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와 상속 분쟁의 증가로 인해 은행에 유언과 상속 집행을 맡기는 유언대용신탁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는 사후에 자녀들에게 법적 분쟁 없이 재산을 물려주고자 하는 고령자뿐만 아니라, 최근 급증한 1인 가구와 재혼, 비혼 가정에서도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유언대용신탁은 주로 안전한 재산 관리와 상속 분쟁을 대비한 계약으로 사용되지만, 최근에는 증여에서도 신탁의 활용도가 점차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번 사례에서는 건물 등 부동산 증여에 신탁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설명드리겠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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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건물주의 고민: 상속세와 절세 전략

도심에는 많은 건물들이 존재합니다. 흔히 "조물주 위에 건물주"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건물주는 부러움의 대상이지만, 그들도 많은 고민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가장 큰 고민 중 하나는 세금 문제입니다. 현행 세법상 상속세는 상속 재산 과표가 30억원을 초과할 경우 최고 세율이 50%입니다. 상속 재산이 클수록 상속세는 거의 절반에 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따라서 미리 구체적인 절세 전략을 준비하지 않으면 상속세를 감당하지 못해, 소중한 건물을 헐값에 매각해야 하는 상황이 자주 발생합니다.

상속세 절감의 기본: 증여의 조기 실행

상속세를 줄이기 위한 기본적인 방법은 증여를 활용하는 것입니다. 증여는 빨리 시작해야 하며, 또한 증여 합산 기간인 10년을 여러 번 활용하면 가장 효과적인 절세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증여 이후 재산 가치 상승분은 자녀의 이익으로 귀속되고, 이는 비과세 대상이므로 부동산처럼 지속적으로 가치가 상승하는 자산에는 매우 적합한 방법입니다.

오늘은 신탁 상담을 통해 상속세를 줄이고, 합리적으로 건물 지분을 자녀에게 이전했던 사례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사례: 강남 건물주 유재필님의 증여 고민 해결

유재필(가명, 64세)님은 부친으로부터 물려받은 강남 소재 건물을 보유한 재력가입니다. 그는 아내(59세), 아들(26세, 미혼, 직장인), 딸(23세, 대학생)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보유한 건물은 삼성동 이면도로에 위치한 5층짜리 건물로, 부모님으로부터 물려받을 당시 시가는 약 60억원이었으나 최근 10년간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여 현재 150억원을 호가합니다. 이 건물은 벤처업체에 임대되어 사옥으로 사용 중이며, 임대료는 월 4000만원에 달합니다.

유재필님은 자녀들에게 이 건물을 물려주고 싶었지만, 상속세가 큰 부담이었습니다. 은행 세무사와 상담한 결과, 상속세율이 50%에 달하는 구간에 해당하여 상속평가 금액의 절반이 세금으로 나갈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고민에 빠졌습니다. 상속세를 준비하지 못하면 자녀들이 건물을 팔아야 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컸습니다.

세무사는 그에게 증여를 활용하면 절세가 가능하다는 조언을 했지만, 자녀들이 아직 어리고, 거액을 증여하는 것에 따른 다른 고민이 있었습니다. 자녀들이 독립해서 자신의 삶을 살아가야 하는데, 큰 재산을 미리 증여했을 때 어떤 부작용이 있을지 걱정스러웠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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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여의 부작용과 신탁의 해결책

주변에서는 자녀에게 거액을 증여한 후 여러 문제가 발생한 사례를 종종 들을 수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자녀가 이혼하여 증여한 재산이 위자료로 나가거나, 자녀가 먼저 사망했을 때 재산이 사위나 며느리에게 넘어가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또, 거액의 재산을 받게 된 자녀가 직장을 그만두거나, 고가의 자동차를 몰고 다니는 등 재산 관리에 미숙한 모습을 보였다는 이야기들도 있었습니다.

일전에 안산에서 공장을 하시던 사장님을 상담했었는데요, 그분은 일찌감치 세무사 조언대로 자녀들이 어렸을 때부터 10년 단위로 계속 증여를 해 와서, 지금은 법인 지분의 50%정도가 자녀들 명의라고 합니다. 그런데 본인은 당연한 거라고 생각하는데 주변에 공장을 하시는 많은 지인들이 증여를 안 하시더란 겁니다. 그건 아마도 유재필님과 같이 사전증여로 인해 오히려 자녀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줄까봐 미루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걱정 때문에 유재필님 역시 선뜻 증여를 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신탁은 증여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상당 부분 제거할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합니다. 즉, 증여 후에도 부모가 간접적으로 소유권을 통제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자녀 소유의 부동산을 안전하게 지킬 수 있습니다.

또한, 자녀가 먼저 사망하더라도 그 재산이 직계가족에게 갈 수 있도록 설계할 수 있어, 증여로 인한 위험을 방지하고 가족 비즈니스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기능을 갖춘 신탁을 증여신탁이라 부르며, 완벽한 증여를 위해 퍼펙트증여신탁이라고도 합니다.

비슷한 의미로 효도계약이라고 들어보셨을 겁니다. 부양을 목적으로 재산을 증여하는 것인데요, 추후 자녀가 조건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증여를 해제하는 계약으로 생전 조건부 증여계약이라고 하며 대법원 판례로 인정된 겁니다. 계약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소송으로 다시 뺏어 올 수 있기는 한데요. 실제로 오랜 시간과 비용이 들어가므로 그리 효과적이라 할 수 없습니다. 그에 반해서 증여신탁은 이미 증여는 끝났고, 다시 달라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부모가 부동산을 관리 또는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이 유지되는 것이라서 효도 계약과는 달리 소송을 통하지 않고도 간접적인 통제를 할 수 있어서 보다 효과적이며, 자연스럽게 효도의 분위기를 만들어 갈 수 있습니다.

신탁을 통한 상속세 절감 및 자산 통제

유재필님은 신탁을 통해 고민을 해결하고 증여를 실행했습니다. 또한, 임대료도 신탁으로 관리하여 10년 후 추가 증여 시 필요한 증여세 재원으로 활용하기로 했습니다. 신탁을 통해 부모가 자산을 관리하면서 자녀에게 간접적으로 증여의 혜택을 주고, 세금 문제도 해결한 것입니다.

이처럼 신탁은 상속세를 절감하면서도 자녀에게 미치는 영향을 통제할 수 있는 강력한 도구입니다.

하나은행 신탁사업본부 리빙트러스트센터 황지섭 부장

* 본 기고문의 의견은 작성자 개인의 의견이며, 소속회사의 의견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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