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컷 이후 환위험 관리에 '비상'
추세적으로 원화 가치가 절상될 경우 우리 경제를 지탱해온 수출도 증가세가 주춤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 교역국 경기도 침체 우려가 제기되는 여건에서 수출이 둔화된다는 것은 단순히 지켜볼 일이 아니다. 수출 증가세가 더욱 꺾일 것이라는 비관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앞으로 원·달러 환율이 어떻게 될 것인가는 현재 원화 가치가 적정한지부터 알아보기 위해 실효환율지수를 구해야 한다. 실효환율지수는 국제통화기금(IMF),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결제은행(BIS)에서 발표하고 있으나 ▲구성 통화 ▲가중치 ▲거래 대상 ▲업데이트 주기 ▲실질실효환율 디플레이터를 활용한 산출 방식에 차이가 있어 일률적이지 않다.

가장 많이 활용되는 IMF의 실효환율지수는 최대 164개국을 대상으로 제조 품목과 함께 원자재에 대한 화폐가치 등을 평가 대상에 포함시켜 산출한다. OECD의 실효환율지수 활용도는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나 30개 회원국과 아시아 7개국 등에 대해 실효환율을 산출하고 있어 우리에게는 유용하다.

국제기관에서 발표하는 실효환율지수는 월간 환율 공표에 따른 일간 환율과 시차, 무역거래 과정에서 사용되는 결제통화는 수출국 통화, 수입국 통화 또는 제3의 매개통화(vehicle currency)로 구분된다. 하지만 현재 실효환율 체계에서는 단순 수출입 비중만을 고려하는 한계가 있다.
우리 입장에서 원화 가치의 절상 여부를 보다 정확하게 평가하기 위해 IMF, OECD의 실효환율지수가 지닌 단점을 보완해 ‘일간 및 월간 결제통화비중 원화 실효환율지수’와 함께 ‘수출 비중 원화 실효환율지수’를 새롭게 산출해봤다. 두 지수 모두 다른 지수와 평가하기 위해 2010년 1월을 100으로 일치시켰다.

결제통화비중 원화 실효환율지수의 경우 한국은행에서 발표하는 월간 무역 결제통화비중을 가중치로 활용했다. 통계 발표 주기상 4개월 시차와 일간 환율 변동 폭에 적용 시 발생할 수 있는 변동성을 낮추기 위해 3개월 이동평균을 산출해 4개월 선행 적용했다. 가중치는 지난 6월 기준 미국 달러 0.84, 유로 0.05, 일본 엔 0.03, 중국 위안 0.02, 러시아 루블, 영국 파운드, 브라질 헤알, 오스트레일리아 달러 등 기타 환율 0.06을 반영했다.

수출 비중 원화 실효환율지수에서는 월별 수출 및 물가지수가 접근 가능한 총 53개 국가를 대상으로 추정했다. 연쇄지수 방식을 통해 가중치를 지속 업데이트했으며, 실질실효환율 디플레이터의 경우 소비자물가지수를 적용했다. 가중치는 지난 6월 기준 중국 0.29, 미국 0.12, 베트남 0.10, 홍콩 0.09, 일본 0.07을 반영했다.

두 기준으로 실효원화지수를 산출한 결과 원화 가치가 고평가된 것으로 나타났다. 원·달러 환율의 적정 수준은 결제 통화 방식으로 달러당 1250원, 수출 비중 방식으로는 1200원으로 추정된다. 내년에 원·달러 환율은 일시적으로 이탈(undershooting 혹은 overshooting)하는 경우가 있으나 결제 통화 방식으로 추정된 적정 수준을 중심으로 상하 50원 범위에서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
빅컷 이후 환위험 관리에 '비상'
원·달러 환율이 추세적으로 하락세로 돌아서고 환율 변동 폭이 크게 확대됨에 따라 기업들이 환위험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빅 컷을 단행한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계기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본격적으로 금리인하에 나설 경우 미국 달러화 가치도 주요 통화별로 차별화 현상이 심화돼 환율 변동 폭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환위험은 환율 변동으로 인해 기업의 경제적 가치가 변동할 수 있는 확률을 말한다. 문제는 환위험은 인식 범위와 관리 기법에 따라 그 결과가 크게 엇갈린다는 점이다. 기업들이 목적을 명확히 설정한 후 체계적으로 환위험을 관리해야 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기업들이 환위험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려면 합리적이고 체계적인 과정이 필요하다. 먼저 기업이 인식해야 할 환위험 범위를 정한다. 환위험 범위가 정해지면 이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환위험 변동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정보 체계를 확보한다. 이런 정보 체계를 토대로 기업들은 여건에 맞는 환위험 관리 기법을 채택한 후 환위험이 관리된 부문에 대한 사후 평가도 빼놓지 말아야 한다.

환위험 관리 기준에 따라 다양하게 분류되고 있으나 일반적으로 내부 관리 기법과 외부 관리 기법으로 구분된다. 내부 관리 기법은 기업이 환위험 관리를 위해 추가적 거래 없이 내부적으로 해결하는 방안을 말한다. 상계(netting)와 매칭(matching), 리딩(leading)과 래깅(lagging), 자산부채 종합관리, 결제통화 조정, 재송장 전략 등을 들 수 있다.

‘상계’는 글로벌 경영을 하는 기업의 본사와 지사 혹은 지사와 지사 간에 발생하는 채권·채무 관계를 일정 시간이 경과된 후 차액만을 결제하는 가장 간단한 기법이다. ‘매칭’은 외화자금의 유입과 지급을 결제 통화별, 만기별로 일치시켜 외화 자금 흐름의 불일치(mismatching)에서 발생하는 환위험을 제거하는 기법이다. 리딩과 래깅은 환율 변동에 대비해 외화 자금 흐름의 결제 시기를 앞당기거나 지연시켜 환위험을 최소화 또는 환차익을 극대화하는 단기적 환위험 관리 기법이다.

반면 외부 관리 기법은 금융시장을 통해 별도 거래를 함으로써 내부 관리 기법으로 제거하지 못한 환위험을 줄이는 방안을 말한다. 내부 관리 기법보다 환위험을 제거하는 효과가 크지만 별도 거래를 하기에 비용이 많이 든다. 선물환과 통화선물, 통화옵션, 통화스왑 등을 들 수 있다.

국내 기업은 내부 관리 기법에 비해 외부 관리 기법을 막연하게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일부 기업은 아예 내부 관리 기법을 무시하기도 한다. 유념해야 할 것은 금융시장을 이용한 외부 관리 기법은 비용이 많이 들 뿐 아니라 외환 당국의 규제 등으로 기업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안이 못 된다는 점이다.

반면 내부 관리 기법을 최대한 활용할 경우 환위험 자체가 발생하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외부 관리 기법의 필요성이 사라지므로 국내 기업은 내부 관리 기법과 외부 관리 기법을 균형 있게 활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글 한상춘 국제금융 대기자 겸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