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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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 마포대교를 종종 건너다니는데 이 시간에 경찰이 순찰하는 건 처음 봤어요. 혹시나 해 '자살방지 하려고 순찰하는 거냐' 물어보니까 '그렇다'고 하네요. 이 땡볕에 이럴 필요까지 있을까 싶고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햇볕이 따가웠던 24일 낮 서울 마포대교를 도보로 지나던 A씨는 순찰 중인 경찰을 보고 직장 내 단체 채팅방에 이런 사실을 공유했다. 대화창은 들끓었다. "이렇게 더운 날 굳이 인적도 드문 마포대교를 순찰해야 하냐", "경찰이 너무 고생이다"라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마포대교 남단 북단에 경찰이 각각 1명씩 왔다 갔다하고 있다는 목격담에 일각에서는 '영부인이 다녀간 후 경찰의 마포대교 순찰이 강화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마포대교는 지난 11일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가 '세계 자살 예방의 날'을 맞아 시찰에 나섰던 곳이기 때문이다.

당시 김 여사는 용강지구대 순찰 인력과 함께 마포대교 도보 순찰을 하며 자살 시도 방지책에 대해 대화를 나눈 바 있다.
대낮 마포대교 순찰 중인 경찰 모습 (사진=독자 제보)
대낮 마포대교 순찰 중인 경찰 모습 (사진=독자 제보)
하지만 경찰이 자살 방지를 위해 마포대교에 상주한다는 의혹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김 여사의 시찰로 순찰 인력이 늘어난 건 아니라는 설명이다.

용강지구대 관계자는 한경닷컴에 "24일 낮에 있던 관할 구역 내 집회와 관련, 인력 동원 명령이 있어 마포대교에 순찰 인력이 배치된 것"이라며 "마포대교에 전담 순찰차가 배정돼있긴 하지만 자살 예방만을 목적으로 인력을 고정해 놓진 않는다"고 설명했다.

다만 "마포대교는 평소에도 '지인이 마포대교로 간다고 했다', '마포대교에서 행인이 울고 있다' 등 자살 혹은 관련 이상 징후 신고가 잦은 곳"이라면서 "신고가 들어오면 위험 방지 차원에서 순찰차를 활용해 확인하고 있고, 이상 징후가 보이는 시민이 있으면 순찰차에서 내린 뒤 괜찮은지 묻기도 한다. (김 여사의 시찰 이후) 달라진 건 없다"고 밝혔다.

모 경찰대 소속 A 씨는 "투신자 비율이 주야간 2:8정도 된다. 상주 경찰이 있으면 투신 시도를 바로 알아챌 순 있겠지만 인력도 부족한 상황에 상주까지 할 필요가 있겠나. 해상 순찰 강화 지시도 따로 받은 게 없다"고 했다.
한강 교량 위 긴급 상담 전화기인 ‘SOS 생명의전화.' /사진=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 제공
한강 교량 위 긴급 상담 전화기인 ‘SOS 생명의전화.' /사진=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 제공
서울 한강 교량 중 마포대교의 자살 시도가 압도적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생명보험재단이 2011년 7월부터 2021년 6월까지 10년 동안의 SOS생명의전화 상담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SOS생명의전화가 설치된 20개의 한강 교량 중 위기 상담 전화가 가장 많이 발생한 곳은 마포대교가 총 5385건(62.5%)으로 가장 많았다. 그 뒤를 한강대교 664건(7.7%), 양화대교 414건(4.8%) 순으로 집계됐다.

SOS생명의전화를 가장 많이 찾는 시간대는 오후 6시부터 자정까지 4419건(51.2%)이었다. 동이 트는 아침 6시부터 오후 6시까지는 1369건(15.8%)으로, 극명한 대비를 보였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