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 이지스함' 수사 장기화…검찰 "전 방사청장 보완수사하라"
7조8000억원 규모의 한국형 이지스함(KDDX) 사업자 선정 과정에 부당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는 전 방사청장의 수사가 장기화 될 전망이다. 경찰이 신청한 사전 구속영장을 두고 검찰이 “다시 보완해 오라”며 사실상 반려하면서 사건을 마무리하려던 경찰이 수사를 다시 이어가게 됐다. 가을 내로 KDDX 생산자를 선정해야 하는 방위사업청도 곤란한 상황을 맞게 됐다.

23일 경찰에 따르면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왕정홍 전 방사청장을 상대로 최근에 신청한 사전 구속영장이 검찰 단계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검찰은 지난 20일 오후 “수사를 보완해 오라”고 답하며 경찰 요청을 사실상 거절했다.

사전 구속영장을 법원에 청구할 수 있는 권한을 검찰만 갖고 있다. 경찰이 피의자를 구속해야 할 경우 검찰과 긴밀하게 협의한 뒤 검찰에 ‘영장을 발부받고 싶다’고 요청해야 한다. 경찰과 검찰이 충분한 시간을 갖고 사전 협의를 거치기 때문에 보통 검찰은 영장을 청구하자는 경찰 요청을 대부분 받아들인다.

이번 왕 전 청장 사건의 경우 이례적으로 검찰이 경찰의 입장을 거절한 것이다. 경찰이 무리하게 영장을 신청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경찰 관계자는 “추가 소환 조사 과정을 거쳐야 한다”며 “영장 재신청을 하려면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왕정홍 전 방사청장이 받는 주된 혐의는 ‘직권남용’이다. 왕 전 청장이 KDDX 기본설계 사업자 선정 과정 중 일부 절차를 생략했는데, HD 현대중공업이 사업자로 선정되는데 결과적으로 도움을 줬다는 것이다. 왕 전 청장의 당시 판단으로 경쟁사인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이 탈락했다.

마무리 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해석됐던 경찰의 수사가 다시 장기화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업계에선 난리 난 분위기다. 가을까지 KDDX 상세설계 사업자를 선정하지 못하면 해군 전력 체계를 구축하려는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어서다.

그동안 방위사업청은 경찰 수사 결과를 지켜본 뒤 사업자를 선정한다는 입장이었다. 방위사업청은 2012년 개념설계 사업자로는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을, 2020년 기본설계 업체로는 HD현대중공업을 선정했다. 보통 기본설계 사업자가 이후 진행할 상세설계 사업자로 선정된다. 하지만 유력 업체인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 간 소송전 때문에 방사청이 발표를 무한정 미루게 됐다.

조철오 기자 che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