문한 초등학생 박양은 라면을 먹은 이후에도 편의점에 머무르며 A씨와 가위바위보를 하거나 농담을 나눴다. 다른 초등학생 무리는 핸드폰 게임을 하거나 노래에 맞춰서 춤을 췄다. 박양은 "오후 4시부터 오후 10시까지 과외와 학원이 연달아 있어 지금이 유일한 휴식 시간"이라며 "편의점은 집보다 편한 곳”이라고 설명했다.
대치동 학생들과 친해진 것은 A씨가 아이들을 좋아한 덕도 있었지만, 그가 꼽는 가장 큰 이유는 아이들이 관심을 필요로 했기 때문이다. 그에게 가장 인상이 깊었던 학생은 그림 재주가 있던 학생이다. A씨는 "자기가 그린 그림에 대해 관심 받지 못하던 아이가 어느 날 나에게 와서 자신의 작품을 보여줬다"며 "아이가 관심을 가지는 부분에 조금의 관심을 보였을 뿐인데 급속도로 가까워질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아이들을 관찰하다 보면 개개인마다 특출난 부분이 있다"며 "예컨대 두드러지게 말을 잘하고, 인간관계에 능숙한 아이들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대치동 학원에서 모두가 하루 종일 같은 공부를 하고 있다 보니 스스로 발견할 기회도 없고. 주변 어른들이 발견해주려고 하지도 않아 안타깝다"며 "아이다운 모습으로 스스로 하고 싶은 것을 탐색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혜인 기자 h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