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인공지능(AI)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오픈AI의 임직원들이 회사를 떠나 새로운 기업을 세우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 2000년대 들어 정보기술(IT)업계를 주도한 ‘페이팔 마피아’에 빗대 ‘오픈AI 마피아’라는 용어까지 등장했다.
글로벌 인공지능 시장 쥐락펴락하는 '오픈AI 마피아'

○오픈AI 라이벌로 떠오른 앤스로픽

20일 글로벌 리서치 기업 CB인사이트에 따르면 오픈AI 출신이 세운 기업은 30곳에 이른다. 오픈AI는 2015년 12월 인류에게 이익을 주는 AI를 만든다는 취지로 처음 문을 열었다. 현재 최고경영자(CEO)인 샘 올트먼과 테슬라, 스페이스X 등을 창업한 일론 머스크, 수석 과학자를 맡았던 일리야 수츠케버 등이 공동 설립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창업 10년이 되지 않았지만, AI업계를 주도하고 있다. 현재 오픈AI의 기업가치는 1500억달러(약 200조원)로 추정된다.

오픈AI가 AI업계의 스타로 떠오르면서 오픈AI 출신이 퇴사한 이후 설립한 기업들도 주목받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기업은 2021년 설립한 앤스로픽이다. AI 챗봇 ‘클로드’를 개발해 오픈AI의 경쟁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아마존과 구글 등으로부터 대규모 투자를 유치했다. 앤스로픽은 오픈AI에서 연구 부문 부사장을 지낸 다리오 아모데이와 안전 정책 부사장이었던 다니엘라 아모데이 남매 등이 창업했다. 지난달에는 오픈AI의 공동 설립자 가운데 한 명인 존 슐만과 오픈AI에서 AI 안전 연구를 전문으로 담당했던 얀 레이케도 이 회사에 합류했다.

수츠케버가 올해 창업한 세이프슈퍼인텔리전스(SSI)는 직원이 10명에 불과한데도 10억달러(약 1조3000억원)의 투자를 유치하고 50억달러(약 6조50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수츠케버는 챗GPT와 GPT-4 개발을 주도했다. 하지만 지난해 올트먼 CEO를 해고하는 ‘쿠데타’를 주도한 이후 이 시도가 실패로 돌아가면서 올 5월 퇴사한 이후 SSI를 세웠다. 이 회사는 언젠가 다가올 수 있는 AI의 위협에 대비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로봇, 검색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

앤스로픽과 SSI가 오픈AI와 ‘노선 갈등’을 겪었다면 로봇 AI를 연구하는 코베리언트는 오픈AI에서 로봇 AI를 연구하기 위해 분사한 경우다. 오픈AI 연구원 출신인 피터 첸 등이 2017년 만든 코베리언트는 대규모언어모델(LLM)을 기반으로 로봇 AI를 연구해왔다. 3월 로봇용 파운데이션 모델인 RFM-1을 공개했고 최근 아마존에 인재 인수 방식으로 합병됐다.

머스크가 CEO를 맡은 xAI도 오픈AI와 구글 딥마인드의 연구원이었던 이고르 바부슈킨이 참여했다. 최근 한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AI 검색 기업 퍼플렉시티의 아라빈드 스리니바스 CEO는 창업 전 연구 과학자로 오픈AI에서 일했다.

업계에선 오픈AI에서 일한 경력이 AI 분야 전문성을 인증해주는 ‘징표’와 같다고 평가한다. 그만큼 투자 유치와 인재 영입, 파트너십 구축에서도 유리하다는 얘기다. 오픈AI 출신이 시장 전반으로 확산하면서 ‘오픈AI 마피아’의 영향력이 과거 ‘페이팔 마피아’를 뛰어넘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페이팔 마피아는 핀테크 기업 페이팔 출신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을 주도한 모습을 일컫는 표현이다.

페이팔의 첫 번째 CEO였던 머스크를 비롯해 팔란티어를 세운 피터 틸, 링크트인 창업자 리드 호프먼, 유튜브 공동 창업자 스티브 첸과 채드 헐리 등이 대표적이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