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한국거래소와 증권가 전경. /사진=허문찬 기자
여의도 한국거래소와 증권가 전경. /사진=허문찬 기자
한국거래소가 기업가치 우수기업 100곳을 뽑아 편성한 ‘코리아 밸류업 지수’가 24일 베일을 벗었다. 지수는 오는 30일부터 실시간으로 투자자들에게 제공된다. 현대차, 신한지주, 우리금융지주, 미래에셋증권은 지수 편입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요건이 있으나 밸류업 계획을 조기 공시한 점을 인정받아 특례편입됐다.

한국거래소는 100개 종목으로 구성된 밸류업지수 편입종목과 편입종목 선정방식을 24일 발표했다.

지수의 기준시점은 올해 1월2일로, 기준지수는 1000포인트다. 유동 시가총액 가중 방식으로 지수가 산출되며, 개별종목의 지수 내 비중 상한은 15%다. 구성종목의 정기변경일은 매년 6월의 선물만기일 다음 거래일이다.

지수 구성종목을 선정하기 위해 거래소는 △상장사 중 시가총액 400위 이내로 ‘시장 대표성’을 띠고 △최근 2년 합산 당기순손익이 흑자인 ‘수익성’을 갖춘 동시에 △최근 2년 연속으로 배당 또는 자사주 소각을 실시할 정도로 ‘주주환원’에 적극적이면서 △주가순자산비율(PBR) 순위가 전체 또는 산업군 내에서 50% 이내에 들어야 한다는 조건으로 종목을 걸러냈다.

이어 추려진 종목을 자기자본수익률(ROE) 순위비율을 바탕으로 한 ‘자본효율성 평가’가 우수한 기업 순으로 최종 100개 종목을 선정했다.

다만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조기에 공시한 기업들은 수익성, 시가총액 순위, 유동성 등의 최소 요건만 충족하면 최우선적으로 편입시켰다.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조기에 공시한 12개 종목 중 메리츠금융지주, 키움증권, DB하이텍 등 3개 종목은 특례를 적용하지 않고도 지수에 편입됐다. 반면 수익성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콜마홀딩스, 완화된 시가총액 순위 요건(700위 이내)도 충족하지 못한 에프앤가이드·에스트래픽·디케이앤디·DB금융투자는 편입되지 못했다.

거래소는 내년 지수 구성종목의 정기변경 때는 ‘밸류업 표창기업’에 대한 특례편입을 적용할 계획이다. 또 밸류업 공시 이행 여부에 따라 인센티브와 패널티를 부여해 2026년 6월 정기변경 때부터는 밸류업지수가 공시 이행 기업을 중심으로 구성되도록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거래소는 출범하는 밸류업지수 편입종목 구성에 대해 “전체 산업군 대표종목이 고르게 편입돼 한국 경제·산업 구조를 적절하게 반영했다”고 자평했다. 업종별 밸류업지수 편입종목 수는 정보기술(IT)이 24개, 산업재가 20개, 헬스케어가 12개, 자유소비재가 11개, 금융·부동산이 10개, 소재가 9개, 필수소비재가 8개, 커뮤니케이션이 5개, 에너지가 1개 등이다.

유가증권시장 상장 종목과 코스닥시장 상장 종목은 각각 67개와 33개이며, 시가총액 비중은 유가증권시장 상장 종목들이 95.3%로 절대적이다.

거래소는 밸류업지수 공개에 앞서 구성종목 기준 지난 5년의 성과를 되짚어본 결과, 기존 시장 대표지수인 코스피200지수나 KRX300지수 대비 성과가 양호했다고 강조헀다.

매년 6월 정기변경했다고 가정한 밸류업지수의 최근 5년 수익률은 43.5%로, 코스피200의 33.7%나 KRX300의 34.3%보다 높았다. 주가 하락기를 많이 포함하고 있는 최근 3년의 손실률도 밸류업지수가 7%로, 같은 기간 코스피200(-16.5%), KRX300(-14.4%)보다 작았다. 최근 1년 수익률은 밸류업지수가 12.5%, 코스피200이 4.3%, KRX300이 4.9%였다.

투자지표 측면에서도 밸류업지수가 코스피200이나 KRX300 대비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가수익비율(PER)을 보면 밸류업지수가 18.4배로, 코스피200의 11.2배와 KRX300의 12.6배를 크게 웃돌았다. 자본을 효율적으로 활용해 이익을 잘 남기면서 주주환원에 적극적이었던 종목이 같은 돈을 벌어도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는 걸 보여준다.

다만 PBR 측면에서는 KRX300이 3.2배로 밸류업지수의 2.6배보다 높았고, 배당수익률은 코스피200이 2.3%로 밸류업지수의 2.2%를 소폭 앞섰다.

거래소는 오는 30일부터 1초 단위로 밸류업지수를 실시간 산출한다. 올해 11월 중에는 밸류업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선물과 상장지수펀드(ETF)가 상장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자본효율성과 주주가치 제고 성과 등 질적 지표를 반영한 밸류업지수를 기초로 한 선물과 ETF가 출시되면 국내 증시에 대한 투자가 활성화될 것으로 거래소는 기대한다. 이로 인한 기업가치의 상승(주가 상승)은 다시 기업들의 기업가치 제고 노력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정착하도록 지원하겠다는 청사진도 내놨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