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에 유가 이틀째 하락…WTI 0.89%↓ [오늘의 유가]
미국과 유럽의 경기 지표가 큰 폭으로 둔화하며 원유 수요 감소 우려에 뉴욕유가가 1% 가까이 하락했다. 중동에서는 이란 대통령이 확전을 원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갈등은 격화하며 유가에 상승 압력으로 작용했다.

23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근월물인 1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0.63달러(0.89%) 하락한 배럴당 70.3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글로벌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12월 인도분 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0.48달러(0.65%) 내린 배럴당 73.21달러에 마감했다. WTI는 미국 금리인하에 따른 원유 수요 증가 기대감으로 지난주 4.8% 상승하며 지난 2월 이후 주간 최대 상승 폭을 기록한 바 있다.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에 유가 이틀째 하락…WTI 0.89%↓ [오늘의 유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글로벌이 집계한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 9월 종합구매관리자지수(PMI)는 48.9를 기록했다. 7개월 만에 경기 확장과 축소를 가르는 기준선인 50을 밑돈 것이다. 전월치(51.0)와 예상치(50.6) 모두 하회했다.

미국의 9월 제조업 업황도 큰 폭으로 둔화했다. S&P글로벌은 미국의 9월 제조업 PMI가 47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15개월 만에 최저치로, 전월치(47.9)와 예상치(48.6)를 밑돌았다. 9월 서비스업 PMI는 55.4로 확장세를 유지했지만 역시 두 달 만에 가장 낮은 수치였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이 확전을 원하지 않는다고 밝힌 점도 원유 공급 우려를 해소하며 유가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이날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에서 "우리는 평화를 원하고 전쟁은 원하지 않는다"며 "이스라엘이 우리와 같은 태도를 취한다면 우리는 모든 무기를 내려놓을 준비가 돼있다"고 말했다.
23일(현지시간) 레바논 남부 자이타 마을에서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사진=AFP)
23일(현지시간) 레바논 남부 자이타 마을에서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사진=AFP)
그러나 이스라엘이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를 겨냥해 대규모 폭격을 단행하면서 유가 상승 압력은 지속됐다. 레바논 보건부는 이날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사망자가 490명을 넘어섰다고 발표했다. 2006년 이스라엘-헤즈볼라 전쟁 이후 가장 많은 인명피해다. 데니스 키슬러 BOK파이낸셜 트레이딩 담당 수석 부사장은 "이스라엘이 레바논에 대한 공격을 강화할수록 이란의 개입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이로 인해 석유 수출이 위험해질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24일에는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 행장을 포함해 중국 3대 금융감독 당국 관계자가 이례적으로 합동 기자회견을 열고 금융지원책을 밝힌다. 이에 대해 로버트 야거 미즈호 증권 에너지 선물 부문 이사는 "중국의 경기 부양책이 원유 수요를 개선할 수 있다"며 "중국의 수요 증가 없이는 원유 가격이 상승하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임다연 기자 all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