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반포동 '아크리버파크' 전경. 사진=신경훈 기자
서울 서초구 반포동 '아크리버파크' 전경. 사진=신경훈 기자
주택시장에서 강남의 지위가 더욱 높아지고 있습니다. 래미안원베일리 30평대(전용면적 84㎡)의 가격이 60억원을 돌파했습니다. 서초구가 1988년 강남구에서 분리 신설된 점을 고려한다면 강남이라는 명칭을 사실상 강남구와 공유하는 중입니다.

서울에서 전문직 고소득자와 자산가들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지역으로 강남을 꼽습니다. 재산세 납부 기준 강남구와 서초구가 1, 2위를 차지합니다. 강남구와 서초구는 강남서초교육지원청이 관할하는 강남 8학군 지역으로 교육열이 높습니다. 서울시 자치구 중에서 재정자립도가 가장 높은 지역이기도 합니다.

강남 아파트에 자가 거주하는 중·고령가구를 대상으로 심층 인터뷰를 진행한 연구에 의하면 강남 주택수요는 주로 양질의 교육환경과 직장 접근성 때문이라는 인식이 강합니다. 인터뷰 응답자 10명 중 9명은 강남에 계속 거주하겠다고 답했습니다. 중·고령 가구에는 교육환경과 직장 접근성이 수요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지만, 강남에 계속 거주하기에 다른 이유가 있을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이러한 분석은 강남이 필요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일정 기간 머무르는 ‘경유지’인지, 아니면 계속 머무를 ‘종착지’인지에 대한 논란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경유지는 보통 중간이라는 명사를 앞에 두어 '중간 경유지'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합니다. 그만큼 머무른다는 개념보다는 스쳐 간다는 개념이 중요시됩니다.
사진=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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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에 정착한 분들과 이야기하면 처음부터 강남에 계속 살고자 하는 주택수요도 있지만 거주하다 보니 계속 살게 되었다는 분들도 많습니다. 타지역으로 이주한 지인들의 후회와 복귀로 인해 강남은 대체 불가능하다는 믿음이 견고해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양호한 교육 환경과 직장 접근성이 강남 주택시장 진입의 1차 요인은 될 수 있지만, 이렇게 진입에 성공한 상위 집단은 지역 내 또 다른 근린 환경 특성으로 인해 주거가 강화됩니다. 양질의 의료시설과 고급 소비문화 그리고 높은 사회적 신분(trophy asset)이 또 다른 환경적 특성을 만들어 낸다는 말입니다. 이 특성들이 강력한 구심력을 형성하여 여타 주택시장으로 이동을 막는 겁니다.

더욱 유의해야 할 사항은 현재 강남에 거주하는 가구들은 본인의 경험을 자녀 세대 또한 누리기를 희망한다는 점입니다. 본인과 함께 자녀들도 강남에 거주하기를 희망하기 때문에 주택수요는 계속 확대, 재생산될 수밖에 없습니다. 베이비부머와 MZ세대가 주거를 위해 경쟁하는 상황은 인구가 줄어들면서 주택가격이 하락하는 다른 지역과는 상반된 형태의 수요요인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자산가들이 강남을 떠나지 않는 이유는 일견 강남의 양호한 편의시설 때문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고소득·고학력 주민들이 집중된 커뮤니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따라서 강남의 주택수요는 투자라기보다는 실수요에 가깝습니다. 강남 주택가격이 오르지 않더라도 강남의 차별적 요소들로 인해 계속 거주하겠다는 분들이 많을 것이라는 의미입니다. 따라서 강남 주택수요를 투기로 간주하고 이를 막기 위한 시도는 강남 주택가격을 안정시키려는 방법으로는 작동하기 어렵습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美IAU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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