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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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은행 우니크레디트가 독일 2위 은행 코메르츠방크의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우니크레디트가 지분 추가 매입 의지까지 밝히자 독일 총리는 '비우호적인 공격'이라며 비판했다.

독일 정부 제치고 최대주주

23일(현지시간) 우니크레디트는 코메르츠방크의 지분 11.5%를 추가로 매입해 약 21%의 지분을 확보, 독일 정부(12%)를 제치고 최대주주가 됐다고 발표했다. 우니크레디트는 코메르츠방크의 지분을 최대 29.9%까지 늘리기 위해 유럽중앙은행(ECB)에 승인을 요청했다.

지난 11일 우니크레디트는 독일 정부의 지분 4.5%를 매입한 데 이어 시장에서 지분 9%를 추가로 사들였다고 발표했다. 독일 정부는 2008년 금융 위기 당시 코메르츠방크에 구제금융을 제공하며 16.5%의 지분을 확보해 최대주주가 됐었다. 그러나 우니크레디트가 코메르츠방크를 완전히 인수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자 독일 정부는 지난 20일 코메르츠방크의 지분을 더 이상 매각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에 우니크레디트는 파생상품 계약을 체결해 지분을 21%로 끌어올렸다. 우니크레디트는 이날 성명에서 "우리에겐 지분을 유지하거나 매각하거나 더 늘릴 수 있는 완전한 유연성과 선택권이 있다"며 "이는 코메르츠방크 경영진과 감독위원회, 독일 주주와의 협의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외교 문제로 격화되나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이날 기자들에게 우니크레디트의 지분 매수를 '비우호적인 공격' '적대적인 인수'라고 표현하며 "적절한 행동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숄츠 총리는 성명을 통해서도 "아무런 협력도, 협의도, 피드백도 없이 비우호적인 방법으로 공격적으로 기업 지분을 인수하려는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코메르츠방크는 상업적으로 성공한 은행으로 독일 산업과 중소기업이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며 "독립 법인으로서 그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블룸버그통신은 "독일 정부와 우니크레디트간 긴장이 얼마나 고조됐는지 잘 보여주는 발언"이라고 평가했다. 독일 제1야당인 기독민주당(CNU)의 프리드리히 메르츠 대표는 "코메르츠방크 거래에 관해 정부가 통제력을 상실했다"고 평가했다.

안토니오 타야니 이탈리아 부총리 겸 외무장관은 이날 미국 경제매체 CNBC와 인터뷰에서 "외국 기업이 이탈리아에서 현지 기업을 인수하는 게 정상인 것처럼 이탈리아 기업이 독일 경쟁사의 지분 일부를 인수하려는 것은 합법 그 이상"이라며 독일 정부 주장에 반박했다. 이어 "우니크레디트는 이탈리아의 대형 은행이며 유럽연합(EU)이라는 단일 시장에서 잘하고 있다"며 "(독일이) 말로만 친유럽을 외치는 것은 아쉬움이 남는다"고 덧붙였다.

독일 일부 의원들도 우니크레디트의 인수를 지지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자유민주당 내 경제통인 프랑크 셰플러 하원의원은 "정부가 코메르츠방크에 가지고 있는 지분을 줄이고 매각을 허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유럽 은행이 독일에서 입지를 늘리고 싶어한다면 이는 좋은 일"이라고 밝혔다.

임다연 기자 all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