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주간 실업청구건수가 뭐길래…세계 증시까지 살리나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주간 실업청구건수
일자리 잃은 노동자
실업급여 청구 때 반영
중하위 계층 살림 확인
대표 경제지표 아니지만
주식 투자자에 의미 커
체감형 경제지표
한은도 개발해야
일자리 잃은 노동자
실업급여 청구 때 반영
중하위 계층 살림 확인
대표 경제지표 아니지만
주식 투자자에 의미 커
체감형 경제지표
한은도 개발해야
경제지표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범위에 따라 거시와 미시, 분야별로는 성장·물가·고용·국제수지, 경제활동 주체별로는 정부·기업·국민, 일상생활에 와닿는 정도를 측정하는 체감지표 등 기준에 따라 거의 무한대로 구분할 수 있다.
지금까지 경제를 진단하고 예측하는 데는 대표성을 띤 경제지표가 주로 활용돼 왔다. 경제학 교과서와 각종 투자 지침서는 대표 지표를 중심으로 기술됐다. 경제정책이나 경영계획을 수립할 때도 마찬가지다. 이런 관행이 오랫동안 지속되다 보니 대표 지표 외에 다른 지표는 아예 없는 것으로 생각하는 이도 의외로 많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디지털화가 급진전하면서 경제지표의 유용성과 생명력이 달라지고 있다. 경기 순환상 ‘주기의 단축화’와 ‘진폭의 순응성’은 날로 심해지는 추세다. 통계기관에서 공식적으로 발표하는 경제지표 외에 주변에서 경기 상황을 가늠할 수 있는 대리지표(proxy)가 많아졌다. 네트워킹과 팬 차트 효과로 공식 지표 간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기 때문이다.
‘뉴노멀’이라고 불리는 이런 통계 여건에서는 그때그때 의문점을 풀어주는 신속성과 일상생활의 체감성을 가진 경제지표일수록 유용성과 생명력이 있다. 하지만 대표성을 띤 경제지표일수록 각 주(미국의 경우)에서 보고한 기초 자료를 토대로 의미 있는 통계를 산출해 발표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고 피부에 잘 와닿지도 않는다. 지난 7월 미국의 실업률이 4.3%로 높게 나오자 경기 침체 우려가 엄습해 나스닥지수가 하루에 1000포인트 폭락하는 8·4 쇼크가 발생했다. 국내 증시에서도 사이드카와 서킷 브레이커가 동시에 발동되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났다. 한 치 앞도 안 보이는 상황에서 8월 둘째주 이후 주간 실업청구 건수가 3주 연속 감소세로 나오자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 증시가 정상을 되찾았다.
고용 지표로 널리 알려진 건 단연 실업률이다. 하지만 이 지표는 산출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 데다 개념도 모호하다. 실업률을 산출하는 공식에서 분자에 들어가는 항목은 비자발적 실업자 수(분모는 경제활동인구)다. 지난 7월처럼 자연재해 등으로 갑자기 노동시장에 참여하는 사람이 급증했는데 수급상 불일치로 일자리가 주어지지 않아 비자발적 실업자가 늘어났다면 과연 경기 침체로 볼 수 있을까.
주간 실업청구 건수는 다르다. 실업률처럼 대표성을 띠지 않지만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가 실업급여를 청구만 하면 수치에 반영된다. 실업수당만큼 피부에 와닿는 지표도 없다. 디지털 시대에 노동시장에서 설 자리가 없어지는 중하위 계층일수록 더 그렇다. 같은 후행지표라고 하더라도 선행성을 갖고 있어 주식 투자자에게는 의미가 더 크다.
주간 실업청구 건수의 유용성과 생명력은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직후 다시 한번 입증됐다. 회의 직전까지 기준금리를 베이비컷(0.25%포인트 인하)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빅컷(0.5%포인트 인하)이 단행됐다.
금리 인하가 증시에 반드시 호재인 것은 아니다. 경기 침체 우려 없이 시장금리와의 격차 등을 해소하는 미들 사이클 조정이라면 호재다. 1998년이 대표적인 사례로 첫 금리 인하 이후 1년 동안 S&P500지수가 20% 급등했다. 반면 경기 침체 국면 진입을 확인시켜주는 빅 사이클 조정이라면 악재다. 2007년의 경우로 S&P500지수가 20% 폭락했다.
이번 빅컷 단행이 올바른 판단이었는지를 두고 시장에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주가는 떨어지고 달러 가치가 강세를 띠는 가운데 정책금리에 가장 민감한 2년 만기 국채 금리마저 올랐다. 베이비컷을 주장한 미국 중앙은행(Fed) 인사를 중심으로 성급한 빅컷으로 어렵게 잡은 물가가 다시 오르는 ‘볼커의 실수’(Volker’s failure)가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왔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빅컷을 단행한 것은 앞으로 닥칠 경기 침체에 대한 선제 조치라고 강조했지만 시장은 동조하지 않았다. 피벗 필요성이 제기된 지 2년이 지났고, 선제 조치라면 7월 FOMC 회의에서 베이비컷이라도 추진했어야 8·4 쇼크를 방지할 수 있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9월 FOMC 결과를 놓고도 물가가 목표치를 웃도는 여건에서 빅컷보다 베이비컷을 추진했으면 경기 침체와 볼커의 실수 우려를 동시에 잡을 수 있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Fed가 빅컷을 단행함에 따라 결과적으로 피벗이 가장 늦어진 한국은행도 물가 등 대표 경제지표에만 집착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디지털 시대에 맞게 신속성과 정확성을 갖추고 있으면서 국민이 쉽게 체감할 수 있는 경제지표를 개발해야 한다. 특정 지표만 잡는 데 집착하는 ‘프레임(frame)’에 갇히기보다 일상에 파고드는 ‘플레이밍 효과’(flaming effect)를 지향해줄 것을 당부한다.
지금까지 경제를 진단하고 예측하는 데는 대표성을 띤 경제지표가 주로 활용돼 왔다. 경제학 교과서와 각종 투자 지침서는 대표 지표를 중심으로 기술됐다. 경제정책이나 경영계획을 수립할 때도 마찬가지다. 이런 관행이 오랫동안 지속되다 보니 대표 지표 외에 다른 지표는 아예 없는 것으로 생각하는 이도 의외로 많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디지털화가 급진전하면서 경제지표의 유용성과 생명력이 달라지고 있다. 경기 순환상 ‘주기의 단축화’와 ‘진폭의 순응성’은 날로 심해지는 추세다. 통계기관에서 공식적으로 발표하는 경제지표 외에 주변에서 경기 상황을 가늠할 수 있는 대리지표(proxy)가 많아졌다. 네트워킹과 팬 차트 효과로 공식 지표 간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기 때문이다.
‘뉴노멀’이라고 불리는 이런 통계 여건에서는 그때그때 의문점을 풀어주는 신속성과 일상생활의 체감성을 가진 경제지표일수록 유용성과 생명력이 있다. 하지만 대표성을 띤 경제지표일수록 각 주(미국의 경우)에서 보고한 기초 자료를 토대로 의미 있는 통계를 산출해 발표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고 피부에 잘 와닿지도 않는다. 지난 7월 미국의 실업률이 4.3%로 높게 나오자 경기 침체 우려가 엄습해 나스닥지수가 하루에 1000포인트 폭락하는 8·4 쇼크가 발생했다. 국내 증시에서도 사이드카와 서킷 브레이커가 동시에 발동되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났다. 한 치 앞도 안 보이는 상황에서 8월 둘째주 이후 주간 실업청구 건수가 3주 연속 감소세로 나오자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 증시가 정상을 되찾았다.
고용 지표로 널리 알려진 건 단연 실업률이다. 하지만 이 지표는 산출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 데다 개념도 모호하다. 실업률을 산출하는 공식에서 분자에 들어가는 항목은 비자발적 실업자 수(분모는 경제활동인구)다. 지난 7월처럼 자연재해 등으로 갑자기 노동시장에 참여하는 사람이 급증했는데 수급상 불일치로 일자리가 주어지지 않아 비자발적 실업자가 늘어났다면 과연 경기 침체로 볼 수 있을까.
주간 실업청구 건수는 다르다. 실업률처럼 대표성을 띠지 않지만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가 실업급여를 청구만 하면 수치에 반영된다. 실업수당만큼 피부에 와닿는 지표도 없다. 디지털 시대에 노동시장에서 설 자리가 없어지는 중하위 계층일수록 더 그렇다. 같은 후행지표라고 하더라도 선행성을 갖고 있어 주식 투자자에게는 의미가 더 크다.
주간 실업청구 건수의 유용성과 생명력은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직후 다시 한번 입증됐다. 회의 직전까지 기준금리를 베이비컷(0.25%포인트 인하)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빅컷(0.5%포인트 인하)이 단행됐다.
금리 인하가 증시에 반드시 호재인 것은 아니다. 경기 침체 우려 없이 시장금리와의 격차 등을 해소하는 미들 사이클 조정이라면 호재다. 1998년이 대표적인 사례로 첫 금리 인하 이후 1년 동안 S&P500지수가 20% 급등했다. 반면 경기 침체 국면 진입을 확인시켜주는 빅 사이클 조정이라면 악재다. 2007년의 경우로 S&P500지수가 20% 폭락했다.
이번 빅컷 단행이 올바른 판단이었는지를 두고 시장에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주가는 떨어지고 달러 가치가 강세를 띠는 가운데 정책금리에 가장 민감한 2년 만기 국채 금리마저 올랐다. 베이비컷을 주장한 미국 중앙은행(Fed) 인사를 중심으로 성급한 빅컷으로 어렵게 잡은 물가가 다시 오르는 ‘볼커의 실수’(Volker’s failure)가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왔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빅컷을 단행한 것은 앞으로 닥칠 경기 침체에 대한 선제 조치라고 강조했지만 시장은 동조하지 않았다. 피벗 필요성이 제기된 지 2년이 지났고, 선제 조치라면 7월 FOMC 회의에서 베이비컷이라도 추진했어야 8·4 쇼크를 방지할 수 있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9월 FOMC 결과를 놓고도 물가가 목표치를 웃도는 여건에서 빅컷보다 베이비컷을 추진했으면 경기 침체와 볼커의 실수 우려를 동시에 잡을 수 있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Fed가 빅컷을 단행함에 따라 결과적으로 피벗이 가장 늦어진 한국은행도 물가 등 대표 경제지표에만 집착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디지털 시대에 맞게 신속성과 정확성을 갖추고 있으면서 국민이 쉽게 체감할 수 있는 경제지표를 개발해야 한다. 특정 지표만 잡는 데 집착하는 ‘프레임(frame)’에 갇히기보다 일상에 파고드는 ‘플레이밍 효과’(flaming effect)를 지향해줄 것을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