펄펄 끓는 곰탕 같은 연기 앙상블…찐 베테랑 모인 '보통의 가족'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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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의 범죄를 목격한다면?
허진호 감독 "한국 사회서도 적용 되는 이야기"
설경구·장동건·김희애·수현 팽팽한 연기
허진호 감독 "한국 사회서도 적용 되는 이야기"
설경구·장동건·김희애·수현 팽팽한 연기
그야말로 연기 대격돌이다. 배우 설경구, 장동건, 김희애, 수현이 아이들의 범죄 현장이 담긴 CCTV를 보게 되면서 신념과 본능 사이에서 갈등하는 세밀한 연기를 '보통의 가족'을 통해 선보인다.
'보통의 가족'은 네덜란드 작가 헤르만 코흐의 베스트셀러 소설 '디너'를 뼈대로 하고 '봄날은 간다' 허진호 감독이 '천문: 하늘에 묻는다' 이후 5년 만에 내놓은 신작이다.
영화에는 물질적 욕망을 우선시하며 살인자의 변호도 마다치 않는 변호사 재완(설경구)과 원리원칙을 중요시하는 자상한 소아과 의사 재규(장동건) 형제, 성공한 프리랜서 번역가로 자녀 교육과 시부모 간병까지 해내는 연경(김희애), 어린 아기를 키우지만 자기 관리에 철저해 객관적인 시선으로 가족을 바라보는 재완의 처 지수(수현)가 등장한다.
이들은 자녀의 범죄 현장이 담긴 CCTV를 본 후 보통의 삶이 뒤흔들린다. 긴장감 속에 네 사람의 감정이 뒤얽히는 식사 신은 영화의 백미다. 극한의 상황에 몰린 가족들이 점차 변해가고 무너지는 과정은 한순간도 긴장을 늦출 수 없게 만든다. 24일 진행된 언론시사회에서 허진호 감독은 "대본을 받고 기존에 나왔던 영화와 원작 소설을 봤다. 이걸 내가 다시 잘 만들 수 있을지 고민했다"고 말했다.
이어 "숨길 수 없는 범죄를 저지른 아이 부모들의 행동에 대해 나도 부모이기에 공감이 갔고, 지금 한국 사회에 가지고 와도 할 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해서 용기를 냈다"고 밝혔다.
영화 전개상 가장 중요한 세 번의 식사 장면은 배우들의 격정적인 감정을 다각도로 담아냈다. 허 감독은 "정말 긴 호흡으로 찍어야 하는 장면이었다"며 "배우들이 많게는 8번이나 같은 연기를 계속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감정 연기를 계속하는 걸 보고 많이 놀랐다"며 "배우들 덕에 식사 신이 긴장감 있고 재밌게 잘 나온 것 같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설경구는 "감독께서 8번 찍었다고 하는데 커트까지 하면 100번은 찍은 것 같다. 해도 해도 끝이 안 났다"고 토로했다.
이어 "식사 장면이 멀리서 보면 화기애애해 보일 수 있으나 카메라가 테이블 가까이 올수록 보이는 미묘한 균열, 위화감을 표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동건은 설경구와 연기 호흡에 대해 "선배님께 많이 배웠다"며 "치열하게 다투는 걸 생각하고 가면 형은 여유롭게 능글맞게 받아쳤다. 리허설과는 다른 감정으로 표현됐는데 그게 현실감 있고 더 맞는다고 생각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김희애는 "사회적으로 존경스러운 인물이지만 문제가 닥쳤을 때 연경이 도는 순간 보이는 행동이 관객에게 통쾌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허 감독은 김희애에 대해 "화면에 나오지 않는데도 우는 연기를 계속하더라"라고 감탄했다. 이어 "그래서 다른 배우들도 열심히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김희애는 "안 울어야 할 때는 눈물이 나오고, 내 마음대로 안 된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면서 "모니터하러 가는 게 너무 힘들어서 앉아 있었을 뿐"이라며 "밥 먹는 게 하이라이트라 어떻게든 잘 해내고 싶었다"고 부연했다. '보통의 가족'으로 한국 영화에 데뷔한 수현은 "토론토 영화제에서 영화를 봤는데 한국에서 소개하는 자리라 가장 설레고 떨린다"고 소감을 밝혔다.
수현은 김희애와의 신경전을 선보이는 장면에 대해 "포스가 있으셔서 쉽지 않았다"면서도 "내가 생각한 지수는 어린 엄마로 성숙한 엄마인 연경(김희애)에게 호소를 해보고, 끝에는 자신의 신념을 보여주려 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선배인 설경구, 장동건, 김희애와의 연기에 대해 "텐션을 뚫고 입을 어떻게 뗄지가 가장 고민되고 힘들었다"며 "많은 감정이 요동치는 신이라 긴 시간에 걸쳐 촬영했다"고 밝혔다.
이어 "감독에게 '이렇게 해볼게요'라고 말할 수 있는 현장이라 에너지가 유지됐었던 것 같다"면서 "생각할수록 여운이 남는 작품이 됐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허 감독은 "시사회를 오면서 '재판장에 들어가는 기분'이라고 했는데 떨리고 긴장되는 자리인 것 같다"면서 "정말 재밌게 열심히 찍었는데 여러분의 마음에 드셨으면 좋겠다"고 속내를 드러냈다.
김희애는 "곰국 끓이듯 끈질기게 푹 끓인 느낌이 드는 영화"라며 "한 땀 한 땀 정성을 다해 준비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오는 10월 9일 개봉.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보통의 가족'은 네덜란드 작가 헤르만 코흐의 베스트셀러 소설 '디너'를 뼈대로 하고 '봄날은 간다' 허진호 감독이 '천문: 하늘에 묻는다' 이후 5년 만에 내놓은 신작이다.
영화에는 물질적 욕망을 우선시하며 살인자의 변호도 마다치 않는 변호사 재완(설경구)과 원리원칙을 중요시하는 자상한 소아과 의사 재규(장동건) 형제, 성공한 프리랜서 번역가로 자녀 교육과 시부모 간병까지 해내는 연경(김희애), 어린 아기를 키우지만 자기 관리에 철저해 객관적인 시선으로 가족을 바라보는 재완의 처 지수(수현)가 등장한다.
이들은 자녀의 범죄 현장이 담긴 CCTV를 본 후 보통의 삶이 뒤흔들린다. 긴장감 속에 네 사람의 감정이 뒤얽히는 식사 신은 영화의 백미다. 극한의 상황에 몰린 가족들이 점차 변해가고 무너지는 과정은 한순간도 긴장을 늦출 수 없게 만든다. 24일 진행된 언론시사회에서 허진호 감독은 "대본을 받고 기존에 나왔던 영화와 원작 소설을 봤다. 이걸 내가 다시 잘 만들 수 있을지 고민했다"고 말했다.
이어 "숨길 수 없는 범죄를 저지른 아이 부모들의 행동에 대해 나도 부모이기에 공감이 갔고, 지금 한국 사회에 가지고 와도 할 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해서 용기를 냈다"고 밝혔다.
영화 전개상 가장 중요한 세 번의 식사 장면은 배우들의 격정적인 감정을 다각도로 담아냈다. 허 감독은 "정말 긴 호흡으로 찍어야 하는 장면이었다"며 "배우들이 많게는 8번이나 같은 연기를 계속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감정 연기를 계속하는 걸 보고 많이 놀랐다"며 "배우들 덕에 식사 신이 긴장감 있고 재밌게 잘 나온 것 같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설경구는 "감독께서 8번 찍었다고 하는데 커트까지 하면 100번은 찍은 것 같다. 해도 해도 끝이 안 났다"고 토로했다.
이어 "식사 장면이 멀리서 보면 화기애애해 보일 수 있으나 카메라가 테이블 가까이 올수록 보이는 미묘한 균열, 위화감을 표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동건은 설경구와 연기 호흡에 대해 "선배님께 많이 배웠다"며 "치열하게 다투는 걸 생각하고 가면 형은 여유롭게 능글맞게 받아쳤다. 리허설과는 다른 감정으로 표현됐는데 그게 현실감 있고 더 맞는다고 생각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김희애는 "사회적으로 존경스러운 인물이지만 문제가 닥쳤을 때 연경이 도는 순간 보이는 행동이 관객에게 통쾌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허 감독은 김희애에 대해 "화면에 나오지 않는데도 우는 연기를 계속하더라"라고 감탄했다. 이어 "그래서 다른 배우들도 열심히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김희애는 "안 울어야 할 때는 눈물이 나오고, 내 마음대로 안 된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면서 "모니터하러 가는 게 너무 힘들어서 앉아 있었을 뿐"이라며 "밥 먹는 게 하이라이트라 어떻게든 잘 해내고 싶었다"고 부연했다. '보통의 가족'으로 한국 영화에 데뷔한 수현은 "토론토 영화제에서 영화를 봤는데 한국에서 소개하는 자리라 가장 설레고 떨린다"고 소감을 밝혔다.
수현은 김희애와의 신경전을 선보이는 장면에 대해 "포스가 있으셔서 쉽지 않았다"면서도 "내가 생각한 지수는 어린 엄마로 성숙한 엄마인 연경(김희애)에게 호소를 해보고, 끝에는 자신의 신념을 보여주려 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선배인 설경구, 장동건, 김희애와의 연기에 대해 "텐션을 뚫고 입을 어떻게 뗄지가 가장 고민되고 힘들었다"며 "많은 감정이 요동치는 신이라 긴 시간에 걸쳐 촬영했다"고 밝혔다.
이어 "감독에게 '이렇게 해볼게요'라고 말할 수 있는 현장이라 에너지가 유지됐었던 것 같다"면서 "생각할수록 여운이 남는 작품이 됐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허 감독은 "시사회를 오면서 '재판장에 들어가는 기분'이라고 했는데 떨리고 긴장되는 자리인 것 같다"면서 "정말 재밌게 열심히 찍었는데 여러분의 마음에 드셨으면 좋겠다"고 속내를 드러냈다.
김희애는 "곰국 끓이듯 끈질기게 푹 끓인 느낌이 드는 영화"라며 "한 땀 한 땀 정성을 다해 준비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오는 10월 9일 개봉.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