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파트너스·영풍 연합의 공개매수 선언 이후 연일 상승하던 고려아연 주가가 하락세로 전환했다. 영풍정밀도 상한가 행진을 멈췄다. 시장의 과도한 기대가 다소 수그러드는 양상이다. 다만 MBK 연합이 공개매수가를 올리거나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대항 공개매수에 나설 가능성이 작지 않아 주가 향방을 지켜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고려아연은 23일 1.63% 내린 72만3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에는 69만4000원까지 하락하기도 했다. 3거래일 연속 상한가 행진을 이어간 영풍정밀도 이날은 4.14% 오른 2만1400원에 거래를 마쳤다. MBK 연합이 최 회장 측의 대항 공개매수가 현실성이 높지 않다고 직격한 점이 영향을 미쳤다. 다만 장 마감 30여분 전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글로벌 독립 리서치업체 스마트카르마가 MBK가 고려아연 공개매수가를 66만원에서 90만원으로 36.4% 상향할 것이라는 보고서를 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주가가 단숨에 73만원대까지 뛰기도 했다.

MBK는 공식적으로는 “공개매수가 인상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내부적으로 공개매수가 인상 여부를 치열하게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MBK 연합이 기존 공개매수 기한을 연장하지 않고 공개매수가를 인상할 수 있는 마지노선은 오는 26일이다. MBK가 공개매수가를 선제적으로 높여 최 회장 측의 대항 공개매수 의지를 꺾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 회장 측의 대항 공개매수가 나오면 그때 대응할 것이란 시각도 있다.

최 회장 측도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현재 우군으로는 베인캐피탈 크레딧펀드가 가장 유력한 상황이다. 이르면 이번주 투자심의위원회를 거쳐 최종 의사결정을 내릴 것으로 전해졌다. 투심위를 통과하면 한국투자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해 MBK 측의 공개매수가 상향 여부 등을 살핀 뒤 본격적인 대항 공개매수 실행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우군을 포섭하기 위해선 최 회장도 영풍처럼 경영권 상당 부분을 내려놓아야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경영권이 담보로 잡히지 않으면 베인캐피탈이 공개매수 실탄을 쏘지 않을 것이란 게 투자은행(IB) 전문가들 분석이다. 한 사모펀드 관계자는 “결국 백기사로 들어가 일정 기간 최 회장의 파트너로 경영권을 보장해주더라도 주가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투자자 주도로 경영권을 매각할 수 있는 옵션이 주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종관/차준호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