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악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유럽 자동차업체들이 이산화탄소(CO2) 배출량을 감축하는 정부 규제가 부담된다며 유럽연합(EU)에 완화해줄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전기차 판매량이 둔화하는 가운데 환경 규제까지 발목을 잡으면서 ‘전통 강호’인 유럽 자동차 브랜드가 흔들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2일 외신 등에 따르면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는 지난 19일 성명을 내고 “탄소 배출 감축 목표를 시행하기 전에 긴급 구제 조처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EU는 승용차 탄소 배출량을 2025년까지 2021년 대비 15% 감축하고 2035년까지 100% 감축해 자동차 탄소 배출량을 제로(0)로 만드는 목표를 세워두고 있다. 사실상 2035년부터 EU 시장에서 내연기관 신차 판매가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협회는 “현재 규제는 지난 몇 년간 지정학적, 경제적 환경의 중대한 변화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는 규제의 본질적인 무능력은 자동차산업 경쟁력을 더욱 약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협회는 규제 완화와 함께 전기차 및 수소차 충전 인프라, 경쟁력 있는 제조 환경, 저렴한 친환경 에너지, 구매 및 세제 혜택 등의 조치가 수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럽 자동차업계가 이처럼 한목소리를 내고 있는 건 안방인 유럽 전기차 시장 성장세가 빠르게 식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유럽 내 전기차 판매량은 무려 43.9% 줄었다. 4개월째 감소세다. 유럽 자동차업체들은 막대한 개발 비용을 투자했지만 가성비를 앞세운 중국 업체와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미래 전망이 불투명해지면서 유럽 자동차 브랜드 5곳의 주가는 올해 들어 일제히 하락하고 있다. 폭스바겐그룹 주가는 독일 증시에서 올해 들어 지난 20일까지 19.5% 빠졌고, 스텔란티스는 이탈리아 증시에서 연초 대비 36.4% 폭락했다. 고급차 브랜드도 마찬가지다. 포르쉐는 18.9% 급락했고, BMW와 메르세데스벤츠도 같은 기간 각각 27.7%, 13.2% 하락했다.

수익성도 악화하고 있다. BMW그룹은 올해 영업이익(EBIT) 마진 전망치를 10일 하향 조정했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