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공원 생태 탐방로. / 사진=서울시
한강공원 생태 탐방로. / 사진=서울시
서울 한강에 맹꽁이, 삵 등 야생동물이 돌아오고 있다. 콘크리트로 마감됐던 한강 수변공간을 자연물로 대체하고, 한강공원 주변 숲을 울창하게 조성한 데 따른 결과다.

서울시는 오세훈 시장의 역점 사업인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를 추진한 결과 한강이 자연성을 회복했다고 23일 밝혔다. 한강 서식 생물종은 2007년 1608종에서 2062종(2022년 기준)으로 30% 가까이 늘어났고 수목은 4배 이상(85만→365만 그루) 많아졌다. 시는 한강변 호안(강과 도로 경계부)의 86%를 자연형으로 복원했고 내년까지 94%로 끌어올릴 예정이라고도 덧붙였다.

오 시장은 첫 임기 때인 2007년에도 한강르네상스 사업을 추진하며 생태공원 확대, 자연형 호안 복원 사업을 벌였다. 지난해 발표한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는 한강르네상스 사업의 연장선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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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회색빛 콘크리트 일색이었던 인공 호안의 대부분 자연형으로 바뀌었다. 자연형 호안은 콘크리트를 단순히 걷어내는 것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생물 서식지를 복원하는 역할을 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흙, 자갈, 수생식물을 심으면 물고기가 알을 낳을 수 있는 공간이 확대되고, 수달 등 포유류의 은신처 확보에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전체 82㎞의 한강변 호안 가운데 자연형 호안으로 조성할 수 있는 57.1㎞를 대상으로 이런 작업을 진행 중이다. 올해까지 49.5㎞(86%)에 달하는 호안을 자연형 호안으로 조성했고, 내년까지 53.7㎞(94%) 구간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여의샛강생태공원에 살고 있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맹꽁이. / 사진=서울시
여의샛강생태공원에 살고 있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맹꽁이. / 사진=서울시
시는 조성된 지 평균 18년 지난 5개 한강생태공원(고덕수변, 암사, 여의도샛강, 강서습지생태공원, 난지생태습지원)도 재정비한다. 수달이 종종 발견되는 여의도 샛강공원에는 수달이 일광욕을 즐길 수 있는 ‘수달 모래톱’ 공간을 늘리기로 했다. 습지가 많아 맹꽁이 서식처가 발견된 암사, 난지, 강서 공원에는 퇴적물이 많이 쌓여 있는데 퇴적물을 걷어내고 적정 수심을 확보할 예정이다.

시민들이 자연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도 더욱 넓힌다. 올해 상반기에 개장한 잠실 ‘자연형 물놀이장’이 대표 예시다. 일반 실내 수영장과 달리 숲속산책로, 모래 놀이터 등을 즐길 수 있다. 벼룩시장, 요가 등 다양한 프로그램도 사계절 내내 체험할 수 있다. 시는 앞으로 광나루, 잠원, 그리고 망원 수영장도 순차적으로 정비키로 했다.

일각에선 자연성이 회복하면서 오히려 야생동물이 시민들의 활동공간을 침범하는 경우가 더 빈번해졌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특히 너구리의 습격이 심상치 않다. 시 야생동물구조센터의 너구리 구조 건수는 2019년 63건, 2020년 69건, 2020년 81건, 2021년 63건, 2022년 80건 등 매년 80건 안팎을 기록하고 있다. 번식기간 및 양육 기간 예민해지는 너구리는 사람을 공격할 수도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너구리 등 야생동물과 거리두기를 하며 공존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해련 기자 haery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