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약 시장이 제약·바이오업계에서 유례없는 속도로 커지고 있다. 현재 비만약 시장을 양분하는 건 노보노디스크의 ‘위고비’와 일라이릴리의 ‘젭바운드’다. 지난해 두 제품이 벌어들인 수익은 50조원에 달한다. 2030년 시장 규모가 135조원에 이를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코스닥 상장사 디앤디파마텍은 먹는 비만약으로 차별화된 전략을 펼쳐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먹는 약·패치제 등으로 차별화

디앤디파마텍 "먹는 비만약 5년 내 출시"
23일 경기 판교 본사에서 만난 이슬기 디앤디파마텍 대표는 “현재 비만약 시장에서 체중 감량 효과 경쟁은 큰 의미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기반 비만약 대부분이 15~20% 감량 효과를 보이는 만큼 살을 조금 더 빼주는 것 이상의 차별화를 꾀해야 한다는 것이다.

디앤디파마텍은 펩타이드 기반의 먹는 비만약이 게임체인저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위고비, 젭바운드 등 기존 비만약은 주사제다.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분자 크기가 큰 펩타이드가 소화기관에서 잘 흡수되도록 하는 원천 기술을 확보했다. 장내 흡수율이 100%인 비타민 수용체를 펩타이드에 붙이는 방식이다. 미국 존스홉킨스대 의대 교수 출신인 이 대표가 20년 이상 연구한 성과를 바탕으로 만든 플랫폼 기술이다. 그는 “유일하게 허가받은 먹는 형태 GLP-1인 노보노디스크 ‘리벨서스’와 비교해 흡수율을 10배 이상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먹는 비만약의 가장 큰 장점은 가격 경쟁력이다. 미국 기준 위고비·젭바운드의 한 달치 투약 가격은 100만원을 넘어선다. 이 대표는 “오토인젝터(주사기) 때문에 주사제 비만약의 단가를 낮추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제약사들이 알약 형태를 선호하는 이유”라고 했다.

○연말께 비만약 임상 돌입

디앤디파마텍은 먹는 비만약으로 개발 중인 ‘DD02S’를 포함해 후보물질 총 6건을 미국 멧세라에 총 1조원 규모로 기술 수출했다. 멧세라는 헬스케어 분야 미국 최대 벤처캐피털(VC) 아치벤처파트너스의 주도로 구글벤처스, 소프트뱅크 비전펀드 등이 4000억원을 투자해 2022년 설립한 바이오기업이다.

이 대표는 “글로벌 임상을 10건 이상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한 경험이 있는 멧세라의 주도로 먹는 비만약 임상을 4분기에 시작할 것”이라며 “4~5개 물질 임상을 동시에 진행해 선발주자를 빠르게 따라잡겠다”고 말했다. 먹는 비만약이 상용화되는 시기는 2029년께로 내다봤다.

○내년 상반기 승패 판가름

디앤디파마텍이 개발 중인 펩타이드 제형의 먹는 비만약은 초기 임상이 전체 개발의 성패를 가를 것으로 예상된다. 펩타이드 약물은 그간 글로벌 제약사가 환자 수십만 명을 대상으로 축적해온 데이터를 이미 보유하고 있어서다. 이 대표는 “내년 상반기 초기(4주 투약) 결과를 알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임상 2상을 하고 있는 대사 이상 관련 지방간염(MASH) 치료제 데이터 발표도 내년 2분기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 대표는 향후 위고비·젭바운드 같은 1주일에 한 번 투여하는 주사제뿐 아니라 투약 방식에 따라 비만약 형태가 다양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비타민처럼 매일 먹는 제형뿐만 아니라 1주일에 한 번 먹는 제형, 한 달에 한 번 맞는 장기 지속형 주사제 등 환자가 선호하는 약을 선택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했다.

이영애 기자 0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