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서울 시내의 한 '다리찢기' 수업 현장 / 사진=성진우 기자
26일 서울 시내의 한 '다리찢기' 수업 현장 / 사진=성진우 기자
"9년째 요가를 하고 있는데도 '비둘기 자세'에서 도저히 다리가 찢어지지 않았어요. 언니 소개로 '다리찢기'를 가르치는 학원이 있다는 걸 알게 돼 지난달부터 등록했습니다. 생각보다 수업 강도가 높아서 끝나면 잠도 솔솔 잘 와요."

26일 서울 시내의 한 스트레칭 학원에서 만난 수강생 30대 김모 씨는 "수업을 통해 확실히 다리 찢어지는 각도가 커졌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씨가 등록한 수업은 '다리찢기 4주 반'으로, 이날이 마지막 수업이었다. 그는 "아직 만족할 만큼 다리가 찢어지진 않지만, 학원에서 배운 자세들을 집에서 꾸준히 해보려고 한다"며 "요가를 할 때도 자세에 대한 두려움이 줄었다"고 말했다.

최근 요가, 필라테스 등 운동이 주목받으면서 해당 운동에 필요한 스트레칭 자세인 '다리찢기'를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학원 수업에 수강생이 몰리고 있다. 다리찢기를 배우는 과정에서 자세 교정 등 효과도 크다는 평가다.

곳곳에서 '끙' 신음 터져 나와…'다리찢기' 수업 직접 참관해보니

다리찢기에 대한 관심은 해당 자세가 가능해야 수월한 요가, 필라테스 등 운동이 인기를 끈 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다리찢기를 연습하면서 자세 교정 등 효과를 누린 이들을 중심으로 '다리찢기'가 입소문을 탔다.

학원가에서도 스트레칭 자세로서 다리찢기만을 따로 배우려는 수요에 맞춰 전문 수업을 속속 내놓고 있다.
26일 서울 시내의 한 '다리찢기' 수업 현장 / 사진=성진우 기자
26일 서울 시내의 한 '다리찢기' 수업 현장 / 사진=성진우 기자
이날 오후 8시부터 총 100분간 진행된 '다리찢기 4주 반' 수업은 먼저 다리를 찢는 데 쓰이는 허벅지 안쪽 '모음근'(내전근)을 강화하는 스트레칭으로 시작됐다. 고무 매트 위에 자리 잡은 5명의 수강생은 강사의 자세에 맞춰 각종 스트레칭 자세를 취했다.

본격적인 다리찢기 자세는 아직 시작하지도 않았지만, 벌써 수강생들 사이에선 앓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특히 엎드린 채 한쪽 다리를 옆으로 드는 자세를 할 때 몇몇 수강생은 다리를 후들후들 떨기도 했다. 강사는 이곳저곳 다니며 수강생들의 자세를 교정해줬다.

필라테스 등 다른 운동을 시작하기에 앞서 뻣뻣한 몸을 교정하기 위해 수업을 듣는다는 30대 윤모 씨는 "보통 수업 초반 50분은 이렇게 모음근을 기르는 각종 자세를 하는데, 이것도 절대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수업 후반부 다리찢기가 시작되자 강사는 수강생들에게 다리를 찢고 앉은 상태에서 상체를 앞으로 굽히는 자세를 가장 먼저 시켰다. 자세를 취하다 근육이 파열되는 것을 막기 위해 요가 블록도 나눠졌다. 그는 "허벅지가 바닥에 닿는 부분에 블록을 놓아야 한다"며 "모든 동작은 절대 무리하지 말고 천천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26일 서울 시내의 한 '다리찢기' 수업 현장 / 사진=성진우 기자
26일 서울 시내의 한 '다리찢기' 수업 현장 / 사진=성진우 기자
수강생들에게 다리찢기는 결코 쉬운 동작이 아니었다. 이날이 마지막 수업 회차였지만, 다수 수강생이 바닥에 다리가 일자로 닿는 완벽한 다리찢기에 성공하진 못했다. 동생과 같은 수업을 듣는 김씨의 30대 언니는 "4주 만에 다리가 확 찢어지는 걸 기대하진 않았다"며 "하지만 어떤 근육을 사용해야 하는지, 몸에 무리가 가지 않는 수준의 자세가 어떤 건지를 알게 됐다. 앞으로 지속해서 연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학원을 운영하면서 스트레칭 전문 유튜버로도 활동 중인 김성종 대표는 "4주 만에 완벽하게 다리를 찢는 건 불가능하다. 수강생들에게도 이 점을 분명히 고지한다"며 "수강생들이 수업 이후에도 강사의 도움 없이 안전하게 홈트레이닝을 할 수 있도록 자세를 꼼꼼하게 가르치고 교정해주는 것이 수업의 목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수강생 대다수는 요가, 필라테스를 병행하는 분들"이라며 "매일 총 4개의 수업이 진행되는 저녁 수업의 경우 기수 모집을 시작하면 1~2일 만에 수업 자리가 꽉 찬다"고 덧붙였다.

"고관절 쓰는 운동엔 효과 탁월…'챌린지'식 운동은 삼가야"

전문가들은 다리찢기 운동이 간단하면서 하반신 근육을 전체적으로 이완해주고, 자세를 교정하는 데 상당한 효과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주강 가천대 길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는 "다리찢기는 모음근을 늘려 다리와 몸통의 움직임을 관장하는 고관절의 운동 범위를 확대하는 데 탁월하다"며 "운동 동작 중 다칠 위험성을 줄여줄 뿐만 아니라 걷기 등 일상생활에서의 각종 동작에서 자세를 교정해주는 데도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 교수는 SNS에 있는 각종 후기만 보고 무작정 넓게 찢는 것에만 치중할 경우 오히려 심각한 부상을 야기할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그는 "다리가 찢기는 각도에 대해선 의학적으로 통상 30~40도면 정상 범위로 간주한다. 성별과 나이, 인종, 유전적 차이에 따라 여기서 훨씬 더 넓게 찢는 자세가 가능한 경우도 있다"며 "과도하게 180도에 가깝게 다리를 찢으려고 시도하다간 근육 섬유가 찢어지거나 인대가 손상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진우 한경닷컴 기자 politpe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