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성과 평가가 가능한 사무직의 근로시간 규제를 폐지하고 탄력근로제 등 유연근무제 도입 절차를 간소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정민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23일 한국노동연구원이 전국은행회관에서 연 ‘인구구조 대전환, 일하는 방식의 미래에 대응한 근로시간 제도 개선’ 토론회에서 기조발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이 교수는 “2072년 경제활동인구는 1600만 명으로 줄고 65세 이상 고령층은 이의 28%인 465만 명에 달할 것”이라며 “이런 인구절벽과 고령화에 대응하려면 여성·중고령 인력 활용과 노동생산성 제고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이를 위해선 단순한 법정 근로시간 단축보다는 성과 중심 보상체계를 통한 실근로시간 단축이 훨씬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생산직과 달리 근로시간보다 성과가 중요한 사무직 등은 근로시간 규제 완화나 면제(화이트칼라 이그젬션)가 필요하다”고 했다. 엄상민 경희대 교수는 “적절한 보상이 있다면 연장 근로를 하겠다는 근로자가 상당히 많다”며 “근로자 건강권 보호와 노사 자율성 확보를 전제로 유연한 근로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성재민 한국노동연구원 부원장은 “획일적 근로시간 단축보다는 개별적 상황에 맞는 근로시간제 도입이 정책 최우선 목표여야 한다”고 말했다. 성 부원장에 따르면 주된 일자리에서 한국의 근로시간은 2003년 48시간에서 2023년 37.2시간으로 20년간 10.8시간 감소했다. 주당 49시간 이상 장시간 근로 비중은 45.3%에서 11.4%로 줄었다. 획일적 근로시간 단축은 충분히 이뤄졌다는 설명이다.

성 부원장은 “업종과 기업마다 다른 상황을 유연하게 반영하려면 ‘부분근로자 대표제’ 등을 허용해 근로시간 법제의 과도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분근로자 대표제는 일부 직무나 직군 근로자의 과반수 동의만으로 탄력근로제 등 유연근로제 도입을 가능하게 하는 제도다. 현행 근로자대표제하에서는 직무 등에 관계없이 전체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야 유연근무제를 도입할 수 있다.

이번 토론회를 통해 정부의 근로시간 노동개혁이 재추진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2022년 12월 미래노동시장연구회가 발표한 근로시간 개편안 이후 근로시간 개편 정책은 사실상 중단 상태였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