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을 좀 틀었다곤 하지만 올해 9월 전기요금이 10만원을 넘어갈 줄은 몰랐습니다.”

"원룸 사는데 18만원이나…" 전기료 고지서 본 직장인 '비명'
서울 강남구 한 아파트에 사는 주부 윤모씨는 지난 20일 부과된 관리비 고지서를 보고 깜짝 놀랐다. 전기계량기 검침일(16일) 기준으로 부과된 8월 17일부터 이달 16일까지 전기료로 14만6200원이 나왔다. 작년 같은 기간보다 6만원 늘었다.

일부 시민이 때아닌 ‘전기료 폭탄’에 울상 짓고 있다. 기온이 30도를 웃도는 ‘더운 9월’에 좀처럼 에어컨을 끄지 못한 가구의 전기 사용량이 폭증해서다. 9월에는 전기료 ‘혹서기 할인’이 적용되지 않은 것도 시민들이 요금 상승 폭을 더 크게 느끼는 원인으로 꼽힌다.

○늦더위에 날아온 역대급 ‘9월 전기료’

24일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서울 기온이 34.1도에 달했던 11일 전국 전력 수요는 98.5GW(기가와트)로 9월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8월에 이어 사상 최악의 폭염이 추석 연휴까지 지속되면서 에어컨을 끄지 못하는 밤도 계속됐다.

최근 8월 중순 이후부터 사용한 전기요금 고지서를 받아 든 공동주택 주민들은 울상이다. 특히 전력 효율이 높지 않은 ‘노후 에어컨’을 쓰는 1인 가구는 전기료 폭탄을 맞았다. 경기 성남시의 원룸에 사는 직장인 박모씨(29)는 “전기요금이 8월보다 2만원가량 많은 18만원이나 나왔다”며 “8월 초에 휴가로 1주일 집을 비우긴 했지만, 8월 요금보다 9월 요금이 더 나온 건 이해하기 힘들다”고 했다.

시민들이 이달 전기료를 받아들고 화들짝 놀란 이유는 7~8월에만 적용되는 ‘누진 구간 확대’가 9월부터는 적용되지 않아서다. 정부는 2018년 3단계 누진 제도를 도입하면서 여름철(7~8월)에만 일시적으로 누진 구간을 확대해 부담을 낮춰주고 있다. 냉방 수요가 급증하는 여름철에 전기료 부담을 일부 덜어주기 위해서다. 평상시엔 전기요금이 높아지는 지점이 사용량 200㎾h, 400㎾h선이지만 여름철엔 300㎾h, 450㎾h 구간으로 완화된다. 검침일이 늦어 일할로 계산되는 9월 부과액 비중이 높은 가정은 이달 전기료 부담액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각기 다른 검침일 … 제도 개선해야’

2018년 공정거래위원회는 한국전력에 “검침일에 따라 총 요금 차이가 발생할 수 있으니 검침일 변경 제도를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이후 한전 홈페이지나 고객센터 등에서 검침일을 바꿀 수 있게 됐지만, 공용 전기가 포함돼 종합계약을 하는 대단지 아파트는 가구별로 검침일을 바꾸기 사실상 불가능하다.

여름철 폭염이 9월까지 이어지는 사례가 점차 일반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전력 요금 누진제 완화 기간을 기존의 7~8월을 넘어 9월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기상청은 13일 이상 기후가 일반화하면서 여름을 더 늘리는 등 국내 계절 길이를 조정하는 작업에 착수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가정용 전력 요금 인상 없이 누진제 완화 구간을 확대하면 이미 적자 폭이 큰 한전의 부담이 가중되고 전기 소모를 조장할 수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한전에 따르면 8월 기준 가구당 평균치인 363㎾h의 주택용 전기를 썼을 때 요금은 6만3610원(주택용 저압)이다. 같은 기준의 전력 사용 시 일본과 프랑스는 한국의 2배, 미국은 2.5배, 독일은 2.9배 비싸다는 게 한전의 설명이다. 1000㎾h 이상의 전기를 사용해 30만원가량의 ‘요금 폭탄’을 맞은 슈퍼 유저 가구는 2020년 8월 1만1433곳에서 작년 8월 4만1421곳으로 3.6배 증가했다.

정희원/조철오 기자 tophee@hankyung.com