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이용객 1억 명 시대를 앞두고 인천국제공항의 하늘길이 20년 만에 한층 넓어지게 됐다. 정부와 군 당국이 수도권 군 공역을 조정하기로 하면서 민간 항공기가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 확대됐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와 공군은 인천공항 남쪽 군 공역을 포함한 ‘서해 군 공역 조정’에 합의했다고 24일 발표했다. 인천공항 아래에 있는 서해공중기동훈련구역(ACMI)과 비행제한구역(R88) 등을 남쪽으로 약 5.6㎞ 옮기고, 서해의 비행제한구역(R80, R84 등)과 군작전구역(MOA16, MOA18 등)을 서쪽으로 14.8㎞가량 확장하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국토부 관계자는 “인천공항 근처에 민항기가 다닐 수 있는 공간을 넓히는 대신 서해안 쪽으로 군 공역을 대폭 확대한 게 이번 조정안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조정안은 항공정보간행물 공고 등의 절차를 거쳐 오는 11월 28일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2004년 한·중 항공로 복선화 이후 20년간 유지돼 온 수도권 공역이 이번에 바뀌게 된 것은 인천공항 인근 민간 공역이 포화 상태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2001년 하루 평균 312편이던 인천공항의 운항 실적은 작년 924편으로 196% 급증했다. 다음달 말엔 인천공항 4단계 건설사업이 준공된다. 최근 7700만 명 수준인 인천공항의 연간 여객 수송량이 1억 명을 넘을 전망이다. 이번 조치로 늘어나는 항공교통 수요를 흡수할 기반을 갖추게 됐다. 국토부는 군 공역 조정으로 인천공항의 항공기 수용 능력이 최근 시간당 75대에서 내년 80대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제주국제공항 북쪽에 민간 공역을 일부 추가 확보하는 내용도 조정안에 담겼다. 공군에서도 서해 쪽에 더욱 넓은 군 공역을 확보하게 돼 ‘윈윈’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최첨단 항공기 증가와 무인 항공기 운영 등 항공 전력 변화에 따라 군 공역 확장이 필요했다는 게 공군 측 입장이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