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그리고 제우스와 포세이돈... 그리스 신화와 성경 속 세상이 대전에 펼쳐졌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대전 동구 헤레디움 마르쿠스 뤼페르츠 개인전
'죄와 신화, 그리고 다른 질문들'
'죄와 신화, 그리고 다른 질문들'
대전 동구 옛 동양척식주식회사 건물. 자갈이 깔린 마당에 들어서자마자 색깔 물감이 입혀진 헤라클레스가 관객을 맞이한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성경 속 7가지 죄악 이야기가 거대한 캔버스 위에 재현된다. 고대 그리스 신화와 성경 속 세계가 대전에 펼쳐졌다. 대전 헤레디움에서 열리고 있는 마르쿠스 뤼페르츠의 개인전 ‘마르쿠스 뤼페르츠: 죄와 신화, 그리고 다른 질문들’에서다.
뤼페르츠는 ‘독일 신표현주의 거장’으로 불리는 작가로, 구상과 추상의 경계에 놓인 작업을 펼친다. 작품에 특별한 메시지나 의미를 부여하는 대신 색감, 질감, 구상 등 ‘회화 그 자체‘에만 집중한다. 1990년대 동시대 독일 작가들이 조각에 몰두할 때에도 회화 하나만 파고든 외골수로도 잘 알려졌다. 그가 국내 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열고 관객을 만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올해로 84세를 맞은 그는 전시를 준비하기 위해 직접 독일에서 한국을 찾아오는 열정을 보였다.
뤼페르츠는 성경에 나오는 이야기, 고전 신화 등을 빌려 작품을 창조한다. 제우스, 포세이돈 등 신화 속 인물들과 죄, 구원, 부활 등 성경 속 이야기들이 작업에 자주 나타나는 이유다. 없는 내용을 새롭게 만들어내기보다는 이미 있는 것을 그만의 방식으로 재창조하는 작업을 고수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도 그는 주로 신화, 성경을 재료삼아 만든 작업들을 선보인다.
그는 한 가지 내용을 주제로 여러 점의 그림을 그리는 작가로도 유명하다. 그릴 당시의 감정과 상황에 따라 결과물이 달라지는 걸 보는 것을 즐기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에서도 성경의 같은 대목을 그린 여러 개의 시리즈 작품, 한 인물을 모두 다르게 다룬 작업들을 만날 수 있다. 그가 같은 주제를 어떻게 다른 방식으로 표현했는가를 직관할 수 있다. 특히 림프 요정을 다룬 그림을 나란히 배치했는데, 두 그림은 같은 형상을 그렸다고는 상상되지 않을 만큼 다른 도상을 보인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가 니콜라스 푸생에게 영감을 받아 만든 작품들도 선보인다. 1600년대 활동했던 푸생은 루벤스, 램브란트와 함께 프랑스 근대 회화의 시초로 여겨지는 거장이다. 푸생 또한 고전과 신화를 주제로 작품활동을 펼치며 '예루살렘의 파괴' 등의 대표작을 남겼다. 뤼페르츠가 고전, 성경을 작업의 주요 주제로 삼은 데 푸생이 큰 영향을 미친 셈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실제 푸생의 그림이 나와 있는 책 일부를 찢어 작품 안에 그려넣은 대형 회화를 걸었다. 푸생에 대한 뤼페르츠의 애정을 엿볼 수 있다.
뤼페르츠는 모든 작품을 둘러싸고 있는 액자들도 모두 직접 만든다. 납을 쓰거나 나무 위에 색을 입히는 방식이다. 그가 액자까지 직접 만드는 이유는 액자 또한 회화의 일부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콜라주 방식도 자주 사용했다. 그림을 그리다 다른 영감이 떠오르면 위 아래로 캔버스를 이어붙여 작업 크기를 늘렸다. 모두 액자를 직접 만들기에 가능한 방식이다.
그가 그리는 그림은 직관적이다. 형상마다 가진 단순한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성경 속 7가지 죄악을 담은 그림 속에 나타나는 달팽이는 굼뜬 시간의 덧없음을 상징한다. 소의 뼈는 죽음을 뜻한다. 작가 스스로를 상징하는 문양도 그림 속에 숨겨넣었다. 21세기 폭스 영화사 로고에서 따 온 형상이다. 이 문양에 이름을 '디티람브'로 붙였다. '구상도 아니고 추상도 아니다'라는 의미를 담았다.
이번 전시에서는 뤼페르츠가 전개하는 조각 작업도 만날 수 있다. 그가 만드는 조각의 특징은 무조건 색이 입혀져 있다는 것. 조각 자체를 설치작보다는 하나의 빈 캔버스처럼 여기기 때문이다. 때마다 그가 느끼는 감정에 따라 조각의 부위마다 다른 색을 칠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처음 선보이는 작업도 소개된다. 1990년대 작업으로, 당시 뤼페르츠가 애용했던 색만 팔레트처럼 캔버스 위에 모아놓은 작품들이다. 전시는 내년 2월 28일까지다.
최지희 기자 mymasaki@hankyung.com
뤼페르츠는 ‘독일 신표현주의 거장’으로 불리는 작가로, 구상과 추상의 경계에 놓인 작업을 펼친다. 작품에 특별한 메시지나 의미를 부여하는 대신 색감, 질감, 구상 등 ‘회화 그 자체‘에만 집중한다. 1990년대 동시대 독일 작가들이 조각에 몰두할 때에도 회화 하나만 파고든 외골수로도 잘 알려졌다. 그가 국내 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열고 관객을 만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올해로 84세를 맞은 그는 전시를 준비하기 위해 직접 독일에서 한국을 찾아오는 열정을 보였다.
뤼페르츠는 성경에 나오는 이야기, 고전 신화 등을 빌려 작품을 창조한다. 제우스, 포세이돈 등 신화 속 인물들과 죄, 구원, 부활 등 성경 속 이야기들이 작업에 자주 나타나는 이유다. 없는 내용을 새롭게 만들어내기보다는 이미 있는 것을 그만의 방식으로 재창조하는 작업을 고수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도 그는 주로 신화, 성경을 재료삼아 만든 작업들을 선보인다.
그는 한 가지 내용을 주제로 여러 점의 그림을 그리는 작가로도 유명하다. 그릴 당시의 감정과 상황에 따라 결과물이 달라지는 걸 보는 것을 즐기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에서도 성경의 같은 대목을 그린 여러 개의 시리즈 작품, 한 인물을 모두 다르게 다룬 작업들을 만날 수 있다. 그가 같은 주제를 어떻게 다른 방식으로 표현했는가를 직관할 수 있다. 특히 림프 요정을 다룬 그림을 나란히 배치했는데, 두 그림은 같은 형상을 그렸다고는 상상되지 않을 만큼 다른 도상을 보인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가 니콜라스 푸생에게 영감을 받아 만든 작품들도 선보인다. 1600년대 활동했던 푸생은 루벤스, 램브란트와 함께 프랑스 근대 회화의 시초로 여겨지는 거장이다. 푸생 또한 고전과 신화를 주제로 작품활동을 펼치며 '예루살렘의 파괴' 등의 대표작을 남겼다. 뤼페르츠가 고전, 성경을 작업의 주요 주제로 삼은 데 푸생이 큰 영향을 미친 셈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실제 푸생의 그림이 나와 있는 책 일부를 찢어 작품 안에 그려넣은 대형 회화를 걸었다. 푸생에 대한 뤼페르츠의 애정을 엿볼 수 있다.
뤼페르츠는 모든 작품을 둘러싸고 있는 액자들도 모두 직접 만든다. 납을 쓰거나 나무 위에 색을 입히는 방식이다. 그가 액자까지 직접 만드는 이유는 액자 또한 회화의 일부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콜라주 방식도 자주 사용했다. 그림을 그리다 다른 영감이 떠오르면 위 아래로 캔버스를 이어붙여 작업 크기를 늘렸다. 모두 액자를 직접 만들기에 가능한 방식이다.
그가 그리는 그림은 직관적이다. 형상마다 가진 단순한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성경 속 7가지 죄악을 담은 그림 속에 나타나는 달팽이는 굼뜬 시간의 덧없음을 상징한다. 소의 뼈는 죽음을 뜻한다. 작가 스스로를 상징하는 문양도 그림 속에 숨겨넣었다. 21세기 폭스 영화사 로고에서 따 온 형상이다. 이 문양에 이름을 '디티람브'로 붙였다. '구상도 아니고 추상도 아니다'라는 의미를 담았다.
이번 전시에서는 뤼페르츠가 전개하는 조각 작업도 만날 수 있다. 그가 만드는 조각의 특징은 무조건 색이 입혀져 있다는 것. 조각 자체를 설치작보다는 하나의 빈 캔버스처럼 여기기 때문이다. 때마다 그가 느끼는 감정에 따라 조각의 부위마다 다른 색을 칠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처음 선보이는 작업도 소개된다. 1990년대 작업으로, 당시 뤼페르츠가 애용했던 색만 팔레트처럼 캔버스 위에 모아놓은 작품들이다. 전시는 내년 2월 28일까지다.
최지희 기자 mymasa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