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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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품 소유권에 투자하면 원금을 보장하고 고정 수익을 지급하겠다며 900억원 가량을 뜯어낸 아트테크 업체 일당이 검찰에 넘겨졌다. 아트테크는 미술품을 구매한 후 저작권료나 매매차익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투자 방식으로, 최근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재테크 수단이다. ▶본지 9월20일자 A25면 참조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금융범죄수사대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사기) 및 유사수신 행위 규제법 위반 혐의로 서울 청담동 소재 J갤러리 정모 대표 등 3명을 구속하고 영업 매니저 등 관계자 11명을 불구속 송치했다고 24일 밝혔다.

이들은 2019년 6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미술품을 구매해 갤러리에 위탁 보관하면 전시와 대여를 통해 수익을 내 매달 구매 가격의 1%에 해당하는 저작권료를 주겠다"고 투자자들을 속여 1110명으로부터 905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피해는 서울, 광주, 충남 태안 등 전국적으로 발생했다. 피해자 중에선 특히 30~40대가 가장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J갤러리 직원들은 문의 전화가 오면 직접 투자자를 만나 개별 상담을 진행하고 사업 구조를 설명하는 등 적극적으로 투자를 권유했다. J갤러리 관계자 다수가 전직 영업사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해당 사건을 전형적인 '다단계 금융사기(폰지 사기)' 형태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J갤러리에서 미술품 전시·렌탈 등 수익 활동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고, 투자자들에게 지급해야 할 원금 및 저작권료는 신규 고객 유치를 통해 충당해온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범죄 수익은 총책 정모 씨의 개인사업 대금, 직원 급여 및 명품 소비에 사용됐다. 경찰은 122억 원 상당의 범죄 수익에 대해선 기소 전 몰수·추징 보전했다고 밝혔다.
사진=서울경찰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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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당은 미술품이 갤러리에 위탁되는 구조를 악용해 대부분의 구매자가 실물을 확인하지 않는 점을 이용했다. 이들은 별다른 수익이 없는 작가들에게 '창작지원금' 명목으로 돈을 지급한 후 대량의 작품 사진을 확보, 이를 투자자들에게 마치 갤러리가 보유한 미술품인 것처럼 속여 판매했다.

J갤러리는 작가들에게 '호당가격확인서'를 과도하게 높은 가격으로 받도록 종용하는 등 미술품의 가격을 부풀리기도 했다. 호당가격확인서는 한국미술협회에서 발급하는 문서로, 작품의 크기와 작가의 수상 경력 등을 기준으로 미술품의 가치를 산정한다. 협회는 내부 심사를 거쳐 확인서를 발급하며, 지나치게 높은 가격을 요구할 경우 발급이 거부될 수 있다.

작가가 호당가격확인서 발급을 거절당한 경우, 피의자들은 허위 가격확인서(인보이스 문서)를 만들어 작품 가격을 임의로 책정해 투자자로부터 많게는 수억 원의 대금을 받았다. 전체 피해자 중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사람은 16억 원을 뜯겼다. 경찰 관계자는 "J갤러리는 투자자들에게 '해외에서 활동하는 작가라 호당가격확인서가 발급되지 않는다'며 안심시켰다"고 전했다.

경찰은 작가들에게는 범죄 혐의점이 없다고 판단했다. 작가들은 J갤러리와 위탁판매계약을 맺고 작품 판매 시 대금의 50%를 지급받기로 했지만, 실제로 대금을 받은 작가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작가들은 자신의 작품이 판매된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아트테크에 투자할 때는 미술품의 실물 존재 여부와 관련 서류의 진위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며 "시중 은행권 이자보다 높은 수익률을 자랑하고 원금이 보장된다며 투자자를 모집하는 곳이 있다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다빈 기자 davinc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