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의정, 기싸움에 매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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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의정 협의체'가 구성도 되기 전에 곳곳에서 암초에 부딪히고 있다.
정부·여당을 중심으로 협의체를 구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의정 간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치킨게임'이 이어지는 데다 의사단체 내에서는 리더십에도 균열이 가고 있다.
이런 상황을 두고 의료계 안팎에서는 국회와 정부, 의사 집단이 '기 싸움'에 매몰돼 사태 해결이 늦어지고 있다는 질타의 목소리가 나온다.
◇ "정부부터 태도 바뀌어야" vs "의사단체, 합리적 의견 내달라"
22일 정부와 의료계 등에 따르면 지난 6일 정치권에서 처음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 제안이 나온 뒤 관련 논의는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정부와 의사단체들이 각각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은 채 대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계속해서 의사단체들에 의료 개혁에 관한 통일된 대안을 제시할 것을 요청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20일 브리핑에서 "의대 정원과 개혁 과제에 대해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하면 정부는 마음을 열고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의사단체들은 정부의 태도 변화가 먼저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의사단체들이 합리적 대안을 제시한다 해도, 정부가 이를 토대로 이룬 합의를 지키지 않을 것이라는 불신에서 나온 것이다.
대한의사협회(의협) 채동영 홍보이사 겸 부대변인은 연합뉴스에 "가장 중요한 대원칙은 전공의와 의대생들이 원하는 상황이 돼야 한다는 것"이라며 "의대 증원 백지화 등 이들의 요구사항 외에 (협의체를 통한) 합의가 이뤄졌을 때 그 합의가 지켜질 것이라는 보장이 있어야 전공의와 의대생들이 신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채 이사는 "정부가 여태 무수한 약속을 해놓고도 지키지 않았기에 전공의와 의대생들이 믿지 않는 것"이라며 "신뢰를 쌓으려면 우선 정부가 최소한의 태도 변화를 보여줘야 하는데, 지금 정부의 태도는 누가 봐도 그대로"라고 비판했다.
◇ 물밑 접촉도 '삐그덕'…전공의 대표, 한동훈 대표에 "신뢰 없어"
의사단체들 사이에서 대정부 협상의 핵심으로 꼽히는 전공의 단체 대표도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을 주도하는 여당 측에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동훈 당 대표와 국민의힘에 다시 한번 유감"이라며 "거짓과 날조 위에 신뢰를 쌓을 수는 없다"고 적었다.
이는 국민의힘 대변인이 한 라디오 방송에서 "한 대표가 비공식 채널을 통해 박 위원장과 줄곧 소통해오고 있고, 읍소 수준의 이야기를 전달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한 데 대한 비판이다.
박 위원장은 페이스북에 "당 대표 출마 전인 6월 초에도, 당 대표 당선 직후인 7월 말에도 언론에서 대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하던 한 대표는 지속해 만남을 거절했다"며 "읍소는커녕, 단 한 번 비공개 만남 이후 대전협은 한동훈 대표와 소통한 적 없다"고 남겼다.
지난달 하순 한 대표와 비공개로 만난 뒤 "복잡한 이번 사태의 본질을 세심히 살펴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을 설득해 주길 기대한다"고 했으나, 불과 한 달도 되지 않아 물밑 접촉이 어그러진 셈이다.
박 위원장에 이어 임현택 의협 회장도 한 대표를 만났지만, 아직 구체적인 논의의 밑그림은 그리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채동영 의협 이사는 "임 회장은 한 대표를 만나 특별히 구체적인 얘기 없이 현재 의료계 상황이나 의협의 인식 등을 공유했다"며 "정부의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는 등 원론적인 얘기가 오갔다"고 전했다.
◇ '법정 의사단체' 의협 회장 리더십 흔들…불신임 위기
전공의 단체와 여당 간 물밑 접촉이 뚜렷한 결과를 내놓지 못한 가운데 법정 의사단체인 의협의 임현택 회장이 리더십이 흔들릴 위기에 놓인 점도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박 위원장은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 비상대책위원장들과 함께 "어떤 테이블에도 임 회장과 같이 앉을 생각이 없다"면서 임 회장과 거리를 뒀다.
의협이 전공의와 의대생을 대표할 수 없으므로 독자 노선을 걷겠다고 선언한 셈이다.
더 나아가 최근 의사 사회에서는 임 회장의 불신임을 청원하기 위한 투표까지 등장했다.
투표 주최 측에 따르면 이달 12일 오후 1시 현재 투표에 참여한 1천283명 가운데 987명(76.9%)이 불신임에 찬성표를 던졌다.
투표는 이달 27일까지 진행되는데, 투표 결과에 급격한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 "눈치보기·기싸움 때문에 협의 늦어져" 질타 목소리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이 지연되자 정치적 수 싸움이 그 원인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의협은 의협대로, 정치권은 정치권대로 의료 공백을 시급히 해소하려 하기보다는, 섣불리 협의체 구성에 덤벼들었다가 더 많이 잃을 것을 두려워한다는 비판이다.
익명을 요청한 한 대형병원 교수는 우선 "각자 입장차가 너무 커서 협의체 구성이 쉽게 진전되지 않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그러나 한 걸음 물러서서 보면 이건 기 싸움"이라며 "의협회장도, 한동훈 대표도 내부의 시선 때문에 쉽게 움직이지 못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여권 입장에서는 (의사단체 요구대로) 증원을 무르자니 말도 안 되는 것이고, 의료계에서도 정부 책임자의 처벌이나 사과 없이 협의를 진행하자니 부담스러울 것"이라며 "여야의정 각자 내부 정치와 눈치보기 때문에 논의를 진전시키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조시형기자 jsh1990@wowtv.co.kr
정부·여당을 중심으로 협의체를 구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의정 간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치킨게임'이 이어지는 데다 의사단체 내에서는 리더십에도 균열이 가고 있다.
이런 상황을 두고 의료계 안팎에서는 국회와 정부, 의사 집단이 '기 싸움'에 매몰돼 사태 해결이 늦어지고 있다는 질타의 목소리가 나온다.
◇ "정부부터 태도 바뀌어야" vs "의사단체, 합리적 의견 내달라"
22일 정부와 의료계 등에 따르면 지난 6일 정치권에서 처음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 제안이 나온 뒤 관련 논의는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정부와 의사단체들이 각각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은 채 대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계속해서 의사단체들에 의료 개혁에 관한 통일된 대안을 제시할 것을 요청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20일 브리핑에서 "의대 정원과 개혁 과제에 대해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하면 정부는 마음을 열고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의사단체들은 정부의 태도 변화가 먼저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의사단체들이 합리적 대안을 제시한다 해도, 정부가 이를 토대로 이룬 합의를 지키지 않을 것이라는 불신에서 나온 것이다.
대한의사협회(의협) 채동영 홍보이사 겸 부대변인은 연합뉴스에 "가장 중요한 대원칙은 전공의와 의대생들이 원하는 상황이 돼야 한다는 것"이라며 "의대 증원 백지화 등 이들의 요구사항 외에 (협의체를 통한) 합의가 이뤄졌을 때 그 합의가 지켜질 것이라는 보장이 있어야 전공의와 의대생들이 신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채 이사는 "정부가 여태 무수한 약속을 해놓고도 지키지 않았기에 전공의와 의대생들이 믿지 않는 것"이라며 "신뢰를 쌓으려면 우선 정부가 최소한의 태도 변화를 보여줘야 하는데, 지금 정부의 태도는 누가 봐도 그대로"라고 비판했다.
◇ 물밑 접촉도 '삐그덕'…전공의 대표, 한동훈 대표에 "신뢰 없어"
의사단체들 사이에서 대정부 협상의 핵심으로 꼽히는 전공의 단체 대표도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을 주도하는 여당 측에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동훈 당 대표와 국민의힘에 다시 한번 유감"이라며 "거짓과 날조 위에 신뢰를 쌓을 수는 없다"고 적었다.
이는 국민의힘 대변인이 한 라디오 방송에서 "한 대표가 비공식 채널을 통해 박 위원장과 줄곧 소통해오고 있고, 읍소 수준의 이야기를 전달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한 데 대한 비판이다.
박 위원장은 페이스북에 "당 대표 출마 전인 6월 초에도, 당 대표 당선 직후인 7월 말에도 언론에서 대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하던 한 대표는 지속해 만남을 거절했다"며 "읍소는커녕, 단 한 번 비공개 만남 이후 대전협은 한동훈 대표와 소통한 적 없다"고 남겼다.
지난달 하순 한 대표와 비공개로 만난 뒤 "복잡한 이번 사태의 본질을 세심히 살펴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을 설득해 주길 기대한다"고 했으나, 불과 한 달도 되지 않아 물밑 접촉이 어그러진 셈이다.
박 위원장에 이어 임현택 의협 회장도 한 대표를 만났지만, 아직 구체적인 논의의 밑그림은 그리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채동영 의협 이사는 "임 회장은 한 대표를 만나 특별히 구체적인 얘기 없이 현재 의료계 상황이나 의협의 인식 등을 공유했다"며 "정부의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는 등 원론적인 얘기가 오갔다"고 전했다.
◇ '법정 의사단체' 의협 회장 리더십 흔들…불신임 위기
전공의 단체와 여당 간 물밑 접촉이 뚜렷한 결과를 내놓지 못한 가운데 법정 의사단체인 의협의 임현택 회장이 리더십이 흔들릴 위기에 놓인 점도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박 위원장은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 비상대책위원장들과 함께 "어떤 테이블에도 임 회장과 같이 앉을 생각이 없다"면서 임 회장과 거리를 뒀다.
의협이 전공의와 의대생을 대표할 수 없으므로 독자 노선을 걷겠다고 선언한 셈이다.
더 나아가 최근 의사 사회에서는 임 회장의 불신임을 청원하기 위한 투표까지 등장했다.
투표 주최 측에 따르면 이달 12일 오후 1시 현재 투표에 참여한 1천283명 가운데 987명(76.9%)이 불신임에 찬성표를 던졌다.
투표는 이달 27일까지 진행되는데, 투표 결과에 급격한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 "눈치보기·기싸움 때문에 협의 늦어져" 질타 목소리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이 지연되자 정치적 수 싸움이 그 원인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의협은 의협대로, 정치권은 정치권대로 의료 공백을 시급히 해소하려 하기보다는, 섣불리 협의체 구성에 덤벼들었다가 더 많이 잃을 것을 두려워한다는 비판이다.
익명을 요청한 한 대형병원 교수는 우선 "각자 입장차가 너무 커서 협의체 구성이 쉽게 진전되지 않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그러나 한 걸음 물러서서 보면 이건 기 싸움"이라며 "의협회장도, 한동훈 대표도 내부의 시선 때문에 쉽게 움직이지 못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여권 입장에서는 (의사단체 요구대로) 증원을 무르자니 말도 안 되는 것이고, 의료계에서도 정부 책임자의 처벌이나 사과 없이 협의를 진행하자니 부담스러울 것"이라며 "여야의정 각자 내부 정치와 눈치보기 때문에 논의를 진전시키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조시형기자 jsh1990@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