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사업에 뛰어든 日 샤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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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 확대경

그러나 1923년 대지진으로 공장이 파괴되자 하야카와는 라디오 제조로 업종을 전환했다. 회사명은 하야카와 금속공장으로 바꾸었지만 제품 브랜드는 샤프를 고집했다. 이를 기반으로 1953년 내놓은 최초의 TV 수상기 또한 ‘샤프 TV’로 불렸다. 이후 샤프는 전자레인지, LCD TV, 스피커, 앰프, 카세트 플레이어, 휴대전화 등을 만들며 일본의 명실상부한 대형 전자기업으로 변신했다.
최근 컨셉트도 공개했다. ‘LDK플러스’로 명명된 전기 미니밴이다. 샤프는 해당 제품에 대해 차가 달릴 때보다 정지해 있을 때를 염두에 두었다고 강조한다. 이른바 ‘확장된 거실’ 컨셉트다. 실제 뒷좌석은 응접실처럼 반대 방향으로 회전할 수 있고, 문이 닫히면 양쪽 창문의 액정 셔터가 닫혀 프라이빗 공간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인공지능(AI)이 일상생활 속 가전제품에서 학습한 정보를 바탕으로 사용자 취향에 맞게 에어컨과 밝기를 자동으로 조절해 편안함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후면에는 65V 디스플레이가 장착돼 몰입형 극장이나 어린이 놀이 공간으로 사용할 수도 있고 혼자 업무에 집중해도 된다.
샤프가 주목하는 것은 비슷한 방식으로 전기차 사업에 진출한 소니와 혼다의 행보다. 2025년 소니혼다모빌리티가 내놓을 어필라 전기차의 소비자 반응이 좋으면 기대감을 갖겠지만 반대라면 양산을 주저할 수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폭스콘의 생각이다. 애플 휴대전화 등을 생산하는 폭스콘의 고민은 제조업의 지속이다. 이를 위해선 공장에서 생산 가능한 제품의 종류 또는 물량이 지속적으로 보장돼야 한다. 폭스콘이 새로운 제조물로 전기차를 주목하는 배경이다. 샤프는 전자 제품의 대표 브랜드를 전기차에 입히고 폭스콘은 제조를 맡는다.
그간 국내 전자기업은 완성차 기업에 다양한 부품을 공급하며 ‘고객과 경쟁하지 않는다’는 철학을 지켜왔지만 글로벌 흐름에서 전자기업의 고객은 성격이 달라지는 중이다. 전기차를 점차 전자제품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어서다. 이 경우 전기차는 당연히 전자 기업의 사업 확산에 지나지 않는다. 소니와 샤프가 전기차에 뛰어든 배경도 결국 전자 제품을 연장하는 차원이다. 그러자 이제는 전기차를 위탁 생산해주려는 자동차기업도 생겨나고 있다. 이들 또한 본질은 제조업이기 때문이다.

권용주 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