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철강기업 US스틸 인수를 추진 중인 일본제철이 미국 당국에 인수 심의를 재신청했다. 미국 정치권은 US스틸 인수를 두고 초당적으로 반대했지만, 이번 재신청으로 오는 11월 대통령 선거 때까지 당국의 판단을 지켜봐야 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4일 교도통신 보도에 따르면 ‘US스틸 인수’를 검토하던 미국 외국인투자위원회(CFIUS)의 심의 기한은 지난 23일이었지만 이번 재신청으로 심의 기한이 90일 연장된다. 교도통신은 "이에 따라 CFIUS의 판단은 11월 미국 대선 이후 내려질 가능성이 커졌다"고 전했다. 이번 재신청은 이달 초 모리 타카히로 일본제철 부사장이 미국 워싱턴을 찾아 CFIUS 관계자와 회담을 가진 이후 추진된 것으로 보인다고 마이니치신문은 전했다.

이번 재신청은 미 공화당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조 바이든 대통령은 물론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출마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까지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에 반대 입장을 밝힌 가운데 이뤄졌다. 미국철강노조(USW)도 강력히 반대하며 인수를 마무리 짓지 못했다. 마이니치신문은 USW와 US스틸 모두 이번 대선의 최대 승부처로 떠오른 펜실베이니아에 있어, 인수 협상이 매우 정치적 문제로 발전했다고 짚었다.

이날 일본제철은 US스틸 임직원에게 공개서한을 보내고, 인수에 반대하는 US스틸 노동조합 집행부에 인수 협의에 응할 것을 요구했다. 일본 공영방송 NHK가 보도에 따르면 이날 일본제철은 “인수가 미국의 국가안보를 위협한다”는 노조 집행부의 주장에 반박하며 US스틸 직원에게 보낸 문서를 공개했다. 문서에는 미국 US스틸의 고로 조업 유지, 직원의 고용 및 복리후생 유지, 인수가 미국 철강업계 전체의 경쟁력 및 국가안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지난해 12월 일본제철은 US스틸을 141억달러(약 18조3000억원)에 매수하기로 하고, CFIUS에 심의를 신청했다. CFIUS는 외국인의 대미 투자가 국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심사해 안보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면 시정 조치를 요구하거나, 대통령에게 거래 불허를 권고할 수 있다. 이때 미국 대통령은 CFIUS의 공식 권고를 받은 후에만 외국 기업의 자국 기업 인수를 거부할 수 있다.

김세민 기자 unija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