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원전 덤핑 수주?…정부 "가짜 뉴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지난 7월 한국수력원자력이 주축이 된 '팀코리아'는 총 사업비 24조원 규모의 체코 신규 원전 건설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프랑스 전력공사(EDF)와 2파전으로 진행됐던 수주전에서 팀코리아는 가격경쟁력과 시공능력, 기술력면에서 EDF를 앞선 것으로 전해진다.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이후 15년 만의 원전 수출 가능성에 윤석열 대통령도 직접 체코를 방문해 페트로 파벨 대통령과 페트르 피알라 총리를 만나 전방위적 세일즈 외교를 펼쳤다.
파벨 대통령이 지난 19일(현지시간) 윤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한수원의 최종 수주에 낙관적이다"라고 언급하는 등 내년 3월 최종 계약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지만 국내에선 저가 수주 논란이 제기된다.
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 등 범야권은 "체코 언론들은 윤 정부가 덤핑가격을 제시했다고 지적한다"면서 "이대로 가면 수조 원대 손실이 발생해 국민 혈세를 쏟아 부어야 할지도 모른다"고 주장하고 있다.
◆ 낮은 건설단가는 경쟁력
체코 언론의 보도를 근거로 한 덤핑 수주 지적에 대해 정부는 "전혀 근거없는 엉터리 가짜뉴스"라고 일축한다. 우리가 경쟁국인 프랑스보다 낮은 건설비를 제시했지만, 이는 우리 원전 건설 단가가 낮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세계원자력협회(WNA)에 따르면 2021년 기준 한국의 원전 건설 단가는 1㎾당 3571달러로, 체코 원전을 두고 마지막까지 경쟁했던 프랑스 7931달러의 절반도 안 된다. 중국(4174달러), 미국(5833달러), 러시아(6250달러) 보다도 월등히 낮다.
가격 경쟁력이 높은 것을 덤핑이라고 하는 것은 왜곡이라는 얘기다. 정부는 우리 가격경쟁격은 기술력에 기반한 것이라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우리나라는 수십 년에 걸쳐 원전 핵심 설비의 국산화를 이루었고, 국내에 28개, UAE에 4개의 원전 건설을 완료했다.
◆ 체코 사업비 24조원, 폴란드 보다 높아
또 체코 신규 원전의 사업비 24조원에 대해서도 업계에서는 결코 낮은 가격이 아니라고 평가한다.
지난 2022년 미국 기업 웨스팅하우스가 따낸 폴란드 1단계 신규 원전사업의 경우 사업비가 400억(53조원) 달러 규모로, 6∼9GW(기가와트) 규모의 원전 6기를 건설하는 프로젝트였다.
이번 체코의 경우 1000MW(메가와트) 규모의 두코바니 원전 2기, 총 2GW에 24조원 정도를 책정한 만큼 오히려 같은 유럽 국가인 폴란드의 사업비 보다 최소 30%이상 높다.
15년전 우리가 따냈던 UAE 바라카 원전 사업비는 4기에 23조원. 물가 상승률 등을 감안해도 체코 원전 사업비 2기 24조원이 덤핑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지난해 착공한 국내 원전 신한울 3, 4호기는 총 11조7천억원이었다. 역시 인건비, 인허가 절차 비용 등 해외 사업에 따른 추가 비용을 감안해도 체코 원전은 적절한 가격이라는 분석이다.
정동욱 중앙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원전은 가치가 높기 때문에 싸다고 해서 꼭 선택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현지 환경, 국내 수송 비용, 설계 변경 비용 등 감안해도 이번 체코 신규 원전은 적정 가격"이라고 말했다.
◆ 사업비 60%는 현지 기업이 가져가서 남는게 없다?
원전 건설 사업 시 60%는 체코 현지 기업이 참여한다는 조건을 내건 것도 계약을 따내기 위해 무리한 것이란 비판도 나온다.
두코바니 원전 건설 전체 프로젝트는 체코 전력공사가 주관하지만 발전소 설계(engineering), 기자재·부품 구매·조달하고(procurement), 시공(construction)하는 EPC는 한수원 컨소시엄이 담당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총 사업비의 85% 정도가 EPC의 수주 금액이 되는데 이중 40%만 우리 기업들에게 기회가 올 수 있다는 계산이다.
하지만 해외 사업을 할 경우 현지 기업과 인력을 활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허민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어떤 나라도 해외 수주를 할 때 최소 40%에서 장기적으로 70%까지 현지 조달하겠다는 조건으로 계약을 한다"며 "최근에 맺어진 원전 계약은 다 이런 방식으로 맺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핵심 부분을 우리가 얼마나 맡아서 할 수 있느냐에 대한 부분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장관도 체코 신규 원전 건설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한수원이 선정된 후 가진 브리핑에서 "현지 기업 참여율 자체는 프랑스 측에서 제안한 수치가 더 높았다"며 "수치가 중요한 게 아니라 핵심 기자재 관련인지, 체코 산업계에 실제로 도움이 되는지가 중요한 변수인데 한수원이 이번에 협력 관계를 잘 만들어 좋은 안을 제시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두산스코다파워로부터 터빈을 공급받기로 해 현지화율의 상당 부분 도움 받을 계획이다. 두산스코다파워는 두산에너빌리티가 2009년 인수한 체코 현지 법인이다.
◆ "파급 효과도 감안해야"
24조원은 두코바니 신규 원전에 건설에 대한 사업비일 뿐 향후 운영비, 핵연료 사업까지 감안하면 수익성은 더 커질 전망이다.
통상 60년 정도인 원전 운영·관리 사업에서 건설비 이상의 경제적 효과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바라카 원전의 경우 우리나라와 UAE는 원전의 지속 가능한 운영을 지원하기 위한 합작 투자 계약을 체결한 바 있는데, 당시 우리나라는 60년 동안 총 54조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전망했다.
여기에 더해 체코가 테믈린 원전 2기 건설을 확정할 경우 우리나라에 우선협상권을 주는 옵션도 제공해 추가 수주 가능성도 열려 있다. 테믈린 원전 까지 수주할 경우 총 사업비는 4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또 체코 원전 수주를 발판 삼아 다른 유럽 국가들로도 진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탈원전을 선언했던 많은 유럽 국가들이 에너지 수급 문제 등으로 다시 원전으로 유턴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회를 잡겠다는 것이다.
당장 파벨 체코 대통령도 "폴란드, 슬로베니아, 슬로바키아 등에서 원전 개발 계획이 있다"며 "이 때문에 우리가 한국과 협력할 잠재력이 크고, 제3국 시장 진출을 같이 도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원전을 기반으로 경제 협력과 인적 교류에서도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
정동욱 교수는 "원전을 중심으로 주변 산업의 파급 효과도 기대해 볼 수 있다"며 "원전을 지으면 전력망 투자가 필요한데 우리나라 기업들이 또 다른 기회를 창출해 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임동진기자 djlim@wowtv.co.kr
프랑스 전력공사(EDF)와 2파전으로 진행됐던 수주전에서 팀코리아는 가격경쟁력과 시공능력, 기술력면에서 EDF를 앞선 것으로 전해진다.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이후 15년 만의 원전 수출 가능성에 윤석열 대통령도 직접 체코를 방문해 페트로 파벨 대통령과 페트르 피알라 총리를 만나 전방위적 세일즈 외교를 펼쳤다.
파벨 대통령이 지난 19일(현지시간) 윤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한수원의 최종 수주에 낙관적이다"라고 언급하는 등 내년 3월 최종 계약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지만 국내에선 저가 수주 논란이 제기된다.
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 등 범야권은 "체코 언론들은 윤 정부가 덤핑가격을 제시했다고 지적한다"면서 "이대로 가면 수조 원대 손실이 발생해 국민 혈세를 쏟아 부어야 할지도 모른다"고 주장하고 있다.
◆ 낮은 건설단가는 경쟁력
체코 언론의 보도를 근거로 한 덤핑 수주 지적에 대해 정부는 "전혀 근거없는 엉터리 가짜뉴스"라고 일축한다. 우리가 경쟁국인 프랑스보다 낮은 건설비를 제시했지만, 이는 우리 원전 건설 단가가 낮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세계원자력협회(WNA)에 따르면 2021년 기준 한국의 원전 건설 단가는 1㎾당 3571달러로, 체코 원전을 두고 마지막까지 경쟁했던 프랑스 7931달러의 절반도 안 된다. 중국(4174달러), 미국(5833달러), 러시아(6250달러) 보다도 월등히 낮다.
가격 경쟁력이 높은 것을 덤핑이라고 하는 것은 왜곡이라는 얘기다. 정부는 우리 가격경쟁격은 기술력에 기반한 것이라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우리나라는 수십 년에 걸쳐 원전 핵심 설비의 국산화를 이루었고, 국내에 28개, UAE에 4개의 원전 건설을 완료했다.
◆ 체코 사업비 24조원, 폴란드 보다 높아
또 체코 신규 원전의 사업비 24조원에 대해서도 업계에서는 결코 낮은 가격이 아니라고 평가한다.
지난 2022년 미국 기업 웨스팅하우스가 따낸 폴란드 1단계 신규 원전사업의 경우 사업비가 400억(53조원) 달러 규모로, 6∼9GW(기가와트) 규모의 원전 6기를 건설하는 프로젝트였다.
이번 체코의 경우 1000MW(메가와트) 규모의 두코바니 원전 2기, 총 2GW에 24조원 정도를 책정한 만큼 오히려 같은 유럽 국가인 폴란드의 사업비 보다 최소 30%이상 높다.
15년전 우리가 따냈던 UAE 바라카 원전 사업비는 4기에 23조원. 물가 상승률 등을 감안해도 체코 원전 사업비 2기 24조원이 덤핑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지난해 착공한 국내 원전 신한울 3, 4호기는 총 11조7천억원이었다. 역시 인건비, 인허가 절차 비용 등 해외 사업에 따른 추가 비용을 감안해도 체코 원전은 적절한 가격이라는 분석이다.
정동욱 중앙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원전은 가치가 높기 때문에 싸다고 해서 꼭 선택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현지 환경, 국내 수송 비용, 설계 변경 비용 등 감안해도 이번 체코 신규 원전은 적정 가격"이라고 말했다.
◆ 사업비 60%는 현지 기업이 가져가서 남는게 없다?
원전 건설 사업 시 60%는 체코 현지 기업이 참여한다는 조건을 내건 것도 계약을 따내기 위해 무리한 것이란 비판도 나온다.
두코바니 원전 건설 전체 프로젝트는 체코 전력공사가 주관하지만 발전소 설계(engineering), 기자재·부품 구매·조달하고(procurement), 시공(construction)하는 EPC는 한수원 컨소시엄이 담당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총 사업비의 85% 정도가 EPC의 수주 금액이 되는데 이중 40%만 우리 기업들에게 기회가 올 수 있다는 계산이다.
하지만 해외 사업을 할 경우 현지 기업과 인력을 활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허민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어떤 나라도 해외 수주를 할 때 최소 40%에서 장기적으로 70%까지 현지 조달하겠다는 조건으로 계약을 한다"며 "최근에 맺어진 원전 계약은 다 이런 방식으로 맺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핵심 부분을 우리가 얼마나 맡아서 할 수 있느냐에 대한 부분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장관도 체코 신규 원전 건설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한수원이 선정된 후 가진 브리핑에서 "현지 기업 참여율 자체는 프랑스 측에서 제안한 수치가 더 높았다"며 "수치가 중요한 게 아니라 핵심 기자재 관련인지, 체코 산업계에 실제로 도움이 되는지가 중요한 변수인데 한수원이 이번에 협력 관계를 잘 만들어 좋은 안을 제시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두산스코다파워로부터 터빈을 공급받기로 해 현지화율의 상당 부분 도움 받을 계획이다. 두산스코다파워는 두산에너빌리티가 2009년 인수한 체코 현지 법인이다.
◆ "파급 효과도 감안해야"
24조원은 두코바니 신규 원전에 건설에 대한 사업비일 뿐 향후 운영비, 핵연료 사업까지 감안하면 수익성은 더 커질 전망이다.
통상 60년 정도인 원전 운영·관리 사업에서 건설비 이상의 경제적 효과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바라카 원전의 경우 우리나라와 UAE는 원전의 지속 가능한 운영을 지원하기 위한 합작 투자 계약을 체결한 바 있는데, 당시 우리나라는 60년 동안 총 54조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전망했다.
여기에 더해 체코가 테믈린 원전 2기 건설을 확정할 경우 우리나라에 우선협상권을 주는 옵션도 제공해 추가 수주 가능성도 열려 있다. 테믈린 원전 까지 수주할 경우 총 사업비는 4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또 체코 원전 수주를 발판 삼아 다른 유럽 국가들로도 진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탈원전을 선언했던 많은 유럽 국가들이 에너지 수급 문제 등으로 다시 원전으로 유턴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회를 잡겠다는 것이다.
당장 파벨 체코 대통령도 "폴란드, 슬로베니아, 슬로바키아 등에서 원전 개발 계획이 있다"며 "이 때문에 우리가 한국과 협력할 잠재력이 크고, 제3국 시장 진출을 같이 도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원전을 기반으로 경제 협력과 인적 교류에서도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
정동욱 교수는 "원전을 중심으로 주변 산업의 파급 효과도 기대해 볼 수 있다"며 "원전을 지으면 전력망 투자가 필요한데 우리나라 기업들이 또 다른 기회를 창출해 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임동진기자 djlim@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