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울렛 출점 대신 리뉴얼…부산·수도권서 격돌
이탈리아 토스카나 지역의 동굴 와인 저장고를 본뜬 와인 전문관, 영국 런던 코번트가든을 닮은 대형 푸드코트, 인공 파도 위에서 서핑을 즐길 수 있는 464㎡ 규모 실내 서핑숍…. 최근 국내 프리미엄 아울렛에 들어선 매장들이다.

유통 ‘빅3’(롯데·신세계·현대)의 프리미엄 아울렛 리뉴얼 경쟁이 치열하다. 전국 15개 아울렛 중 올해 리뉴얼 공사를 마친 곳만 7곳에 이른다. 2010년대 급성장한 아울렛 시장이 정체기에 들어서자 새 매장을 내기보다 리뉴얼을 통해 점포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하는 모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아울렛 출점 대신 리뉴얼…부산·수도권서 격돌

리뉴얼 격전지 부산

22일 업계에 따르면 부산 기장의 대표 프리미엄 아울렛 두 곳이 최근 나란히 새단장을 마쳤다. 부산 지역 매출 1등 아울렛이자 국내 최대 규모 아울렛인 롯데프리미엄아울렛 동부산점(사진)이 지난달, 2013년 개점 이후 첫 대규모 확장 공사를 한 신세계 부산프리미엄아울렛이 이달 각각 재개장했다. 롯데 동부산점은 4628㎡ 대규모 휴식 문화공간을 조성해 가족 단위 방문객을 정조준했다. 11년 만의 리뉴얼에 1500억원 가까이 투입한 신세계 부산점은 영업면적을 기존보다 50% 확장한 5만1480㎡로 키웠고, 브랜드 수도 170여 개에서 270여 개로 대폭 늘렸다.

수도권 프리미엄 아울렛도 올 들어 줄줄이 공사를 마쳤다. 신세계 파주프리미엄아울렛을 시작으로 롯데프리미엄아울렛 파주·기흥점, 현대프리미엄아울렛 김포·송도점이 올해 리뉴얼을 단행했다. 공통분모는 ‘몰링화’다. 몰링화란 대형 복합 쇼핑몰에서 쇼핑뿐만 아니라 먹고 놀며 여가 시간을 보내는 것을 뜻한다. 아울렛들은 MZ세대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맛집을 모아놓은 초대형 식음료(F&B) 공간, 다양한 팝업 행사를 열 수 있는 야외 광장·정원 등을 들이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 유치도

프리미엄 아울렛이 출점보다 리뉴얼에 집중하는 것은 시장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프리미엄 아울렛 시장이 태동한 건 2007년 미국 부동산회사 사이먼프로퍼티그룹과 신세계의 합작법인인 신세계사이먼이 경기 여주에 프리미엄 아울렛을 열면서다. 이후 롯데와 현대도 프리미엄 아울렛을 개점하며 2010년대 시장이 빠르게 팽창했다.

국내 신세계·롯데·현대의 프리미엄 아울렛 수는 총 15개다. 이 중 절반이 넘는 8개가 2010년대 지어졌다. 2020년대 들어서는 2020년 2곳(현대 대전·스페이스원점), 2021년 2곳(롯데 의왕점, 신세계 제주점)이 문을 연 뒤 출점이 멈췄다.

최근 들어 매출 증가세도 둔화하고 있다. 2010년대 연간 20~40%에 달하던 프리미엄 아울렛의 매출 증가율은 최근 한 자릿수로 뚝 떨어졌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수도권에만 아울렛이 10개 가까이 있을 정도로 시장이 꽉 찼다”고 했다.

매출을 끌어올리기 위해 최근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도 나섰다. 주요 프리미엄 아울렛은 면세 카운터를 설치하고 외국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과 가까운 현대아울렛 김포점은 외국인 방문객이 많이 찾는 대표 점포로 꼽힌다. 2022년 2.5%이던 외국인 매출 비중은 지난해 7.1%, 올해(1~8월) 7.4%로 커졌다.

양지윤 기자 y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