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모 부끄러워 병원 안 가고 휴대폰으로 뭐하나 봤더니…
“많은 남성이 탈모를 질병이라고 생각하지 않거나 부끄러워 숨깁니다. 편하게 방문할 탈모 전문 병원조차 찾기 어렵습니다.”

탈모는 현대인의 오랜 고민거리다. 대놓고 주변에 개인적인 걱정거리를 털어놓기도, 선뜻 병원 문을 두드리기도 쉽지 않다. 비대면 탈모 치료 앱 ‘홀드(Hold)’를 운영하는 헬스케어 스타트업 케번클럽의 최대현 대표(사진)는 지난 20일 “탈모인 사실을 쉬쉬하다 보니 과학적 근거가 없는 민간요법이 성행하고 좋은 병원과 약에 대한 정보를 구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홀드는 탈모 치료에 관한 정보를 얻기 쉽지 않다는 점에 착안해 2022년 1월 내놓은 모바일 플랫폼이다. 주변에 있는 탈모 치료가 가능한 병원과 약국 목록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의사와 비대면 통화 진료 후 처방전을 원하는 약국으로 보낼 수 있다는 편리성으로 주목받았다. 최 대표는 “플랫폼의 목적은 들쭉날쭉한 시세의 안정화에 있다”며 “한 달에 만원이면 살 수 있는 약이 지방에서 4만원 이상에 거래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탈모 인구에 관한 정확한 국내 통계는 없다. 최 대표는 “국내 1000만 명에 이른다는 주장도 있을 정도로 잠재적인 환자가 매우 많다”며 “최저가는 아닐지언정 수많은 환자가 치료비 바가지를 쓰게 하고 싶지 않았다”고 했다.

최 대표는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삼성전자 재무 담당으로 근무하다 요기요, 트라이패스 같은 플랫폼 기업을 거쳤다. 탈모 분야에서 플랫폼 기업이 넘어야 하는 ‘규제’가 상대적으로 적고, 의·약계에서 ‘마이너’ 질병으로 꼽혀 전국적으로 통일된 치료 매뉴얼이 갖춰져 있지 않다는 점이 창업 계기가 됐다. 이달 기준 홀드 앱 가입자는 8만여 명에 이른다. 지난 6월 중소벤처기업부의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 ‘팁스(TIPS)’에 선정돼 5년간 5억원의 연구개발 자금과 2억원의 사업·마케팅 지원금을 받게 됐다.
탈모 치료 모바일 앱 ‘홀드’ 개발사인 캐번클럽의 최대현 대표(오른쪽)와 오프라인 협업 병원 홀드의원의 강대영 원장(왼쪽)이 지난 20일 탈모 치료 시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임대철 기자
탈모 치료 모바일 앱 ‘홀드’ 개발사인 캐번클럽의 최대현 대표(오른쪽)와 오프라인 협업 병원 홀드의원의 강대영 원장(왼쪽)이 지난 20일 탈모 치료 시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임대철 기자
캐번클럽은 지난달 초 또 다른 도전에 나섰다. 미용의료 격전지로 꼽히는 서울 강남역 일대에 오프라인 병원을 낸 것. 비대면 약치료만으로는 개선 효과를 보기 힘든 환자들을 레이저와 주사 등의 치료법으로 진료하기 위해서다.

탈모 치료에 7년 정도 경험이 있는 피부과 전문의 강대영 원장과 협업해 홀드의원을 열었다. 홀드 앱 비대면 치료 병원 목록에서 평점이 가장 좋은 강 원장에게 최 대표가 권유해 새로 개원했다.

강 원장은 “비대면 진료만으로는 치료가 어려운 환자가 많다는 것을 알게 돼 개원에 나섰다”며 “4만 건 넘게 쌓인 비대면 탈모 치료 경험을 병원의 정식 치료 과정에서 발휘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박종필 기자/사진=임대철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