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그룹이 은행, 카드, 보험 등 주요 관계사가 참여하는 ‘외국인 고객 협의체’를 꾸린다. ‘100만 명 돌파’를 눈앞에 둔 외국인 취업자 등 외국인 고객 대상 영업을 대폭 늘리기 위한 조치다. 외국인 특화점포, 금융·비금융 서비스 등을 발 빠르게 확대하겠다는 구상이다.
"外人고객 잡아라"…하나금융, 전담팀 꾸린다

○외국인 계좌 연간 10만 개 급증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최근 전사적인 ‘외국인 고객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외국인 고객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추가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다. 은행 내 외환사업지원부, 디지털신사업부 등 16개 부서가 참여했다. 은행을 비롯해 하나카드, 하나손해보험 등 그룹 주요 계열사가 참여하는 외국인 고객 협의체도 조만간 구성할 예정이다.

하나금융이 ‘외국인 고객’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이들의 금융 거래가 보다 활발해지고 있어서다. 하나은행을 통해 계좌를 개설한 외국인 누적 고객은 312만2000명(8월 말 기준)으로 집계됐다. 작년 말 301만2000명에서 올 들어 11만 명 늘었다.

해외 송금 규모도 가파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다국어를 지원하는 하나은행 모바일 뱅킹 앱 ‘하나-EZ’를 통해 해외로 송금한 금액은 지난 8월까지 22억1000만달러에 달한다. 2021년 7억6000만달러 수준이던 연간 해외 송금액이 3년 새 눈에 띄게 불어났다.

해외 송금 건수 역시 같은 기간 65만2000건에서 222만3000건으로 증가했다. 이 같은 추세라면 작년 송금 건수(292만4000건)를 넘어 사상 첫 연간 300만 건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다이렉트 송금은 스리랑카, 네팔, 태국, 베트남, 몽골 등 외국인 체류자가 많은 국가를 대상으로 앱을 통한 송금이 가능해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AI 통·번역 서비스 도입

앱을 통한 단순 송금 외에도 다양한 접점을 확대하고 있다. 일요영업점이 대표적이다. 하나은행은 2003년부터 평일에 영업점을 찾기 어려운 외국인 근로자를 위해 전국 외국인 밀집 지역 인근에 16곳의 일요영업점을 운영 중이다.

이 중 원곡동 외국인센터지점, 김해지점, 평택 외국인센터지점 등은 평일 방문이 가능한 외국인 특화센터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영어, 태국어, 말레이어 등 38개 언어를 실시간으로 통·번역해주는 서비스를 은행 창구에 도입했다.

서비스 대상도 유학생, 다문화 가정 등으로 확대하고 있다. 올 8월부터 외국 유학생에게 계좌 개설, 해외송금, 스마트폰 뱅킹 등 국내 은행 이용 안내와 불법 송금, 보이스피싱 등 금융사기 예방을 위한 맞춤형 금융 교육을 하고 있다. 다문화 가정의 문화 교류 등을 위해 무료 진료소, 라이브러리, 강의실 등이 갖춰진 외국인 커뮤니티 ‘하나 컬처 뱅크’도 설치 지역을 지속해서 확대할 계획이다.

차별화된 서비스를 위해 본점 외환사업본부에 외국인 근로자를 전담하는 ‘외국인 근로자마케팅팀’ 직원 15명을 배치하기도 했다.

전담팀에는 11개국 언어가 가능한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