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끝났다'…개미 뒤집어 놓은 보고서에 조목조목 반박 [이슈+]
외국계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의 SK하이닉스 매도 보고서가 국내 반도체주 주가를 흔들고 있다. 반도체 업황의 피크아웃(고점 찍고 하락) 시점이 당초 시장 예상보다 3개월~1년 빠르게 다가올 것이라고 경고했기 때문이다. 내년부터 고대역폭메모리(HBM)와 D램 반도체 공급 과잉 현상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국내외 증권사들은 그러나 반도체 업황 피크아웃을 논하기엔 너무 이른 시기라고 반박하고 있다. 20일 모건스탠리의 주장에 대해 반박한 내용을 담은 삼성과 미래에셋, 신영, NH, 노무라증권의 보고서 내용을 정리했다.

①HBM 공급 과잉 도래한다?

모건스탠리는 내년부터 HBM의 수요보다 공급이 많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황민성 삼성증권은 “SK하이닉스의 HBM 생산능력은 올해 말 월 13만장에서 내년 말 15만장 늘어나는 데 그칠 것”이라며 “계약이 완료된 물량만 생산하자는 기조”라고 말했다. 이어 “HBM 공급과잉이 예견된다면 엔비디아는 왜 삼성전자에 추가 공급을 받으려 하겠냐”고 반문했다. 노무라증권도 “일부 제조사의 생산차질 가능성을 고려하면 실제 공급 과잉은 발생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신영증권은 내년 HBM 수요와 공급량을 각각 220억기가바이트(GB), 190억GB로 예상했다. 공급 부족 현상이 지속할 것으로 내다봤다.

②D램 수요 부진?

모바일·PC 수요가 둔화되고 있다는 점에 모건스탠리는 주목하고 있다. AI 수요가 견조하더라도 전통 D램 가격이 하락하면서 실적도 내리막길을 걸을 거라는 예상이다. 대부분 증권사 애널리스트도 정보기술(IT) 수요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동의한다. 인공지능(AI) 기능이 탑재된 애플의 신제품이 출시되면 IT 기기 수요도 늘어날 것이라는 가정이 시장을 지배해왔다. 그러나 애플의 신제품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스마트폰·PC 수요는 시장 예상 수준을 하회하고 있다. 재고도 증가 중이다. 최근 국내 증권사 대부분이 3분기 국내 반도체 기업의 실적 예상치와 목표주가를 하향한 이유다.

그러나 HBM의 단수가 8단에서 12단으로 높아지고 수율 확보가 어려워지는만큼 D램 생산량은 더 줄어들 수 밖에 없다는 게 국내 증권사의 주장이다. 또한 전통 D램 수요 부진을 HBM 수요가 메꿔줄 수 있다는 전망이다. 박상욱 신영증권 연구원은 “HBM 생산 집중으로 인해 D램 공급도 자연히 부족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③중국 증설로 가격 급락?

중국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가 공격적으로 DDR4 생산 능력 확대에 나서면서 국내 반도체 기업은 중국 모바일 기업과 가격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다. 이에따라 반도체 현물 가격이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노무라증권은 그러나 “한국 반도체 기업은 이에 대비해 구형인 DDR4 생산량을 줄이고 DDR5 생산을 늘리는 등 유연하게 대처할 것”이라며 “필요하다면 전반적인 생산량도 조절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증권은 내년이 IT기기에 AI 서비스가 도입되는 ‘원년’인만큼 내년부터 반도체 탑재량이 증가할 수 있다고 점쳤다.

④주가 향방은?

SK하이닉스에 대한 주가 향방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미래에셋증권은 이날 목표주가 26만원을 유지했다. 내년 영업이익 증가율(71%)도 높게 잡았다. 김영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HBM 수익성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만큼 설령 겨울이 오더라도 가장 돋보일 종목”이라고 말했다.

당장 3분기 실적이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를 하회할 가능성이 높은만큼 연말까지 반등을 기다려볼만 하다는 의견도 있다. 황민성 연구원은 “미 대선이 끝나고 금리인하에 따른 경기 부양 효과가 나타나는 11월께 반등을 기대할만 하다”고 말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