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자 선정과 관련한 부정행위를 수사 중인 경찰이 왕정홍 전 방위사업청장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지난해 6월부터 시작된 경찰 수사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다.

20일 경찰에 따르면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중대범죄수사과는 최근 직권남용 등 혐의로 왕 전 청장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방위사업청은 경기 과천시에 있어 관할인 수원지방검찰청 안양지청이 법원에 영장을 청구할 것으로 보인다.

왕 전 청장은 2020년 6000t급 미니 이지스함인 구축함 6척을 실전 배치하는 KDDX 사업과 관련해 기본설계 사업자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내부 규정을 바꿔 결과적으로 HD현대중공업에 특혜를 줬다는 의혹을 받는다.

사업자 선정 당시 HD현대중공업은 경쟁 업체인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이 방사청에 제출한 설계도를 빼돌린 의혹으로 조사를 받고 있었다. 그러나 방사청이 입찰공고를 내기 8개월 전인 2019년 9월 ‘제안서 평가 업무 지침’의 감점 규정이 돌연 삭제됐다. 이후 HD현대중공업은 대우조선해양을 0.056점 차이로 제치고 KDDX 기본설계 사업자로 선정됐다. 본격 수사에 들어간 경찰은 지난해 12월 왕 전 청장 자택 등 두 곳을 압수수색했고, 올 7월 그를 소환조사했다.

왕 전 청장 구속 여부는 지연되고 있는 KDDX 상세설계 사업자 선정 작업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방사청은 애초 지난 7월 사업자를 정할 계획이었지만 해당 건 수사를 포함, HD현대중공업 측과 한화오션 간 갈등이 심화하자 사업사 선정을 경찰의 수사 결과 발표 이후로 미룬 상태다. 왕 전 청장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일하는 법무법인 클라스한결에서 지난 5월부터 고문으로 근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이번 수사에 현대중공업 직원이 연루되지 않았다”며 “이번 사건과 당사는 무관하다”고 말했다.

조철오 기자 che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