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4월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이혼 소송 항소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4월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이혼 소송 항소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간 이혼 소송의 항소심 재판부가 인정한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을 겨냥한 법안이 여야에서 잇달아 발의되고 있다.

박준태 국민의힘 의원은 24일 이른바 '독립몰수제'를 도입하는 내용의 형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독립몰수제는 범죄 행위와 관련이 있는 물건, 금품 등을 국고에 귀속시키는 제도다. 범죄수익을 원천적으로 차단해 범죄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현행 형법은 '몰수'를 다른 형벌이 선고됐을 때 적용이 되는 '부가형(刑)'으로 규정하고 있다. 박 의원은 "범인이 사망했거나 공소시효 만료 등으로 공소제기가 불가능한 경우에는 범죄수익이 명백해도 몰수가 불가능하다"며 법 개정 필요성을 주장했다.

독립몰수제 도입을 위한 형법 개정은 사실상 노 전 대통령과 노 관장을 정조준했다는 평가다. 박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몰수 대상이 되는 범죄수익이 범죄자의 가족 등에게 상속·증여되는 경우, 가족이 범죄 사실을 알았는지와 무관하게 범죄수익을 몰수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있다.

노 전 대통령의 장녀인 노 관장과 최 회장의 '세기의 이혼' 소송 과정에서 2심 재판부는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으로 추정되는 300억원이 SK그룹에 흘러들어갔다고 인정했다. 그렇기 때문에 두 사람의 '재산 형성'에 노 관장의 기여를 인정할 수 있고, 이에 따라 1조3800억원을 노 관장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SK 측은 비자금 유입 자체를 부정하고 있다. 박 의원이 발의한 법안대로 형법이 개정되고, 대법원이 2심 재판부의 법리를 인정하게 되면 노 전 대통령은 물론 노 관장도 관련 재산이 몰수될 수 있다는 평가다.

앞서 윤종오 진보당 의원은 지난 6월 '헌정질서 파괴범죄자'의 범죄수익에 대해 공소시효 만료 등으로 공소가 제기되지 않아도 몰수, 추징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헌정질서파괴범죄공소시효특례법을 대표 발의했다. 장경태 민주당 의원도 이와 유사한 내용의 법죄수익은닉규제및처벌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