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전국 광역·기초 지방자치단체가 하반기 들어 잇달아 상수도 요금을 인상하고 있다. 수돗물 생산비용 급증에도 수년째 요금이 동결돼 전국 곳곳에서 안정적인 수돗물 공급에 차질이 빚어져서다. 원가에 비해 요금이 턱없이 낮은 왜곡된 가격 구조가 노후 수도관 교체를 지연시킬 뿐 아니라 물 낭비를 조장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환경부에 따르면 부산시는 다음달 사용분부터 상수도 요금을 7% 인상할 계획이다. 요금 인상은 2018년 3월 이후 6년8개월 만이다. 부산시는 이번 인상을 포함해 2026년까지 상수도 요금을 총 23% 올리겠다는 계획이다.

울산시도 지난 7월부터 상수도 요금을 12.0% 인상했다. 지난해 11년 만에 요금을 올린 울산시는 내년에도 12.0% 추가 인상할 계획이다. 광주시는 오는 12월부터 2027년까지 매년 9.2% 요금을 인상한다. 2017년 이후 7년 만이다. 인천시는 연내 요금을 14.5% 인상할 예정이다. 광역 지자체뿐 아니라 기초 지자체도 상수도 요금을 줄줄이 인상하고 있다. 경기도 31개 시·군 중 12곳이 요금 인상 계획을 확정했다.

지자체들은 인건비, 약품비 등 수돗물 생산비용이 급증했는데 요금은 물가 관리 등을 이유로 수년째 동결돼 노후 수도관 교체·정비 재원을 감당할 수 없다고 호소하고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2022년 말 기준 전국 평균 수돗물 생산원가가 ㎥당 1027.5원인데 요금은 747.8원이다. 세계 주요국 평균 요금(1928원)을 크게 밑돈다.

싼 요금에 연간 10억t 물 낭비
국내선 ㎥당 수도요금 747.8원…가장 비싼 덴마크의 '6분의 1'

"年 7000억씩 버려진다"…수돗물 줄줄새는 이유에 '화들짝'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노후 수도관을 제때 정비하지 못해 팔당호 저수량의 네 배가 넘는 막대한 양의 수돗물이 매년 새어 나가고 있다. 해외 주요 국가 대비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돗물 요금 탓에 상수도 인프라 정비가 지연되고 물 낭비를 조장하는 악순환이 빚어진다는 분석이 나온다.

20일 환경부에 따르면 2022년 말 기준 전국 지자체 평균 수돗물 누수율은 9.9%다. 최근 10년간 가장 낮다. 지하에 매설된 상수도 관로 특성상 일정량의 누수는 불가피하다. 서울 지역 누수율은 1.6%로 세계 최저 수준이다.

비수도권은 상황이 다르다. 제주(42.4%)를 비롯해 경북(22.8%), 전북(20.8%), 강원(20.7%), 전남(19.8%) 등은 누수율이 높다. 누수량 기준 연간 10억2750만t으로, 팔당호 저수량(2억4400만t)의 네 배가 넘는다. 누수량에서 ㎥당 평균 생산원가(1027.5원)를 곱하면 산술적으로 매년 7000억원의 수돗물이 버려진다는 뜻이다.

누수율이 높은 것은 노후 상수도 관로 교체 및 정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지하에 매설된 관로는 누수를 막기 위해 지속적인 교체·관리가 필요하다. 그런데도 전국 지자체의 평균 관로 교체율은 매년 1%를 넘지 못한다. 환경부에 따르면 광역상수도 관로 5938㎞ 중 30년 이상 된 관로는 2030년 전체의 44%(2625㎞)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지자체는 노후 상수도관 교체에 투입할 재원이 부족하다고 하소연한다. 지자체는 지역 기업 및 가정에서 걷은 수도 요금을 활용해 상수도관을 교체한다. 하지만 2022년 말 기준 요금 현실화율은 72.8%에 불과하다. 통상 4인 가구가 매달 수돗물 20t을 쓴다고 할 때 100원을 인상하면 매달 2000원을 더 내야 한다. 지역 주민 반발을 의식해 섣불리 요금을 올리지 못한다는 게 지자체 설명이다. 정부도 물가 관리 차원에서 수도 요금 등 공공요금 인상을 억제해 왔다.

국내 수도 요금은 주요 국가와 비교해 매우 낮은 수준이다. 한국수자원공사에 따르면 ㎥당 수도 요금이 가장 비싼 국가는 덴마크로, 4205원이다. 독일은 3795원, 영국은 3412원, 미국은 2790원이다. 국내 요금(747.8원)과 세 배 이상 차이가 난다. 상대적으로 요금이 낮은 일본도 1230원이다.

이렇다 보니 국민 1인당 물 사용량이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2022년 기준 인당 하루 물 사용량은 305.6L로, 2014년 대비 9.1% 증가했다.

일부 기초지자체장이 상수도관 정비에 적극적이지 않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겉으로 파손이 드러나는 도로 등과 달리 지하에 매설된 상수도 관로는 눈에 보이지 않아 당장 교체하려는 의지가 덜하다”고 지적했다.

강경민/곽용희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