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은 野 금투세 토론…"주가조작 방지" vs "증시 부양부터"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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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국회서 공개토론회 개최
유예팀 "자본시장 선진화 우선"
시행팀 "금투세로 주가조작 막아야"
개인 투자자 소란도…"금투세 폐지"
유예팀 "자본시장 선진화 우선"
시행팀 "금투세로 주가조작 막아야"
개인 투자자 소란도…"금투세 폐지"
더불어민주당이 24일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도입에 대한 당론을 결정하기 위해 '시행팀'과 '유예팀'으로 나뉘어 갑론을박을 벌였다. 시행팀은 금투세가 여야 합의로 마련된 세제인 만큼 원안대로 내년 도입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예팀은 금투세가 시장에 미칠 충격을 감안해 자본시장 선진화 제도를 먼저 시행한 후 금투세를 도입하자고 첨예하게 맞섰다. 민주당은 추가 논의를 거쳐 당론을 정할 방침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오전 국회 본청 제4회의장에서 '행복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 금투세 시행은 어떻게?'라는 주제로 금투세 관련 토론을 진행했다. 시행팀에서는 민주당 김영환·김성환·이강일·김남근·임광현 의원이, 유예팀에서는 김현정·이소영·이연희·박선원 의원과 김병욱 전 의원이 나섰다. 이언주, 장경태 의원 등 일부 민주당 의원도 방청석에 자리했다.
이날 토론에 앞서 진성준 정책위원회 의장은 '역할극 논란'을 인식한 듯 당론이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진 의장은 "일각에선 민주당이 이미 (당론을) 정해놓고 약정 토론'을 하는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며 "금투세에 대한 의견을 밝힌 일부 의원의 발언은 개인 의견일 뿐이며 정책 디베이트(토론), 의원 총회를 통해 총의를 확인한 후 각론을 정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진 의장은 필요하다면 토론을 추가로 개최할 수 있다고 발언했다.
토론은 금투세 '유예팀'의 기조발언으로 시작됐다. 팀장을 맡은 김현정 의원은 국내 증시의 최근 수익률이 미국·일본 등 해외 증시에 비해 부진하다고 지적했다. 코스피 수익률이 낮은 상황에 금투세를 도입하면 투자매력이 떨어질 것이란 취지다.
김현정 의원은 "2020년 금투세 유예 당시 합의했던 도입 조건은 '증시 상황 개선', '금융투자자 보호 제도 마련'이었다"며 "하지만 우리 증시는 미국 일본과 달리 2021년 고점의 3분의 1도 회복을 못하고 있다.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보유액이 급증하는 등 자금 이탈도 가속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증시를 밸류업(가치 제고) 할 수 있는 자본시장 선진화가 우선돼야 한다"며 "금투세 논란을 접어두고 자본시장 밸류업에 집중하자. 상법과 자본시장법 개정을 민주당이 주도해 나가자"고 강조했다. '시행팀' 팀장을 맡은 김영환 의원은 금투세가 자본시장 선진화를 목적으로 마련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금융투자 소득에 세금을 부과하는 게 글로벌 표준(스탠다드)이라는 입장이다. 또 금투세 도입을 전제로 거래세가 낮아지고 있어 국내주식 투자매력은 오히려 높아질 수 있다고 봤다.
김영환 의원은 "금투세는 2020년 여야 합의로 통과된 법안이고, 자본시장 선진화 목적을 위한 세제 리뉴얼(개편)이지 증세가 아니다"라며 "현행 과세 체계는 투자 손실에도 세금을 물리는 체계인데다 손실 이월도 안 된다"고 꼬집었다.
이어 "(금투세는) '다 된 밥'이다. 여야 합의가 끝났다. 시행 시기만 남겨놓고 있다. 이 다 된 밥을 놓치면 그다음 개혁과제는 영영 요원하다"며 "우리 당 강령에 맞게, 민주당 정체성에도 맞게, 조세 정의도 실천하는 세 체계 개편을 이뤄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기조발언 후 진행된 토론에서도 양측의 입장은 평행선을 달렸다. 금투세가 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엇갈린 전망을 냈다. 유예팀 이소영 의원은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조세원칙에는 공감하지만, 조세정의만큼 중요한 것이 주식시장의 개선"이라며 "투자자들의 합리적인 우려를 '괴담'이라고 치부하는 것은 국민의힘이 가질 만한 태도"라며 꼬집었다.
그러면서 "인도의 경우 (나렌드라) 모디 총리 부임 후 지수를 50% 이상 끌어올린 뒤 관련 세금을 도입했기에 반발이 없었다"며 "소득에 과세하면 기대 수익률에 부정적인 영향이 있고, 이를 우려한 자금이 유출될 가능성이 커지는 건 상식적이다. 세금을 회피하려는 움직임이 생긴다는 건 설명이나 논증이 필요한 게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와 반대로 '시행팀'은 "금투세가 시장에 미칠 악영향은 데이터로 입증된 바 없다"며 "대부분의 나라가 이미 금투세를 도입한 상황에서 우리나라에 금투세가 도입된다고 해외로 자금이 빠질 것이란 주장은 옳지 않다"고 했다. 또 금투세가 주가조작 세력 검거에 기여할 수 있어 원안대로 도입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시행팀' 김성환 의원은 "금투세는 주가조작 방지세"라며 "금투세가 가장 불편한 사람은 김건희 (여사)와 주가조작 세력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검찰은 김건희 여사 모녀가 (도이치모터스 주식거래를 통해) 대략 23억원의 이익을 냈다고 추정하는데 현재 증권 거래세만 있어 거래 과정에서 낸 세금은 1500만원으로 추정된다"며 "만약 금투세가 도입됐으면 6억원가량의 소득세를 냈어야 했다"고 예상했다.
아울러 김성환 의원은 "증권거래세를 소득세(금투세)로 바꾸지 않으면, 만약 유예하면 주가 작전 세력들이 여전히 증시에서 활개 치게 되고 대한민국 (주식 시장의) 불투명성을 높인다"며 "이 문제 때문에라도 금투세는 도입될 필요성이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유예팀의 이연희 의원은 "금투세가 주가조작 방지세라고 말하는 건 논리 비약인 것 같다"며 "모든 거래 자료는 한국거래소, 예탁결제원에 있기 때문에 이상 징후가 있으면 관리종목으로 지정해서 감시하면 된다. 주가조작과 금투세는 무관한 논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김현정 의원은 "주가조작 방지 기능이 아주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것이 금투세의 본질은 아니다"라며 "주가조작에 무기징역을 구형하는 나라도 있다. 징벌적 손해 배상 등 엄하게 처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어 "(주가 조작을 막으려면) 한국거래소, 금융감독원, 금융위원회 감시 기능을 강화하는 게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자본시장 선진화와 금투세 중 먼저 추진해야 하는 과제에 대해서도 엇갈린 시각이 드러났다. 김영환 의원은 "상법을 개정하자는 것은 동의한다"면서도 "상법 개정을 전제로 금투세를 도입하면 자본시장 선진화, 금투세 모두를 놓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금투세는 이미 입법화됐고, 시행을 앞둔 상황"이라며 "개미(개인 투자자)의 작은 이익부터 보호하고,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게 순서"라고 했다.
유예팀은 자본시장을 선진화하고, 과세해도 늦지 않다는 입장을 냈다. 이소영 의원은 "'롤렉스 시계'를 찬 도둑이 득실거린다"며 "상법을 개정하는 게 조세 개정만큼 중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투자자에 신뢰와 확신을 주고 세금을 도입하면 수용성이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연희 의원은 "2차전지가 활황일 때, 에코프로가 급등했는데, 1000만원 투자한 사람도 5000만원 이상의 이익을 거둘 수 있었다"며 "주식 시장엔 고액 자산가도 있지만, 자산증식을 위해 참여하는 투자자가 많아 선진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토론 후 진행된 질의응답 시간엔 논란의 발언이 나왔다. 김영환 의원이 "(금투세 도입으로) 증시가 우하향한다는 확신이 있으면 (하락에 베팅하는) 인버스를 사라"고 말하면서다. 방청석에 앉아 있던 김병욱 전 의원은 "미국 증시는 상승하고, 국내 증시는 하락하는 '디커플링' 상황에서 금투세라는 수류탄을 꼭 던져야 하냐"며 "주식시장 투자 승률이 떨어질 수 있는 상황에서 불확실한 제도를 도입하는 게 합리적인 의사결정인지 시행팀에 묻고 싶다"고 발언했다.
이에 김영환 의원은 "주가 관련해서 다른 변수가 없는지 살펴봐야 한다"며 "미국, 일본의 경제 성장률에 비해 국내 경제 성장률이 낮았던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증시가 우하향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으면 '인버스'를 하면 된다"며 "선물 등 파생상품 시장에선 주가가 내려도 이득을 내는 사람이 있다"고 말했다.
인버스 상장지수펀드(ETF)는 기초지수의 움직임을 역으로 추종한다. 코스피 등 기초지수가 떨어지면 ETF 가치가 올라 이익을 거둘 수 있다. 통상 인버스 상품은 위험성이 커 장기투자에 적합하지 않고, 단기적인 위험 분산 수단으로 활용된다.
사모펀드 관련 질문도 나왔다. 금투세가 도입되면 사모펀드에 분배, 환매금에 적용되는 세율이 낮아져 사실상 '부자감세'라는 지적이다. 금투세 법안에 따르면 사모펀드의 환매(매매) 이익은 3억원 이하일 경우 22%, 3억원 초과는 27.5%의 세율을 적용받는다. 현행 제도에선 연간 2000만원 이하는 15.4%, 2000만원 초과는 금융소득종합과세로 묶여 최고 49.5%의 세율이 적용된다. 환매 이익을 기존 배당소득에서 금융투자소득으로 과세체계를 변경하는 과정에서 세율이 낮아지는 셈이다.
김영환 의원은 이에 대해 "세율이 낮아지지만, 과세가 되지 않던 이익이 금투세로 편입되기에 결정적으로 어떤 것이 유리하다고 평가할 수 없다"고 했다. 기존 비과세였던 주식형 사모펀드 분배·환매금에 금투세가 부과된다는 점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유예팀의 정리 발언을 맡은 이연희 의원은 "공시지가 현실화 후 세수는 늘었지만, 민주당은 정권을 잃었다"며 "개인 투자자 99%는 금투세가 미칠 악영향을 우려하고 있다. 올해 코스닥 수익률은 전 세계 꼴찌 수준이다. 수익성 좋은 곳으로 자금이 이탈하고 있으며 소액 투자자는 피눈물을 흘리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국민과 청년들의 열망을 세금으로 꺾으면 안 된다"며 "국민이 주식 투자로 부를 축적할 수 있도록 증시를 양적 질적으로 성장시켜야 한다. 코스피가 4000, 5000을 돌파할 때까지 금투세를 유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행팀의 이강일 의원은 "금투세가 입법된 2020년 코스피가 올랐고, 유예를 발표한 후 오히려 하락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며 "금투세를 앞서 두 번 유예했는데, 증시가 단단해졌는지 묻고 싶다"며 "또 미루자는 의견은 답답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금투세는 새로운 세금이 아닌 선진적 과세"라며 "부동산과 비교해선 안 되고, 근로소득세와 비교해야 하며 부동산과 비교하더라도 다주택자에 적용되는 세금과 비교해야지 1주택자와 비교하는 건 이치에 옳지 않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박찬대 원내대표가 마이크를 잡고 마무리 발언을 이어갔다. 박 원내대표는 "빠른 시간 내에 당론을 정하겠다"며 "지도부뿐만 아니라 참여한 의원들 모두 국민들 생각을 좀 더 세밀하게 열린 마음으로 당론을 정하는 데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이르면 오는 26일 정책의원총회를 열어 당론을 확정할 계획이다.
한편 금투세는 개인투자자의 관심이 집중된 사안인 만큼 이날 토론이 시작되기 전 투자자들이 장내에서 소동을 벌이기도 했다. 개인투자자 단체,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 회원이 토론장에 진입했다. 민주당 측이 토론회는 '의원총회' 방식으로 진행된다며 이들의 진입을 막자 한투연 회원들은 "왜 사전 공지하지 않았느냐"며 거세게 항의했다.
한투연 회원들의 성토에 이강일 의원이 소리를 지르자 주변 의원들이 이강일 의원을 만류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이강일 의원은 앞서 "토론회는 역할극 일부다"라고 발언 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을 일으켰다. 한투연 회원들은 진성준 의장이 향후 만남의 장을 만들겠다는 약속을 하자 토론회장에서 퇴장했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오전 국회 본청 제4회의장에서 '행복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 금투세 시행은 어떻게?'라는 주제로 금투세 관련 토론을 진행했다. 시행팀에서는 민주당 김영환·김성환·이강일·김남근·임광현 의원이, 유예팀에서는 김현정·이소영·이연희·박선원 의원과 김병욱 전 의원이 나섰다. 이언주, 장경태 의원 등 일부 민주당 의원도 방청석에 자리했다.
이날 토론에 앞서 진성준 정책위원회 의장은 '역할극 논란'을 인식한 듯 당론이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진 의장은 "일각에선 민주당이 이미 (당론을) 정해놓고 약정 토론'을 하는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며 "금투세에 대한 의견을 밝힌 일부 의원의 발언은 개인 의견일 뿐이며 정책 디베이트(토론), 의원 총회를 통해 총의를 확인한 후 각론을 정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진 의장은 필요하다면 토론을 추가로 개최할 수 있다고 발언했다.
토론은 금투세 '유예팀'의 기조발언으로 시작됐다. 팀장을 맡은 김현정 의원은 국내 증시의 최근 수익률이 미국·일본 등 해외 증시에 비해 부진하다고 지적했다. 코스피 수익률이 낮은 상황에 금투세를 도입하면 투자매력이 떨어질 것이란 취지다.
김현정 의원은 "2020년 금투세 유예 당시 합의했던 도입 조건은 '증시 상황 개선', '금융투자자 보호 제도 마련'이었다"며 "하지만 우리 증시는 미국 일본과 달리 2021년 고점의 3분의 1도 회복을 못하고 있다.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보유액이 급증하는 등 자금 이탈도 가속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증시를 밸류업(가치 제고) 할 수 있는 자본시장 선진화가 우선돼야 한다"며 "금투세 논란을 접어두고 자본시장 밸류업에 집중하자. 상법과 자본시장법 개정을 민주당이 주도해 나가자"고 강조했다. '시행팀' 팀장을 맡은 김영환 의원은 금투세가 자본시장 선진화를 목적으로 마련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금융투자 소득에 세금을 부과하는 게 글로벌 표준(스탠다드)이라는 입장이다. 또 금투세 도입을 전제로 거래세가 낮아지고 있어 국내주식 투자매력은 오히려 높아질 수 있다고 봤다.
김영환 의원은 "금투세는 2020년 여야 합의로 통과된 법안이고, 자본시장 선진화 목적을 위한 세제 리뉴얼(개편)이지 증세가 아니다"라며 "현행 과세 체계는 투자 손실에도 세금을 물리는 체계인데다 손실 이월도 안 된다"고 꼬집었다.
이어 "(금투세는) '다 된 밥'이다. 여야 합의가 끝났다. 시행 시기만 남겨놓고 있다. 이 다 된 밥을 놓치면 그다음 개혁과제는 영영 요원하다"며 "우리 당 강령에 맞게, 민주당 정체성에도 맞게, 조세 정의도 실천하는 세 체계 개편을 이뤄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기조발언 후 진행된 토론에서도 양측의 입장은 평행선을 달렸다. 금투세가 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엇갈린 전망을 냈다. 유예팀 이소영 의원은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조세원칙에는 공감하지만, 조세정의만큼 중요한 것이 주식시장의 개선"이라며 "투자자들의 합리적인 우려를 '괴담'이라고 치부하는 것은 국민의힘이 가질 만한 태도"라며 꼬집었다.
그러면서 "인도의 경우 (나렌드라) 모디 총리 부임 후 지수를 50% 이상 끌어올린 뒤 관련 세금을 도입했기에 반발이 없었다"며 "소득에 과세하면 기대 수익률에 부정적인 영향이 있고, 이를 우려한 자금이 유출될 가능성이 커지는 건 상식적이다. 세금을 회피하려는 움직임이 생긴다는 건 설명이나 논증이 필요한 게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와 반대로 '시행팀'은 "금투세가 시장에 미칠 악영향은 데이터로 입증된 바 없다"며 "대부분의 나라가 이미 금투세를 도입한 상황에서 우리나라에 금투세가 도입된다고 해외로 자금이 빠질 것이란 주장은 옳지 않다"고 했다. 또 금투세가 주가조작 세력 검거에 기여할 수 있어 원안대로 도입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시행팀' 김성환 의원은 "금투세는 주가조작 방지세"라며 "금투세가 가장 불편한 사람은 김건희 (여사)와 주가조작 세력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검찰은 김건희 여사 모녀가 (도이치모터스 주식거래를 통해) 대략 23억원의 이익을 냈다고 추정하는데 현재 증권 거래세만 있어 거래 과정에서 낸 세금은 1500만원으로 추정된다"며 "만약 금투세가 도입됐으면 6억원가량의 소득세를 냈어야 했다"고 예상했다.
아울러 김성환 의원은 "증권거래세를 소득세(금투세)로 바꾸지 않으면, 만약 유예하면 주가 작전 세력들이 여전히 증시에서 활개 치게 되고 대한민국 (주식 시장의) 불투명성을 높인다"며 "이 문제 때문에라도 금투세는 도입될 필요성이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유예팀의 이연희 의원은 "금투세가 주가조작 방지세라고 말하는 건 논리 비약인 것 같다"며 "모든 거래 자료는 한국거래소, 예탁결제원에 있기 때문에 이상 징후가 있으면 관리종목으로 지정해서 감시하면 된다. 주가조작과 금투세는 무관한 논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김현정 의원은 "주가조작 방지 기능이 아주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것이 금투세의 본질은 아니다"라며 "주가조작에 무기징역을 구형하는 나라도 있다. 징벌적 손해 배상 등 엄하게 처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어 "(주가 조작을 막으려면) 한국거래소, 금융감독원, 금융위원회 감시 기능을 강화하는 게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자본시장 선진화와 금투세 중 먼저 추진해야 하는 과제에 대해서도 엇갈린 시각이 드러났다. 김영환 의원은 "상법을 개정하자는 것은 동의한다"면서도 "상법 개정을 전제로 금투세를 도입하면 자본시장 선진화, 금투세 모두를 놓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금투세는 이미 입법화됐고, 시행을 앞둔 상황"이라며 "개미(개인 투자자)의 작은 이익부터 보호하고,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게 순서"라고 했다.
유예팀은 자본시장을 선진화하고, 과세해도 늦지 않다는 입장을 냈다. 이소영 의원은 "'롤렉스 시계'를 찬 도둑이 득실거린다"며 "상법을 개정하는 게 조세 개정만큼 중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투자자에 신뢰와 확신을 주고 세금을 도입하면 수용성이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연희 의원은 "2차전지가 활황일 때, 에코프로가 급등했는데, 1000만원 투자한 사람도 5000만원 이상의 이익을 거둘 수 있었다"며 "주식 시장엔 고액 자산가도 있지만, 자산증식을 위해 참여하는 투자자가 많아 선진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토론 후 진행된 질의응답 시간엔 논란의 발언이 나왔다. 김영환 의원이 "(금투세 도입으로) 증시가 우하향한다는 확신이 있으면 (하락에 베팅하는) 인버스를 사라"고 말하면서다. 방청석에 앉아 있던 김병욱 전 의원은 "미국 증시는 상승하고, 국내 증시는 하락하는 '디커플링' 상황에서 금투세라는 수류탄을 꼭 던져야 하냐"며 "주식시장 투자 승률이 떨어질 수 있는 상황에서 불확실한 제도를 도입하는 게 합리적인 의사결정인지 시행팀에 묻고 싶다"고 발언했다.
이에 김영환 의원은 "주가 관련해서 다른 변수가 없는지 살펴봐야 한다"며 "미국, 일본의 경제 성장률에 비해 국내 경제 성장률이 낮았던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증시가 우하향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으면 '인버스'를 하면 된다"며 "선물 등 파생상품 시장에선 주가가 내려도 이득을 내는 사람이 있다"고 말했다.
인버스 상장지수펀드(ETF)는 기초지수의 움직임을 역으로 추종한다. 코스피 등 기초지수가 떨어지면 ETF 가치가 올라 이익을 거둘 수 있다. 통상 인버스 상품은 위험성이 커 장기투자에 적합하지 않고, 단기적인 위험 분산 수단으로 활용된다.
사모펀드 관련 질문도 나왔다. 금투세가 도입되면 사모펀드에 분배, 환매금에 적용되는 세율이 낮아져 사실상 '부자감세'라는 지적이다. 금투세 법안에 따르면 사모펀드의 환매(매매) 이익은 3억원 이하일 경우 22%, 3억원 초과는 27.5%의 세율을 적용받는다. 현행 제도에선 연간 2000만원 이하는 15.4%, 2000만원 초과는 금융소득종합과세로 묶여 최고 49.5%의 세율이 적용된다. 환매 이익을 기존 배당소득에서 금융투자소득으로 과세체계를 변경하는 과정에서 세율이 낮아지는 셈이다.
김영환 의원은 이에 대해 "세율이 낮아지지만, 과세가 되지 않던 이익이 금투세로 편입되기에 결정적으로 어떤 것이 유리하다고 평가할 수 없다"고 했다. 기존 비과세였던 주식형 사모펀드 분배·환매금에 금투세가 부과된다는 점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유예팀의 정리 발언을 맡은 이연희 의원은 "공시지가 현실화 후 세수는 늘었지만, 민주당은 정권을 잃었다"며 "개인 투자자 99%는 금투세가 미칠 악영향을 우려하고 있다. 올해 코스닥 수익률은 전 세계 꼴찌 수준이다. 수익성 좋은 곳으로 자금이 이탈하고 있으며 소액 투자자는 피눈물을 흘리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국민과 청년들의 열망을 세금으로 꺾으면 안 된다"며 "국민이 주식 투자로 부를 축적할 수 있도록 증시를 양적 질적으로 성장시켜야 한다. 코스피가 4000, 5000을 돌파할 때까지 금투세를 유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행팀의 이강일 의원은 "금투세가 입법된 2020년 코스피가 올랐고, 유예를 발표한 후 오히려 하락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며 "금투세를 앞서 두 번 유예했는데, 증시가 단단해졌는지 묻고 싶다"며 "또 미루자는 의견은 답답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금투세는 새로운 세금이 아닌 선진적 과세"라며 "부동산과 비교해선 안 되고, 근로소득세와 비교해야 하며 부동산과 비교하더라도 다주택자에 적용되는 세금과 비교해야지 1주택자와 비교하는 건 이치에 옳지 않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박찬대 원내대표가 마이크를 잡고 마무리 발언을 이어갔다. 박 원내대표는 "빠른 시간 내에 당론을 정하겠다"며 "지도부뿐만 아니라 참여한 의원들 모두 국민들 생각을 좀 더 세밀하게 열린 마음으로 당론을 정하는 데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이르면 오는 26일 정책의원총회를 열어 당론을 확정할 계획이다.
한편 금투세는 개인투자자의 관심이 집중된 사안인 만큼 이날 토론이 시작되기 전 투자자들이 장내에서 소동을 벌이기도 했다. 개인투자자 단체,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 회원이 토론장에 진입했다. 민주당 측이 토론회는 '의원총회' 방식으로 진행된다며 이들의 진입을 막자 한투연 회원들은 "왜 사전 공지하지 않았느냐"며 거세게 항의했다.
한투연 회원들의 성토에 이강일 의원이 소리를 지르자 주변 의원들이 이강일 의원을 만류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이강일 의원은 앞서 "토론회는 역할극 일부다"라고 발언 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을 일으켰다. 한투연 회원들은 진성준 의장이 향후 만남의 장을 만들겠다는 약속을 하자 토론회장에서 퇴장했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