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조아라 기자
사진=조아라 기자
"밸류업 시작점은 우리 회사의 자본 비용이 얼마인지 인식하는 데서 출발합니다."

김우진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는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주최로 진행한 ‘밸류업 중간 평가, 무엇이 문제인가’ 세미나에서 "자기자본이익률(ROE)이 자기자본비용(COE)보다 높을 경우 주주환원을 줄이고 재투자를 늘리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며 "밸류업 정책이 무조건 다 배당하라는 얘기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자본비용은 투자자들이 기업의 자본조달 비용과 사업의 불확실성 위험에 상응해 기대하는 요구 수익률이다. 자기자본이익률이 자본비용을 밑도는 기업은 자본이 효율적으로 활용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밸류업 모범 사례로 메리츠금융지주가 언급됐다. 메리츠금융지주는 지난 7월 밸류업 공시에서 자본비용을 약 10% 수준으로 제시했다. 기업거버넌스포럼은 자본비용과 총주주수익률(TSR), 주주환원율, 자본초과수익 등 모든 핵심 지표가 밸류업 계획에 포함돼 있다며 메리츠금융지주를 '밸류업 모범생'으로 선정한 바 있다. 김 교수는 "궁극적으로 우리가 하고 싶은 것은 주주환원을 더 하든지, 아니면 재투자를 더 하든지 해서 기업가치를 높이는 것"이라며 "주주환원이 (자체가)목표는 아니다"라고 전했다.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에 있는 주주 충실의무가 대법원 확정판결로 일반 상장기업에는 부재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김규식 변호사는 "부동산투자회사법상 리츠를 인가할 때 주주에 대한 충실 의무가 잘 이행되고 있는지, 그 시스템을 갖췄는지를 심사하지만 일반 상장기업은 이같은 의무가 없다"며 상법 개정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밸류업 정책과 관련해 일반 투자자들과 소통 늘리겠다는 업계 관계자의 목소리도 나왔다. 천상영 신한금융지주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신한지주의 밸류업 핵심은 ROE와 주주환원율을 높이고 주식 수를 줄여 주당 가치를 높이겠다는 것"이라며 "이사회를 중심으로 투자자와 소통하는 자리를 만들어 밸류업 진행 상황을 투명하게 공유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날 세미나에는 김우진 교수와 김규식 변호사가 발제자로 나섰다. 이어 최준철 브이아이피자산운용 대표, 전종언 마이알파자산운용 한국 대표, 오연석 경기대학교 서비스경영전문대학원 교수, 천상영 신한금융지주 CFO 등이 패널 토론자로 참석했다.

조아라 기자 rrang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